1
어수선하다.
방 정리도 제법 말끔하게 된 편이고,
만나야 할 사람도 무사히 만났고,
공부도 차근차근 잘 하고 있고,
독서도 조금씩이나마 차곡차곡 읽어나가고 있다.
근데 말이다, 너무 어수선하다.
2
상황과 일과는 별 탈 없이 잘 지나가고 있지만,
방 정리도, 사람도, 공부도, 독서도
심하게 내적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3
방 정리는 잘 되는데 머리카락은 쓸고 테이프로 찍어내도
당최 사라지질 않는다.
내 인생 최대 머리 길이를 달성했지만,
방 청소할 때마다 얼마나 번거로운 지가 자각되면
'그냥 머리를 컷트로 잘라버려?'라고 내적 갈등이 시작된다.
사람은 언제나 대면하기 힘들다.
외부 사람도 힘들고 가족도 어렵다.
타인은 늘 예상치에 어긋나서 힘들고
가족은 늘 참고치에 변화가 많아서 어렵다.
공부는 어느 정도까지 해야 최선인지 알 수가 없기에
늘 부족한 것 같아서 속상하고 번뇌를 주며,
독서는... 특히 이번 책은 왜 수면제 같은 것인가?
읽어도 읽어도 끝이 보이질 않아서,
'참으면서 진. 정. 계속 읽어야 하나?'하는 갈등 가득이다.
4
사는 일과를 조금 털어놓자면,
수정수 만들려고 물 끓이는 것도 번거롭고,
해빗 트래커 세 가지를 매일 체크하는 것도 은근히 신경 쓰이고,
원두 추출하면서 매일 가족분들에게
'커피 드실 거예요?'라고 묻는 것도
안 할 수 없다, 그때그때 의사가 다르셔서.
이 외에도 자잘하고 사소한 번거로움이 꽤 있는데,
시달리는 영혼을 평온케 하겠다고 명상을 시작했으나,
이 명상을, 알람 맞춰놓고 시간 되어 울리면
주섬주섬 힐링스톤부터 준비하고
그다음에 자리 정하고 나서, 바른 자세를 잡고
그제야 눈을 감는데, 한 10분간은 집중이 안 돼서
명상을 행하는 것인지, 자리 잡고 기억을 회상하는 것인지...
영 마뜩잖고 난감하다.
명상은 평온케 한다던데 왜 나에겐 번잡한 것인가?
나는 그냥 콧구멍만 열어놓고 숨쉬기만 하고 싶다.
배만 안 고프면 먹는 것도 하기 싫다.
내가 전생에 아무래도 무생물이었나 보다.
그냥 가만히... 조용히... 있는 듯 없는 듯... 새초롬히...
그저 가만히... 음... 무생물.... 대표적인 무생물에는...
돌이 있는데, 돌... 이었나, 나?
5
돌 중에 귀한 것은 보석이라지 않던가.
나는 보석할란다.
흠... 결론은 보석이라고 지칭하고 끝날 수 있지만,
내 마음의 어수선함, 번잡함, 번거로움은 어떻게 할까?
어수선함은 당분간 계속될 듯하다.
상황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 같다.
명상조차 어려운 심란함이 문제인 것 같달까.
달리 답은 모르겠고, 지금으로서는 그냥,
'울까?'하고 생각 중이다.
근데 그것도, 내가 '방콕'한다지만, 가족이 함께 거주하시니
상황과 시간을 잘 봐서 시작해야 한다.
혹여 울다가 들켜서, 사연 있는 여자처럼 보이긴 싫다,
변명하기도 어렵고 말이다, 그냥 우는 거니까.
아무튼 이유 없는 심란함으로 자체 스트레스받는 중인,
어느 한 사람의..... 보석 같은 한 사람의... 누구야, 돌이라니?!
.... 독백이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