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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잘스토리 8 - 077 - 전생에 무생물

by 배져니






1


어수선하다.


방 정리도 제법 말끔하게 된 편이고,

만나야 할 사람도 무사히 만났고,

공부도 차근차근 잘 하고 있고,

독서도 조금씩이나마 차곡차곡 읽어나가고 있다.


근데 말이다, 너무 어수선하다.




2


상황과 일과는 별 탈 없이 잘 지나가고 있지만,

방 정리도, 사람도, 공부도, 독서도

심하게 내적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3


방 정리는 잘 되는데 머리카락은 쓸고 테이프로 찍어내도

당최 사라지질 않는다.

내 인생 최대 머리 길이를 달성했지만,

방 청소할 때마다 얼마나 번거로운 지가 자각되면

'그냥 머리를 컷트로 잘라버려?'라고 내적 갈등이 시작된다.


사람은 언제나 대면하기 힘들다.

외부 사람도 힘들고 가족도 어렵다.

타인은 늘 예상치에 어긋나서 힘들고

가족은 늘 참고치에 변화가 많아서 어렵다.


공부는 어느 정도까지 해야 최선인지 알 수가 없기에

늘 부족한 것 같아서 속상하고 번뇌를 주며,


독서는... 특히 이번 책은 왜 수면제 같은 것인가?

읽어도 읽어도 끝이 보이질 않아서,

'참으면서 진. 정. 계속 읽어야 하나?'하는 갈등 가득이다.




4


사는 일과를 조금 털어놓자면,

수정수 만들려고 물 끓이는 것도 번거롭고,

해빗 트래커 세 가지를 매일 체크하는 것도 은근히 신경 쓰이고,

원두 추출하면서 매일 가족분들에게

'커피 드실 거예요?'라고 묻는 것도

안 할 수 없다, 그때그때 의사가 다르셔서.


이 외에도 자잘하고 사소한 번거로움이 꽤 있는데,

시달리는 영혼을 평온케 하겠다고 명상을 시작했으나,

이 명상을, 알람 맞춰놓고 시간 되어 울리면

주섬주섬 힐링스톤부터 준비하고

그다음에 자리 정하고 나서, 바른 자세를 잡고

그제야 눈을 감는데, 한 10분간은 집중이 안 돼서

명상을 행하는 것인지, 자리 잡고 기억을 회상하는 것인지...

영 마뜩잖고 난감하다.

명상은 평온케 한다던데 왜 나에겐 번잡한 것인가?


나는 그냥 콧구멍만 열어놓고 숨쉬기만 하고 싶다.

배만 안 고프면 먹는 것도 하기 싫다.


내가 전생에 아무래도 무생물이었나 보다.

그냥 가만히... 조용히... 있는 듯 없는 듯... 새초롬히...

그저 가만히... 음... 무생물.... 대표적인 무생물에는...

돌이 있는데, 돌... 이었나, 나?




5


돌 중에 귀한 것은 보석이라지 않던가.

나는 보석할란다.


흠... 결론은 보석이라고 지칭하고 끝날 수 있지만,

내 마음의 어수선함, 번잡함, 번거로움은 어떻게 할까?


어수선함은 당분간 계속될 듯하다.

상황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 같다.

명상조차 어려운 심란함이 문제인 것 같달까.

달리 답은 모르겠고, 지금으로서는 그냥,

'울까?'하고 생각 중이다.

근데 그것도, 내가 '방콕'한다지만, 가족이 함께 거주하시니

상황과 시간을 잘 봐서 시작해야 한다.

혹여 울다가 들켜서, 사연 있는 여자처럼 보이긴 싫다,

변명하기도 어렵고 말이다, 그냥 우는 거니까.


아무튼 이유 없는 심란함으로 자체 스트레스받는 중인,

어느 한 사람의..... 보석 같은 한 사람의... 누구야, 돌이라니?!

.... 독백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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