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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잘스토리 8 - 081 - 음악의 상태를 동경

by 배져니






1


3곡의 노래를 돌려서 반복해 듣고 있다.

세 곡을 합쳐봐야 10분 남짓한 시간인데

꽤 오랫동안 반복해서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2


언젠가부터 음악을 듣지 않았다.

듣는다치는 음악은 연주 음악으로,

주로 글을 쓸 때 배경음악으로 깔아두곤 한다.

가요나 팝은 전혀 듣지 않았다.

왜 그런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학부 때 노래방을 참새 방앗간 들리듯

엄청나게 드나들었고,

직딩 때 2차 회식으로 노래방 간다 하면

북적이는 인파가 싫어도 참석해서

두어 곡은 꼭 부르는 재미를 맛보곤 했는데,

어느 순간 노래방도 가지 않는다.




3


고전 팝과 케이팝, 그리고 제이팝 한 곡씩을

플레이 리스트에 올려놓고 반복 재생 중이다.

딱히 그 노래들이 무척이나 혁신적이고 새롭고

아름다워서 질리지 않는다기 보다,

내 집중력이 10분 유지가 안되어서

중간에 물 마시고, 도중에 화장실 갔다 오고,

방바닥의 머리카락 줍고...

뭐 그러느라 3곡이 10번 반복 재생되어도

온전히 듣지를 못하고 있다.


그런데 그중 한 곡은 여자 보컬의 음성이 참 예뻐서

십수 년 만에 노래를 불러보고픈 욕망을 일으켰다.

귀로 듣기에는 참 곱고 편안하고 아름다웠는데

불러보자니 발성도 어렵고 박자도 어렵고

멜로디도 부르기에 녹록지 않다.


젠장, 내 음악 세포는 다 죽었나?




4


그러나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


영어가사 해석을 하고 나서 따라 불러보고,

발음이 어려워서 한글로 표음하고 따라 불러보고,

표음만 보니 무슨 말인지 몰라서 다시 영어가사 보고 불러보고,

멜로디가 어려워서 허밍으로 음만 불러보고...


그러고 나니 확실하게 알았다.


젠장, 내 음악 세포 다 죽었구나...




5


발음은 꼬이고 혀가 씹힐 지경이어도

이 팝을 한 번 맨 목소리로 불러보고 싶다.


고전 팝은 박자에 맞는 정직한 박자의 가삿말이 붙는데

최근 팝은 박자를 자꾸 쪼개고 가삿말도

한 마디에 한 구절이 들어가지 않는다, 막 쪼갠다.

아... 어려워.

그리고 발음도 연음되고 흘리면서 막 변형되고 생략되고...

나, 그래도 영어 좀 아는 축인데, 왤케 어렵다지?


노래 부르는 데에도 도움 되지 않는 영어 공부는

실효성이 없는 거 아닌가?

집어치울까?




6


잠시 잠깐 노래 부르자고 마음먹었다가,

어학 공부의 의미 상실과

세포 상실의 자각이 뼈아프게 다가온다.


내 기억이 어디까지 맞는지는 모르겠으나... .

최대한 외워서 불러보려 한다.


현재 완창할 수 있는 노래는 1곡,

앞으로 3곡을 더 첨부할 수 있을지...

나는... 궁금하다...

어학공부의 의미와 음악 세포의 회복이 가능한지.




7


모든 예술은 음악의 상태를 동경한다,라는 말이 있다.

근원적이라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나는 부를 수 없는 팝송이 아쉬워서 일단 지금은

아기 상어를 부르고 있다, 근원적 욕구를 위해.


뚜루루뚜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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