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엑설런트 아이스크림에 에스프레소를 부어 어머니께 드렸다.
좀 녹으면 아이스크림도 떠서 드시고 녹은 크림 커피를
마시면 되신다고 알려드렸다.
어머니는 받아드시고는 당장에 얼마 안 녹은 크림 커피를
떠드시며
"아이고 쓰다..."
...라고 하시길래, 입맛에 안 맞으시는 실패작인가? 싶었다.
어머니는 다시 떠드시며
"어우, 되게 쓰네..."
...라고 하시길래, 아무래도 버리시겠구나, 버리시느니
내가 처리하자 싶어서 어머니께,
"어무니, 주세요, 제가 먹을 게요."
...라고 했다. 이미 아메리카노 큰 컵을 마시고 있었기에
다시 커피를 마시기엔 좀 그랬으나, 음식물을 버리는 것은
죄악,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말씀드렸다.
어머니는 다시 한 스푼을 떠드시며 다소 당황하신 듯이,
"음? 나, 다 먹으려고 하는데?"
나는 실소를 터트렸다.
"아니, 드세요. 안 드신다는 말씀인 줄 알았어요."
하도 쓰다고 하셔서 별로라는 의미인 줄 알았는데
말씀의 어조와 다르게 입맛에 맞으셨나 보다.
이 성공작 간식에 대한 영광을 단가 높은 아이스크림, 엑설런트에게 바친다.
2
요즘 나의 처지는 좋지 않다.
나름 미래를 계획하며 살뜰히 작업물을 만들고 있다가,
지금 완전 폭탄 맞은 상황이다.
논리와 이성이 뇌의 안팎을 왔다 갔다 한다.
정신이 없다.
슬픈 건, 앞으로도 당분간 추스르는 데에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재난, 재해는 나라에서 피해 복구팀이라도 만들어주는데
나의 재난에는 그 누구도 피해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며
마음의 지하실에 홍수 찬 물을,
오롯이 나 혼자, 귀이개로 퍼내야 한다는 사실이 막막하다.
그럼에도 일상의 소박함이 있다는 사실은 다행이다.
엑설런트에 에스프레소를 담아 어머니께 대접하거나,
막걸리 한 잔에 고기 한 점 드시는 아버지 곁에서
살코기를 집어먹으며 간식 삼거나,
설거지하느라 튄 웃옷의 물을 말리고,
수집한 힐링스톤을 쥐락펴락 만져보고 닦아놓는다거나...
피폐한 마음과 달리, 육체가 처한 생활은
사소하지만 안락하고 여유롭다.
마음과 몸, 둘 중 하나라도 편안한 게 어딘가 싶다.
마음은 좀 추스르고, 몸은 운동 좀 시키고
여러 면모에서 다잡아야겠다.
마음의 재난상황을 귀이개로 타파하더라도
심적, 육체적 체력은 모두 중요하니까 말이다.
모두에게 체력이라는 행운이 깃들길 빌며
이만 마무리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