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일은 아침 일찍 외출을 해야 하는데
오늘 기상시간 조절에 실패했다.
때문에 내일 기상시간을 체크해 보고
수면시간을 미루어 따져보니...
잠을 안 자는 게 답이다.
잠깐 자고 일어나는 게 불가능한 신체라서
어설프게 잠들었다가는 못 일어나기 십상이라서 그렇다.
2
한편, 어머니는 얼마 전부터
동대문 천 시장에 가자고 하신다.
당신 바지를 만드셔야겠다며 옷감을 사러 가자고 하시는데...
물론 내가 순전히 어무니 바지 만들어드리려고
옷 만드는 수업을 듣기는 했다.
그러나 나는 집순이.
집에서, 종이에 본뜨고, 재단해 드리는 것은
얼마든지 해드릴 수 있지만,
집순이게 나가자고 하시는 건...
그것도 한참 먼 동대문을 가자고 하시는 건...
뭐랄까... 위법한 일은 아니지만...
도리에 어긋나는 일도 아니지만...
못할 말씀도 아니시지만...
아무튼, 난 섭섭하다, 난 집순이인 걸.
3
게다가 집순이는 한번 외출할 때
여러 가지 일을 다발적으로 처리하고 와야 한다.
집순이 된 자의(나의) 원칙이다.
그래서 내일도 세 가지쯤 되는 일을 처리하고 들어오려는데
어머니께서 동대문을 언급하시니,
그러시면 내일 함께 외출하시자고 제안 드렸다.
나로서는 일정이 네 가지로 늘어나는 것을 감수하고 드리는 제안이었다.
그런데 안 되신단다.
"왜요?"
"수영 가야 해."
그 말씀인즉, 내일 같이 갈 수 없으니,
그 이후 언젠가를 기약하라는 어머니의 의중이시다.
집순이의 입장보다 딸이 된 자의 입장이
'가끔'은 더 앞서야 하므로,
나는 또 외출을 기약한다.
그러나 집순이 된 나로서는,
'아~주~ 어~쩔 수 없이'
...라는 마음이 크다는 걸 고백한다.
4
지난달 말은 기온이 선선했는데,
이제는 입동도 지나서 그야말로 겨울, 춥다.
내일 뭐 입고 나가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