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올해는 다꾸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정신없는 상황이라 유유자적 다꾸를 즐길 수도 없었고,
또 1/4분기를 안 하고 넘어가니,
뭔가 메꿀 수 없는 오점인 것처럼 여겨져서,
'이럴 바엔 올해는 다꾸 제껴!'
...라고 생각, 지금껏 올바르게(?) 제꼈다.
2
말할 수 없이 수기의 양도 줄였다.
시간 일기도 끊었고, 매일 쓰던 메모식 일기도 생각날 때만 적었다.
매일 영작 적기도 싹 끊었고,
독후감도 별도로 적지 않았으며,
이건 좀 후회되는데... 지출 기록도 따로 적지 않았다.
뭔가 되는대로 사는 느낌이긴 한데....
변명이라면, 약간 강박적으로 적어대는 느낌이,
뭔가 숨통을 콱 죄이는 것 같아서...
그렇다 할지라도 취사 선별을 했어야 하는데
이렇게 모조리 몽땅 다 던져버린 것은 나도 좀
조마조마하다, 무모했던 것 같아서.
3
그러나 올 한 해 내가 가장 무모했던 것은,
'매달려'본 일이다.
애정에의 갈망으로 매달려 본 것이면,
발라드 감성의 찌질함이라고 멋이라도 있다고 할 텐데,
'내가 사랑을 하고 있어요.'라고 수줍게 자랑이라도 할 텐데 말이다.
이도 저도 아니고 '정보 좀...'이라고 매달리는 것이라,
폼도 안 나고, 왠지 자꾸 쭈굴어드는 기분이고...
화나는 건, 이렇게 속이 상하고 마음고생이 심한데,
몸집은 왜 자꾸 팽팽해지는 건지, 젠장.
아무튼, 행동을 취하는 게 어렵지
일단 시작을 하게 되면 그 뒤는 관성으로
주욱 진행되는 것 같다.
달리 계산도 하지 않고 관망하는 중이다.
4
사실 내가 어찌해 볼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매달리는 게 조금은 마음이 상하지만,
노력해 볼 여지가 있을 때 해볼 수 있는 것도
럭키하다고 생각한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과 오로지 충실한 지금'을 살 뿐이다.
그래서 잠시 뒤, 다시 충실하게 무모한 매달림을 하러 간다.
아... 심장이 벌렁벌렁하기는 한데 진심 난, 럭키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