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잘스토리 8 - 099 - 충실하게 무모

by 배져니






1


올해는 다꾸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정신없는 상황이라 유유자적 다꾸를 즐길 수도 없었고,

또 1/4분기를 안 하고 넘어가니,

뭔가 메꿀 수 없는 오점인 것처럼 여겨져서,


'이럴 바엔 올해는 다꾸 제껴!'


...라고 생각, 지금껏 올바르게(?) 제꼈다.




2


말할 수 없이 수기의 양도 줄였다.

시간 일기도 끊었고, 매일 쓰던 메모식 일기도 생각날 때만 적었다.

매일 영작 적기도 싹 끊었고,

독후감도 별도로 적지 않았으며,

이건 좀 후회되는데... 지출 기록도 따로 적지 않았다.


뭔가 되는대로 사는 느낌이긴 한데....

변명이라면, 약간 강박적으로 적어대는 느낌이,

뭔가 숨통을 콱 죄이는 것 같아서...

그렇다 할지라도 취사 선별을 했어야 하는데

이렇게 모조리 몽땅 다 던져버린 것은 나도 좀

조마조마하다, 무모했던 것 같아서.




3


그러나 올 한 해 내가 가장 무모했던 것은,

'매달려'본 일이다.

애정에의 갈망으로 매달려 본 것이면,

발라드 감성의 찌질함이라고 멋이라도 있다고 할 텐데,

'내가 사랑을 하고 있어요.'라고 수줍게 자랑이라도 할 텐데 말이다.

이도 저도 아니고 '정보 좀...'이라고 매달리는 것이라,

폼도 안 나고, 왠지 자꾸 쭈굴어드는 기분이고...

화나는 건, 이렇게 속이 상하고 마음고생이 심한데,

몸집은 왜 자꾸 팽팽해지는 건지, 젠장.


아무튼, 행동을 취하는 게 어렵지

일단 시작을 하게 되면 그 뒤는 관성으로

주욱 진행되는 것 같다.

달리 계산도 하지 않고 관망하는 중이다.




4


사실 내가 어찌해 볼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매달리는 게 조금은 마음이 상하지만,

노력해 볼 여지가 있을 때 해볼 수 있는 것도

럭키하다고 생각한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과 오로지 충실한 지금'을 살 뿐이다.


그래서 잠시 뒤, 다시 충실하게 무모한 매달림을 하러 간다.

아... 심장이 벌렁벌렁하기는 한데 진심 난, 럭키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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