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잘스토리 8 - 100 - 요령 없는 어른

by 배져니






1


홍삼진액 2병을 구입했다.

부모님 드시라고 구매한 것인데

1병씩 구입해서 소진되면 또 구입하고 싶었다.

그런데 1병만 있으면 어머니께서 양보하시는 마음이신지

아버지께서 드시는 동안 손을 대지 않으시더라.


그래서 한 번에 2병을 구입해서

병 하나에는 남색 스티커를

다른 병에는 노랑 스티커를 붙여서 구별 가능하게 했다.

그리고 두 분께 지정해 드리고 드시기를 권유했다.




2


그런데 어쩐 일인지 잘 안 드신다.

맛이 나쁘지 않고 향도 좋다고 하시는데

잘 챙겨 드시지를 않으신다.

예전에 아버지는 홍삼제품을 매우 좋아하셔서

자발적으로 챙겨드셨는데 이젠 그러시지 않으신다.




3


1달이 지났는데 소진이 안되어서

어쩔 수 없이 내가 손수 챙겨드리게 되었다.

진액이라 작은 수저로 뜨면 진액고가 엿가락처럼

끈적하게 늘어났다.

나는 수저를 여러 번 둥글게 말아올려

늘어난 진액을 걷어들인다. 그리고 부모님께 드린다.


그러면 어머니는 손으로 수저를 받아들어

막대 사탕처럼 들고 녹여드신다.

그 모습이 앳된 느낌이라 속으로 웃고 마는데

아버지는 더 앳된 느낌이다.

내가 건네드리면 입으로 쏙 받아드신다.

처음에는 내가 당황해서, 뭐지? 하고 놀랐는데

이제는 아버지 입안으로 쏙 넣어드리는 게

재미있고 장난을 주고받는 것 같아서 즐겁다.


하늘 같은 부모님이 앳되게 느껴지니

부모님이 귀여우셔서 기분 좋은 것도 있지만,

내가 부쩍 어른인 것 같아서(?)

(사실 진작에 어른이어야 했는데

아직도 나는 심적 어른이 아니어서... 흠흠...)

아무튼 어른이 된 것 같아서 으쓱 기분이 좋더라.




4


이번 달에 부모님 두 분의 생신이 있다.

그날 미역국을 끓이겠지만 생신 선물은 이미 전달했다.

생색을 내려면 저번에 진액고를 사서 드릴 게 아니라

이번 선물들과 곁들어서 '함께' 드렸으면 '액수 측면'에서 폼이 났을 텐데,

나누어 드렸기에 이번 선물로는 '액수 측면'에서 영 폼도 생색도 안 난다.


흐음... 아무튼.. 난 요령이 없어, 요령이.

열심히 진액고 감아올린 수저를 건네드려야지.

요령 없는 어른은 진정을 바치는 수밖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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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잘자잘 스토리 8]을 마칩니다.

읽어주시는 분들께 늘 감사합니다.

[자잘자잘 스토리 9]는 2026년에 시작할까 합니다.

그 사이 간극에는 성탄절 관련 에세이 글이 포스팅될 예정입니다.

그럼 자잘 스토리는 추울 때 다시 뵙겠습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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