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잘스토리 8 - 097 - 첨예한 관심

by 배져니






1


나는 여자이다.

나는 친한 사람의 다수가 여자이고

만남을 잡아도 여자 지인들과 주로 약속을 잡는다.

나는 여자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으며

내가 여자 지인들에게 예의로써 잘 대하니

그들도 나에게 잘 대해준다고 생각했었다.




2


근데 어릴 적에 참...


여자끼리 만날 때에는 쿨하고 사려 깊고 사람 좋던 그 여자분들이

어쩌다가 모임에 괜찮은 남자가 참석하면 돌변하는 것이다.

어떤 여자분은 멀쩡하던 음성에 비음이 낀다던가,

또 다른 분은 자신 본위의 이야기를 주로 말하던 사람이

낯선 남자분에겐 질문을 열렬히 던진다던가,

세상 중성적이던 이미지의 여자분은

허우대 멀쩡한 남자분이 참석하니

갑자기 손동작이 한없이 가녀려지더니

컵 잡은 새끼손가락은 꼭 들어올려져있다거나,

아니면 심하게 수동적인 여자분은 '저렇게 자기 의사가 확실했던가?' 싶게

남성분에게 심하게 적극적으로 번호 달라고 한다거나,

또는 어제 거절당했다고 실망하던 그녀가

다음날 우연히 만난 새로운 남자에게 관심을 표한다거나...

마지막 그녀는 지고지순한 성격인 줄 알았는데...

놀라울 따름이었다.

새로운 괜찮은 남자가 나타나면

수년을 알고 지낸 내 앞에서의 체면치레 같은 것은

상관없나 싶어서 뭔가 섭섭해지더라.

내가 알던 점잖은 그녀들은 다 어디 갔나?




3


그래서 두루 어울려보라는 이야기가 나온 것인가 싶다.

동성끼리 혹은 남녀 모두가 모인 자리를 다 걸쳐서 만나봐야

사람됨의 분별이 가능한 것 같다.


물론 어릴 적엔 워낙 첨예하게 이성에 관심이 갈 때라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다만 수년을 알고 지낸 나에게 예의를 지키지 않고

그녀들이 본능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너무 빤하게 보여서

조금 실망했을 뿐이다.

많이 경험해 보지는 못했지만 겪어본 경험들이 소중하다.

나중에 다 소소하게 이야기로 써볼 생각이다.




4


간혹 라디오나 방송에서, '예쁜 여자가 있는 자리에서

남자들이 어필하는 모습'을 코믹하게 풀어내는 사연과 내용이

흘러나오고 그에 웃었던 적이 있다.

늘 재미있는 소재이라서 웃었지만 시기마다 조금씩 느낌이 달랐는데

어릴 때는 '설마 그러려고?'라고 생각하다가

좀 커서는 '진짜 그렇다고 하더라.'라고 웃었다가

이제는 '여자도 그래.'라고 훗 웃고 만다.




5


동성이든 이성이든, 단둘이 만나기 보다,

다양한 상황에서 여럿이 모이는 자리를 겪어보는 걸 추천한다.

그러나 난, 그런 모임 이제 안 간다,

집순이이고, 또 알만큼 아니까, 느낌 아니까.




-끝-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자잘스토리 8 - 096 - 들어주마, 따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