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움직임 많은 수업을 받는 요즘인데,
수업은 천천히 하면 따라 할만 하다.
그러나 박자를 좀 빠르게 설정해놓고 움직이려면,
다리가 옴짝옴짝 움직일랑 말랑하는 게
마치 온몸이 좀비가 되어버린 것 같다.
저번에 수업을 한 번 빠졌었는데,
그때 배우지 못한 동작은 더 어렵게 느껴지며
따라 할라치면 발끝부터 마비가 일어난듯한 느낌이다.
마치 내 발이 아닌 듯이, 마음처럼 움직여지지가 않아서
답답한 나머지 속에 울화가 쌓일 정도이다.
삶의 기분전환을 목적으로 받는 수업인데,
의도한 기분전환 방향이 홧병 쪽은 아닌데...
이 사태를 어찌해야 할꼬.
2
입술이 헐어서 살점이 녹아내렸다.
얼핏 날카로운 것에 할퀴어 떨어져 나간 듯 보였었다.
상처의 흠결이 세로결이면 입술 주름이라고 우길만했지만
45도 각도의 누운 흠집이어서 그대로 두면 큰일이겠더라.
열심히 연고 발라서 관리했더니 표시 안 나게 아물었다.
기분이 좋아져서 컬러 립밤을 바르고 아에이오우 해봤다.
입술 모양이 양호하고 흠결이 안 보인다.
수업으로 얻지 못한 기분전환이, 연고 덕에 이뤄졌지 뭔가.
3
작년 한 해, 손 놓았었던 다꾸를 올해 다시 시작했다.
집념을 가지고 행하는 다꾸는 아니지만,
한 달에 한두 번, 무료하거나 예민할 때,
적정한 긴장감을 회복시켜주는 취미이다.
전에는 '재료 빨'을 중요시하며 마스킹 테이프나 스티커를
다람쥐 도토리 물어오듯, 보이면 서너 개씩 사들였는데,
이제는 있는 재료를 겹쳐 쌓고, 색 펜과 색연필을 사용하여,
좀 더 손품이 드는 형식으로의 다꾸를 하게 되더라.
그래서 생각해보니...재료빨에서 손품....
뭔가 진정한 다꾸인의 자세가 아니겠는가 싶어서 기분이 좋아졌다.
역시 기분전환은 취미에서부터라니까.
4
몇 년 전에, '준비해서 일을 벌일 생각이다.'라고 말하고 다녔다.
그때 말했던 예정 시기가 올해이다.
그러나 진작에 말한 바 계획이 허물어졌다.
준비가 최소 3년 걸리는 일인데, 최근 2년간 예기치 않은 일들이 생겨버렸다.
2년 전부터 나는 뭔가에 홀린 듯이 온 신경이 잃었던 기억 찾기로 흘러버렸고,
흠... 난감한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
예전에 어느 만화책에서
'인생은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다.'라는 대사가 있었다.
나는 그냥 말한 바를 지키지 못한 실행력 약한 사람이 된 것뿐이지만,
한편으로 어찌 보면 내게 일어난 예측불허의 상황들은
나에게 어떠한, 생의 의미를 던져주고 있는 것일지도.
계획은 세울 때가 제일 희망차고 재미있다.
단기 계획은 무게감이 적으면서 유쾌하고, 장기 계획은 묵직하면서 설렌다.
장기 계획이 무너지면서 희망차고 설레던 마음도 허물어졌었다.
계획은 허물어지고 어긋나면 상심이 되지만,
세울 때가 제일 즐거우니까, 다시 적어가며 세우면 된다.
두 종류의 계획을 두루 현실성 있게 안배하며 실행해 나가면서,
내게 파고들어 안기는 생의 의미를 통째로 삼켜 체화할 것이다.
MBTI 유형에서 J의 성향을 가졌다.
계획 세우는 거 좋아하는 유형인데, 자꾸 예측불허 상황 생기면 곤란하다.
신이 계시다면...
'살살... 예측불허 상황은 적당히 약한 걸로... 살살... 부탁해요.'
이제 다시 계획 세우러 간다, 굿 럭 투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