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몇 년 전에 배움처에 다닐 때였다.
주 5일 수업이었는데, 매일 다른 과목을 수강했다.
그중 월요일 수업은 남자 선생님이 맡으셨었는데,
진중하고 예의 있으셔서 사람이 좋아 보이는 분이었다.
그 선생님은 워크샵 참석 때문에 다음 주 수업은
자신이 수업을 하지 않는다고 하셨다.
실제 그다음 주 수업은 안 하셨고 다다음 주 수업에 나타나셨는데
거의 보름 만에 얼굴을 뵙게 되는 것이었다.
2
수강생 여자 두 분이 나에게 와서
그 선생님이 오시면 함께 인사를 하자고 했다.
어차피 수업에 들어오시면 인사를 하게 될 텐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싶으면서도
두 분이 나를 편히 여기셔서 끼워주나 싶어서 마다하지 못했다.
우리 세 여자는 쪼르르 강의실 뒤쪽으로 갔다.
남자 선생님이 뒷문으로 등장하셨고
두 분의 여자분이 반갑게 그분에게 인사했다.
작은 여자분이 먼저 인사말을 건넸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잘 다녀오셨어요?
너무 오랜만에 봬서, 얼굴 잊어버릴 뻔했어요."
선생님은 아.. 네... 하셨다.
이어서 큰 여자분이 인사말을 건넸다.
"맞아요. 정말 너무 오래 안 봬서
저는 거의 얼굴 잊어버렸었다니깐요."
순차적으로 두 분이 인사말을 건네니
뭔가 느낌상 내 차례가 된 것 같았다.
난 할 말이 없는데, 당황해서 마른 기침이 나왔다.
마른 기침을 몇 번 하고 나니 작은 여자분이
"목감기에요?"
...라고 말을 걸어주었다. 그런 건 아니었지만,
생각해 주며 걱정해 주는 건 고마웠지만,
나는 기침이 나온 김에 목적한 바가 생겨서
계속 기침을 했다. 다만 이번엔 선생님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마른 기침을 계속했다.
남자 선생님은 무게감 있으신 분으로 살갑고
다정하게 말을 붙이는 성향은 아니신 것 같은데,
내가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기침을 하니까
마지못해 예의상 말을 건네셨다.
"어디... 목이 안 좋으십니까..?"
그래서 나는 건조하게 물었다.
"... 누구.. 세요?"
3
두 여자분과 선생님, 그리고 뒤쪽 자리에 상황을 보던
수강생들이 고개를 푹 수그렸다.
정황상 웃는 것 같았다.
나는 머쓱해져서 내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말을 정리했다.
"어.. 수업 시작 5분 전이네요. 준비해야겠어요.
5분 전인데 선생님은 왜 안 오시지? 그럼 이만."
...라고 말하고는 옆의 선생님을 지나쳐서
내 자리로 가서 착석했다.
그 와중에도 수강생들은 웃는 기색이셨지만
난 몰라.. 그냥 프로그램 켜고 수업 준비를 했다.
4
이 상황을 목도하지 못하고 웃음소리만 들은 수강생들이
내게 무슨 일이었냐고 따로 물어와서,
어쩔 수없이 수강생 그룹별로 한 4번쯤 말했어야 했는데
그때마다 여지없이 웃더라.
5
오랜만에 문득 생각나서 적어본다.
내 핏속에 농담 유전자가 떠도는 것 같다니깐.
나의 농담 DNA가 자랑스럽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