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잘 스토리 9 - 012 - 누구세요

by 배져니






1


몇 년 전에 배움처에 다닐 때였다.

주 5일 수업이었는데, 매일 다른 과목을 수강했다.

그중 월요일 수업은 남자 선생님이 맡으셨었는데,

진중하고 예의 있으셔서 사람이 좋아 보이는 분이었다.

그 선생님은 워크샵 참석 때문에 다음 주 수업은

자신이 수업을 하지 않는다고 하셨다.

실제 그다음 주 수업은 안 하셨고 다다음 주 수업에 나타나셨는데

거의 보름 만에 얼굴을 뵙게 되는 것이었다.




2


수강생 여자 두 분이 나에게 와서

그 선생님이 오시면 함께 인사를 하자고 했다.

어차피 수업에 들어오시면 인사를 하게 될 텐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싶으면서도

두 분이 나를 편히 여기셔서 끼워주나 싶어서 마다하지 못했다.

우리 세 여자는 쪼르르 강의실 뒤쪽으로 갔다.


남자 선생님이 뒷문으로 등장하셨고

두 분의 여자분이 반갑게 그분에게 인사했다.

작은 여자분이 먼저 인사말을 건넸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잘 다녀오셨어요?

너무 오랜만에 봬서, 얼굴 잊어버릴 뻔했어요."


선생님은 아.. 네... 하셨다.


이어서 큰 여자분이 인사말을 건넸다.


"맞아요. 정말 너무 오래 안 봬서

저는 거의 얼굴 잊어버렸었다니깐요."


순차적으로 두 분이 인사말을 건네니

뭔가 느낌상 내 차례가 된 것 같았다.

난 할 말이 없는데, 당황해서 마른 기침이 나왔다.


마른 기침을 몇 번 하고 나니 작은 여자분이


"목감기에요?"


...라고 말을 걸어주었다. 그런 건 아니었지만,

생각해 주며 걱정해 주는 건 고마웠지만,

나는 기침이 나온 김에 목적한 바가 생겨서

계속 기침을 했다. 다만 이번엔 선생님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마른 기침을 계속했다.

남자 선생님은 무게감 있으신 분으로 살갑고

다정하게 말을 붙이는 성향은 아니신 것 같은데,

내가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기침을 하니까

마지못해 예의상 말을 건네셨다.


"어디... 목이 안 좋으십니까..?"


그래서 나는 건조하게 물었다.


"... 누구.. 세요?"




3


두 여자분과 선생님, 그리고 뒤쪽 자리에 상황을 보던

수강생들이 고개를 푹 수그렸다.

정황상 웃는 것 같았다.

나는 머쓱해져서 내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말을 정리했다.


"어.. 수업 시작 5분 전이네요. 준비해야겠어요.

5분 전인데 선생님은 왜 안 오시지? 그럼 이만."


...라고 말하고는 옆의 선생님을 지나쳐서

내 자리로 가서 착석했다.

그 와중에도 수강생들은 웃는 기색이셨지만

난 몰라.. 그냥 프로그램 켜고 수업 준비를 했다.




4


이 상황을 목도하지 못하고 웃음소리만 들은 수강생들이

내게 무슨 일이었냐고 따로 물어와서,

어쩔 수없이 수강생 그룹별로 한 4번쯤 말했어야 했는데

그때마다 여지없이 웃더라.




5


오랜만에 문득 생각나서 적어본다.

내 핏속에 농담 유전자가 떠도는 것 같다니깐.

나의 농담 DNA가 자랑스럽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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