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잘한 이야기 36

by 배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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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기수양의 심리학을 들으러 갔다.

그 강좌가 열리는 장소는 길음역에서 10분 떨어진 곳에 있다. 가는 길은 직선 길과 에둘러가는 길, 이렇게 두 가지 길이 있다.

직선 길은 짧기는 하나 차도와 인접해있으면서 또 청소년 출입 금지 구역과도 인접해있는 길이다. 청소년은 아니지만 거부감이 생겨서 그 길로는 못 가겠더라. 그런가 하면 에둘러가는 길은 평범하고 무난하나 길이 멀다. 어쩌겠는가 이번에도 돌아가는 그 길을 걸어서 수강하러 갔다.


이번 주 강의의 소제목은 '용기의 심리학'이었다.

간략한 내용을 요약해보면,


두려움이 있기 때문에 용기라는 개념도 생긴 것이다.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좀 더 들여다보려 노력하면 용기의 뇌라고 불리는, sgAcc 부분이 작동된다.

두려움이 생길 때에는 그 두려움의 작은 부분에서부터 점진적으로 노출하여 극복해보면 좋다.

두려움이 있을 때 긴장이 있을 수도 있다. 그때에 파국적인 해석을 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망칠 거야, 그럼 끝장이야'같은 해석은 좋지 않다.

두려움을 느낄 수 있고 긴장할 수 있지만 초점을 잃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해석이다. '내가 준비하고 있어. 내가 잘 해낼 수 있어',라는 긍정적인 해석을 한다.


2시간의 강의를 다 이야기할 수 없지만 인상적인 내용은 대략 저러했다.


수업이 끝나고 다시 지하철역으로 가기 위해 걸어가고 있을 때였다. 강의시간에 내 옆에 앉으셨던, 대략 63세쯤 되어 보이시는 여자분과 마주쳤다.

그분은 골목길을 바라보고 계셨다.

그 골목길은 나도 살펴보며 갈등하던 골목길이다. 방향상 그 길로 가면 지하철역이 나올 것 같고 그렇게만 된다면 대략 5분쯤은 절약할 수 있을 것 같은 길이었다. 하지만 막다른 길이 나올 수도 있고 엉뚱한 방향으로 돌아가게 될 수도 있으니, 나는 매번 바라보기만 하고 차마 그 길로의 전진을 시도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여자분이 그 길을 바라보고 계시니, 혹시 그 길의 경로를 잘 아시는가 싶어서 나는 다가가 여쭸다.


"저, 이 길로 가면 지하철역이 나오나요?"


"글쎄요, 나도 잘 모르겠네요. 나는 재활용센터를 가려고 하는데 이 길로 가면 나올까 싶어 갈등하는 중이에요."


"저도 이 길을 바라보면서 한번 시도해보고 싶었는데 혼자서는.... 이상한 데 나올까 봐 무섭고 엄두가 안 나서 못 가보고 있었어요."


"그러게요. 막혔을 수도 있으니까. 나도 센터가 나올지 안 나올지 몰라 생각해보고 있었어요."


"그럼 저희 한번 가볼까요? 용기의 뇌를 작동시켜볼까요?"


"그래요, 두려움의 작은 부분부터 노출해보는 게 좋죠. 길이 막혔어도 돌아오면 되는 거니까."


그렇게 말하고 우리는 함께 크게 웃었다.


그분의 연세가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세대 차이가 느껴질 나이 차이로 보였었다.

그러나 그 순간 우리는 동년배의 벗처럼 공감대를 나누며 웃었다.

기분 좋은 한때였다.









2


중고서점이 근처에 있다 보니 자꾸 들르게 된다.

아직 집에 읽지 않은 책이 수두룩한데 자꾸 책을 산다.

가끔은 그냥 '책을 산다'라는 그 행동의 이미지, 뉘앙스를 느끼기 위해서 사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아무튼 이번엔 소설책을 샀다.

예전부터 마음에 두고 있던 책이기에, 완독 후 내용이 마음에 안 들면 다시 팔아버릴 것이고, 마음에 들면 필사를 해봐야겠다.


글을 읽는다는 게 여전만큼 재미있지 않아서 큰일이다.

싫은 건 아닌데 예능 방송이며 영화가 재미있어서 그쪽으로 자꾸 눈길이 간다.

모쪼록 올해에는 독서량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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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가 돌이 나타나면

약자는 그것을 걸림돌이라고 말하고,

강자는 그것을 디딤돌이라고 말한다.


-토마스 칼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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