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방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어머니께서 "져니야, 저녁 먹어라."라고 부르셨다.
어느샌가 저녁식사 시간이 되었나 보다. 배가 고프지 않았던 나는 앉아있는 채로 "먼저 드세요. 저는 나중에 먹을래요!"라고 외쳤다. 그리고 하던 작업을 계속하려고 정신을 모았다. 그때 이번엔 아버지께서 부르신다.
"밥 왜 안 먹어? 이것도 안 먹어?"
식탁에 오르는 반찬이 거기서 거기인지라, 나는 나중에 라면이나 끓여먹을 생각이었는데 아버지가 '이것도'라고 하시니 뭐가 있나 싶었다.
그래서 방문을 열고 얼굴을 빼꼼히 내밀며 " '이것도'가 뭐예요?"라고 물었다.
어머니와 아버지께서 왈칵 웃으신다.
알고 보니 특별한 반찬이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아버지가 하신 말씀이었다.
나로 하여금, 뭔가 별식이 있는 것처럼 상상하게 하여 식탁으로 나오게 하려 하신, 그냥 아버지의 장난이었던 것이다.
"에이~"
뾰로통하게 내뱉자, 부모님은 또 웃으셨다.
문을 닫고 다시 방에서 작업을 시작했다.
입가에 미소가 어리는 것이 스스로 느껴졌다.
2
날씨는 너무 좋고 환경은 온화하고 상황은 평온하다.
그래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요즘이다.
나는 행복하기는 한데 한 88% 정도 행복한 것 같다. 그리고 나머지 22%는 원인 모를 불안감, 헛헛함에 시달리고 있다. 원래 행복감도 100%의 행복감은 외려 권태로움을 가져온다고 하긴 하더라. 권태보다는 불안감이 더 살아있는 느낌이겠거니, 그렇게 자신을 위로하고 있다.
그래도... 행복한데 헛헛함.. 이거 어떻게 해야 하나?
좀 고민되는데... 그래도 행복한 건 맞으니까, 일단 이 순간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불안, 초조, 헛헛함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음.... 잠을 잘까?
꿈에서 신에게 물어보면 알려주지 않을까?
바쁘신 양반이시라 만나 뵙기 쉽지 않을 텐데...
지금은 그냥 마음에 품고 화두 삼아야겠다. 언젠가 답을 얻을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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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벌은 슬퍼할 시간이 없다.
(The busy bee has no time for sorrow.)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영국의 시인, 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