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5-003
1
한 평생학습관에서 9월부터 하반기 강좌가 시작된다는 알림 문자가 왔다.
그렇잖아도 기다리고 있던 터라 얼른 사이트에 접속해들어갔다.
심리학 강좌, 미술 강좌, 그리고 취미 강좌를 신청했다.
신청해 놓고 가슴이 막 떨렸다. 얼른 배우고 싶어서 기대감이 고조되었다.
2
심리학은 늘 관심 있는 분야이고 미술은 평생을 해나갈 작업이다.
그리고 취미강좌. 이게 좀 애매한데.... 아직 취미는 아니고 슬며시 관심이 가는 분야라서 눈길이 갔다. 바로 '커피 핸드 드립' 강좌이다.
나는 그렇게 커피가 맛있더라.
쓴 에스프레소도 홀짝홀짝 잘 마신다. 쓴맛이 그렇게 묘미가 있을 줄은 몰랐었다.
모카 라테나 캐러멜마키아토 보다 아메리카노가 더 좋다.
가끔 카페라테도 마시긴 하지만 그때에도 시럽은 웬만해선 넣지 않는다. 고소하면서도 씁쓸한 맛이 풍미가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달달한 봉지커피도 잘 타서 마시고, 간혹 자판기 커피도 맛있게 잘 들이킨다.
집에서는 병에 든 맥심 분말 커피로 만족하고, 별달리 취향이랄 것 없이 커피 종류는 꼴딱꼴딱 잘 마신다.
어떨 때 '내가 커피에 대해서 좀 더 안다면 더 맛있게 마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방송에서 커피를 내려 마시는 장면이 나올 때 얼핏얼핏 "바디감이 어때요?","좋은데요. 부드럽고 깊이 있고." 뭐 이런 장면이 나오면 괜히 기분이 나빠진다.
막 지네들끼리 아는 척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별로고, 내가 모르는 그것이 도대체 뭘까 궁금해지며, 모른다는 그 사실이 뭔가 굉장히 애석한 느낌이다.
커피에 대한 관심은 수년째 갖고 있었으나 그간 그 관심을 적극적으로 표현한 것은 겨우 '커피 수업'이라는 책 한 권을 대여해 읽어본 것. 지금 기록을 찾아보니 2014년 5월 25일에 읽었다고 나온다. 적어도 3년 이상 관심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그동안 아무 행동도 취하질 않았다니...
3
구립 학습관에서 운영하는 강좌라 아마 그 지역구 주민들을 우선적으로 선발할지도 모르겠다.
신청은 7순위로 했지만 나는 그 지역구 주민도 아니고, 거기에 어차피 추첨 선발한다니까 복불복인 것이다.
용기 내어 신청했어도 들을 수 있을지 어떨지가 묘연하다.
4
커피의 바디감이 뭔지 진짜 알고 싶다.
지금의 나는 루왁 커피를 대접받는다고 해도 그 맛을 모를 것 같다.
고양이 똥이 똥맛이겠지, 뭐 대단한 맛이라고, 흥..... 한때 이렇게 생각했던 나는, 그저 바디감이 어쩌고저쩌고 하던 그들이 커피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게 심통이 났던 것뿐이다.
사실은 커피의 바디감을 알고 싶다. 루왁커피의 바디감도 알고 싶고 말이다.
5
글도 그림도 작업이 되어버린 지금, 내겐 새로운 취미가 필요하다.
좋은 취미는 사람을 넓게 만들어준다던데.... 커피에 관한 강좌가 내게 어떤 영향을 줄지 궁금하다.
기대된다.
6
그런데... 추첨에서 탈락하면 어쩐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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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마실 때가 정말 좋다. 생각할 시간을 주기 때문이다.
그것은 음료 이상이며, 일어나고 있는 어떤 현상이다.
커피는 시간을 주지만, 그러나 물리적인 시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본연의 자신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의미다.
그러므로 한 잔 더 마시기를!
-거트루드 스타인(미국 여류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