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5-005
1
지인은 보통의 남자들과 다를 바가 없다.
게임 좋아하고 전자기기 좋아하고 늘씬한 여자를 좋아한다. 그가 자주 하는 이야기지만 그는 "키 크고 글래머러스한 외국인 여자가 지나가면 눈길이 저절로 간다."라고 말하곤 했다.
어느 날 지인이 집에 있는데 아버지가 하던 일을 멈추시고 갑자기 tv를 뚫어지게 보고 계셨단다. 시청하고 있는 방송은 '6시 내 고향', 지인은 아버지가 뭘 그리 열심히 보고 계시나 아버지의 시선을 따라가봤다. 화면에는 늘씬하고 예쁜 외국인 여성 리포터가 한창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아버지의 눈길이 그 여성 리포터에서 떨어질 줄 모르셨다. 그래서 지인은 생각했단다.
'내가 아버지의 피를 받았구나.'
2
같은 지인이다.
지인은 어깨가 아파서 물리치료를 받으러 병원에 갔단다.
물리치료사가 여성이어서 약간은 두근거렸다고, 여성의 손길을 느끼게 되겠구나 싶어서 어느 정도 설레었다고 한다.그러나 막상 치료사의 손길을 느낄 틈도 없이, 어깨를 무지막지하게 꺾고 늘이는 터에 극렬한 통증만을 느꼈다고 한다.
나는 컥컥 웃으며 실망했느냐고 물었다.
지인은 "눈물이 나더라고요."라고 한다.
3
이 지인은 정말 글감으로서는 최고의 재료이다.
이 지인을 소재로 글을 쓰면 책 한 권 분량은 될 터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희화하여 쓰다 보면 지인의 심기에 거슬릴 수도 있고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쓰지 못하고 있었는데, 내가 글감이 없다고 하자, 막 스스로 소재를 제공하여 주며 쓰라고 한다.
이 지인이 나를 너무 믿고 있는 것 같아서 되려 더 못 쓰게 될 것 같다.
젠장. 왜 이렇게 착한 거야!
---------------------------------------------------------
남자는 높은 모험심과
승리의 강렬한 열정,
창조적인 행동에서
자신의 최고 기쁨을 발견한다.
- 생텍쥐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