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5-006
1
오늘은 예약 도서를 받으러 구립 도서관에 다녀왔다.
집 근처 작은 도서관에서 수령하면 될 줄 알고 갔는데 예약 도서는 구립 도서관에서 직접 받아야 한단다.
얄궂은 샌들에다 모자 눌러쓰고 추레하게 나왔다가 구립 도서관까지 갔다 오려니 영 마음이 안 내켰다.
하지만 집에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는 것도 내키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냥 나온 김에 구립 도서관으로 버스를 타고 직행했다.
평소 같으면 책들을 둘러봤을 텐데 후줄근한 내 모습이 너무 민망해서 얼른 책만 수령하고 나와버렸다.
버스를 타서 카드를 단말기에 대니, '환승입니다.'라고 한다. 도서관까지 초고속으로 들어갔다 나오긴 했다. 총 2400원이 들 줄 알았는데 1200원으로 왕복할 수 있으니 다행이다....라고 생각했는데 젠장... 버스를 잘못 탔다.
내려서 구시렁거리며 1정거장을 거슬러 올라갔다.
선크림도 안 바르고 나왔는데 다 타겠네.
아우 더워. 물도 안 가지고 나왔는데... 구시렁구시렁....
다시 버스를 타서 단말기에 카드를 대니 '환승입니다.'라고 나온다.
버스를 세 번 탔는데, 갔다가 잘못 탔다가 다시 돌아오는 데에, 1200원이 들었다니,
이거 뭔가 손해가 아닌 이익인 것 같은 느낌이다.
길을 헤맨 게 아니라, 저렴하게 나들이 갔다가 온 듯, 수지맞은 듯, 기분이 괜찮더라.
2
지인과 한참 통화를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나는 한 지인에 대해서 말하는데 의도치 않게 그 인물을 부정적으로 묘사했다. 자신의 뜻만 관철하려는 느낌이 그다지 좋지 않다.... 고 완곡하게 말했으나 사실적으로 명백하게 '뒷담화'였다.
그렇게 뒷말하고 나니 왠지 마음이 찜찜해서 나는 자조적으로 그리고 자기방어적으로 말했다.
"내가 예전에는 뒷말 같은 거 안 했는데 최근에 들어서서 남의 뒷말을 하고 있네요. 아무래도 뒤늦게 뒷담화의 세계에 빠져든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 들어서 알겠지만 내가 정말 터무니없는 걸로 쌍욕을 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냥 좀 못마땅하다는 정도지, 안 그래요?"
그랬더니 지인이 그런다.
"악담하면 저죠! 저 예전에 OO 씨, OO 씨 엄청 욕했잖아요. 기억나죠?"
지인이 마치 자랑하듯 당당하게 말하니 웃음이 나왔다.
3
기왕 이렇게 된 김에 지인과 나는 뒷담화의 효용이 뭐 있을까 이야기를 나누었다.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정보교환과 소통으로 동지애가 생겨남.
대화 능력 향상, 공감지수 증가, 사회적인 대인관계의 발전.
타인을 통한 자아 성찰.
마지막으로 뒷담화로 에너지 소모가 활발하여 식욕이 향상된 나머지 내장지방이 증가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으나 애초에 효용을 따지자는 것이었으므로 훈훈하게 결론지었다.
뒷담화로 에너지 소모 활발하여 다이어트 효과.
그렇게 마무리 짓고 지인과 나는 크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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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로운 일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라.
아직 여전히 존재하는 아름다운 일만 생각하라.
- 안네 프랑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