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5-007
1
반팔, 반바지 입은 사람을 보면 내 몸이 추워지는 기분이다.
침대 위에 깔았던 돗자리를 거둬들였다.
저녁이면 창문은 꼭꼭 닫는다.
이제 찬물 들이키는 건 안될 것 같다.
가을이다.
2
작은 강의실에서 북적북적 앉아서 듣는 강좌가 있다. 그 강의실 중앙에 분위기 메이커이신 남자분이 계시는데 그분이 감자를 가져왔다고 한다. 그분은 감자를 직원들에게 넘겼고 직원분들은 감자를 삶아서 뜨끈한 알감자를 2알씩 쉬는 시간에 나눠주셨다. 2알씩이라고는 하지만 인원이 제법 많아서 그 인원 수대로 먹이려고 챙기셨으면 무게가 꽤 되었을 텐데, 한두 번도 아니고 벌써 여러 번 감자를 얻어먹고 있다.
감자를 챙겨오시는 것이며, 감자를 삶아주시는 것이며... 일반 강좌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가족적인 지부회에서 열리는 강좌이고 주 수강생이 나이가 지긋하시고 여유 있는 분들이라 이렇게 가끔 먹을 것을 돌리곤 하신단다.
내가 결석하는 수요일에는 달걀을 가져오시는 분이 계셔서 많이 삶아먹으셨단다. 살충제 달걀 파동으로 요새는 사라졌지만 말이다.
여하튼 남자 수강생님과 직원분들 덕에 맛있게 알감자를 먹었다.
햇감자는 9월이 제철이라고 하더라.
제철 햇감자를 먹으니 신체가 가을 모드로 변하는 것 같은 기분이다.
'이제 가을이니 추위 대비하여 슬슬 살을 찌워야지?'
라고 나를 달래며 뭐든 더 먹으라고 설득하고 있다.
맛있게 먹으면 0 칼로리라고 하던데 맞는 말인가?
더 먹을지 덜먹을지를 갈등한다.
가을이다.
3
"누나는 제철 감자를 드셨다구요? 저는 제철 라면을 먹었어요."
"제철 라면이 뭐야?"
"그런 게 어딨겠어요, 그냥 라면이죠."
가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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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을 조심하라. 처음 한 걸음이 장차의 일을 결정한다.
-에디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