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5-008
1-1
김치냉장고 좌칸에 전원이 들어오지 않았다.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걸어서 문의하니 상담원은 코드를 뽑았다가 다시 꽂아보라고 권했다. 간혹 그렇게 해서 문제가 해결된다고 말이다.
냉장고 뒤쪽에 대여섯 개의 코드가 꽂혀있어서 복잡했을 텐데 아버지는 냉장고를 움직여 공간을 만든 다음 손을 넣어 코드 하나를 뽑았다 꽂았다. 그래도 좌칸에는 전원이 들어오지 않았다. 결국 어머니는 방문 서비스를 신청하시고는 기다리셨다.
그런데 나는 스멀스멀 의혹이 들었다. 코드를 뽑았다가 꽂았을 때 냉장고의 멀쩡한 우칸 전원이 꺼졌다 켜지는 것을 보지 못했다. 곁에서 과정을 지켜보던 나는 아버지 몸에 가려져 우칸 상태를 확인하지 못했는데 그게 내내 찜찜했다. 그래서 아버지께 어떤 코드를 뽑으셨었냐고 여쭙자 맨 왼쪽 코드를 뽑았었다고 하신다. 내가 뽑아서 확인해보니 그건 정수기 코드였다.
1-2
김치냉장고의 코드를 찾아내어 뽑았다 꽂았다. 냉장고 우칸은 물론 문제의 좌칸에도 전원이 들어왔다. 냉장고 문제가 해결되는 순간이었다.
1-3
나는 부모님께 만 오천 원을 요구했다. 서비스 직원 출장비가 만 오천 원이라고 했는데 내 덕에 굳지 않았는가.
부모님은 아무 말씀을 안 하셨다. 아무래도 무리한 요구였나 보다.
그래서 방향을 바꿔 정신적 보상을 요구했다.
"나 칭찬해 줘요."
부모님은 나를 거들떠도 보지 않으셨다. 그것도 무리한 요구였다 보다.
나는 쓸쓸히 내 방으로 들어가 냉수를 소주처럼 들이켰다. 크흑.
2
글쓰기 강좌를 수강하고 있는데 같은 강좌를 수강하는 선생님 두 분에게 좋은 일이 있으셨다.
한 분은 저번에 시로, 한 분은 이번에 소설로 번듯하게 수상, 시인과 소설가로 등단을 하신 것이다.
그 어려운 것을 두 분은 해내셨다.
나는 그분들의 카톡 프로필 사진을 살펴봤다. 일단 코가 긴가 짧은가를 살펴봤다.
보통 관상에선 코가 길면 지적인 면모가 강하다고 했던 것 같다.
관상 지식이 짧아서 '문인의 상'인지 아닌지는 모르겠고 그저 글을 쓰시는 분들인데 지적인 면모가 있으신 지가 궁금해서 사진을 쳐다봤다. 과연 두 분 모두 코가 긴 편이시다.
가만, 시라노도 코가 길어서 글을 잘 쓴 것일까? 뭐 어쨌든 그런 자잘한 생각을 하다가 그다음엔 당연하게도 나는 거울을 봤다.
어찌 보면 보통인 것 같고, 어찌 보면 긴 것도 같은 애매한 내 코길이를 가늠하다가, 그냥 코를 잡아 늘려볼까 생각하다가... 이런 생각들... 부질없다... 결론 내리고는 그냥 글을 열심히 쓰겠다고 다짐했다.
그럼에도 두 분이 좀 부럽다고 생각했는데, 자연스럽게 노래를 읊조리게 되더라.
다음번 주인공은 나야, 나, 나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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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은 평범한 사람을 특별한 사람으로 만드는 마법의 문장이다.
-막심 고리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