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잘한 이야기 02

시즌5-010

by 배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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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쓰기 반에서 수강생 작품을 합평했다.

그 합평 작품 글이 예쁘고 고왔다.

한 선생님이 말씀하신다.

"그동안 험한 글을 많이 읽다가 이 글 읽으니까 곱고 예뻤어요."

사람들이 와락 웃었다.


그간 수업으로 읽어온 글들이 "인간의 감각(이재웅)", "모두 왕의 말(커트 보네거트)","호수-다른 사람(강화길) , "밤의 마침(편혜영)" 대략 이런 글들이었다.


"험한 글"이라는 말이 어떤 것인지 확 이해가 되면서, '무서운' 혹은 '독한'이라는 표현이 아니라 '험한'이라는 표현이 너무 곱고 정제된 느낌이라 재미있었다.


말씀하신 선생님은 곱고 얌전해 보이셨는데 말씀도 그리 곱고 얌전하게 말씀하신다.

그래서 더 재미있는 느낌을 받은 것 같다.





2


아버지께서 경미한 차 사고를 내셨다. 다친 사람이 아무도 없고 차만 약간 찌그러졌던 모양이다.

전날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고모부 꿈을 꿨다고 하시던데, 자세한 꿈 내용은 모르겠지만 고숙께서 돌봐주셔서 사고가 경미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3


한 선생님이 나를 예쁘게 보시고 소개팅을 주선하셨다.

친구의 아들이 미혼이라고, 친구에게는 "얼굴이 예쁘지는 않는데 착해 보이고 수수하게 입고 다니는 아가씨가 있다."라고 이미 말을 해두셨고 그 친구분은 "그런 아가씨면 좋다."고 하셨단다.


예쁘게 보신 것은 같은데 "예쁘지 않"다고 소개하신 것을 어찌 받아들여야 할까?


지인의 말로는 "예쁘지 않다고 해놔야 막상 만났을 때 '나쁘지 않네',라고 생각이 들지 않겠느냐."라고 한다.


그렇다면 현명하신 처사.

아직 확실하지는 않지만... 부담 없이 만나보라고 하시니....

음... 그래도 고민된다.








4


어머니가 파를 다듬으셔서 곁에서 도왔다.

한 20분 정도 다듬었는데 허리가 뻐근했다. 엄지손톱에 파잎물과 흙물이 들었다.

요리를 하는 건 괜찮은데, 밑재료 다듬는 건 영 재미가 없다.

이 재미없는 걸 어머니는 계속하신다. 죄송스럽고 감사했다.






5


손을 씻고 수도꼭지에 물을 끼얹곤 한다.

수도꼭지도 깨끗해야 하니까.

오늘도 수도꼭지에 물을 끼얹다가 문득 옛날 생각이 났다.

고등학생 때, 그런 나를 보고 웃고 장난치던 친구가 떠올랐는데... 잘 살고 있으려나.

가을 되니까 아스라이 옛 생각이 나는구나.

수도꼭지를 반들반들하게 닦았다. 기억이 반들반들 윤이 나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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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과정도 이유 없는 것이 없다.

모든 생성은 그 원인을 가지며 그러기 때문에 필연이다.


-레우키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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