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오라

시즌5-011

by 배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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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0월 3일은 하늘이 열리는 날이었는데, 내 지갑이 열리는 날이기도 했다.

전자책 단말기를 덜컥 결제해버렸다.

단말기와 묶음으로 되어있는 세계문학 전자책 190권과 별도로 리모컨은 물론이고 케이스까지...

사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지 불과 3일 만에 사버린 것이라 거의 충동구매가 아니었냐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했다.

마침 연휴라서 결제만 이루어졌을 뿐 상품이 발송되려면 아직 한참 남았다. 지금이라도 마음을 고쳐먹으면 얼마든지 주문취소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구매는 건전한 거 아니겠나.





2


어릴 적에 어머니께서 세계명작동화 40권 전집을 사주신 적이 있었다.

그 시절의 나는 할 일이 너무 없어서 심심해 죽겠을 지경이었다.

사주신 명작 전집은 초등생이 읽기에 글씨도 빽빽하고 종이질도 좋지 않았다.

그에 비해 이웃에 살고 있던 여자아이의 동화책은 얼마나 멋지던가.

화려한 일러스트에 색색의 색깔, 반질반질한 종이질...아름다웠다.

내 전집은 두께도 '왕' 두꺼워서 읽기 전에 그 두께에 벌써 질리는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그 책들을 다 읽었다.

심심해 죽지 않으려면 뭔가 할 게 있어야 했고 명작은 명작이었던지 내용이 제법 훌륭하고 재미있었다.

걸리버 여행기, 소공녀, 허풍선이 남작의 모험, 피노키오, 행복한 왕자, 야성의 부르짖음....

카하~ 정말 재미있게 읽었었는데.....

40권을 하나하나 독파해나가는 것도 정말 기분이 좋았고 말이다.

아무튼 그 초등생 시절이 내 독서의 황금기였다. 시간은 많았고 장난감도 별로 없었고 심심했고... .








3


지금 내 상황이 독서하기에 딱 좋은 시기다. 시간은 많고, 장난감은 많지만 심심하고...

그래서 독서에의 열의가 타오른 것 같다.

예전부터 책을 잔뜩 쌓아두고 섭렵해나가는 그 맛을 다시 느끼고 싶었다.

간간이 홈쇼핑에서 문학전집을 판매하는 걸 보면, 채널을 바꾸지 못하고 계속 갈등하던.. 그러나 몇백권의 책을 쌓아두기엔 너무 공간이 좁아질 것 같아서 포기했던.... 그 가련하던 아이.... (나야, 나~, 나야, 나~)


전자책 단말기만으로는 욕심나지 않았는데 세계문학 190권을 저렴하게 판다고 하니 솔깃했다. 전자책이니 공간 걱정 안 해도 되고 말이다.

190권을 다 읽는 데에 시간은 걸리겠지만 결국 다 읽을 것을 확신했기에 구입했다.

고로 충동구매는 아니었다.






4


설레면서 두근거린다. '언제 도착하나?'하고 기다리는 마음에 심장이 쫄깃하다.

연휴가 끝나야 업체에서 배송이 시작된다. 어서 연휴가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아... 정말 완전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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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가장 조용하고 변함없는 벗이다.

책은 가장 쉽게 다가갈 수 있고 가장 현명한 상담자이자,

가장 인내심 있는 교사이다.


-찰스 W. 엘리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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