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고로움을 잊게

시즌5-015

by 배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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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머니의 바지를 만들었다.

늘 하던 대로 내가 바지본을 그리고 재단을 했다. 그리고 어머니가 재봉을 하셨다.

바지 지퍼 박는 게 제일 어렵다시며 어머니는 내게 코칭을 원하셨다.

나는 옆에서 이런저런 코칭을 하고 어머니는 능숙하게 재봉틀을 돌리셨다.

마침 집에 있었던 오빠가 우리 둘을 보고 묻는다.


"바지 만드는구나. 근데 니가 만드는 거야, 어머니가 만드시는 거야?"


오빠가 보기에 분명 어머니가 재봉질을 하시는데 내가 옆에서 꼼지락거리며 재봉 책을 찾아보고 뭐라고 쫑알쫑알 코칭하는 것을 보면서 '쟤는 뭐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나 보다. 에둘러 '누가 만드는 것'인지를 묻는 걸 보면 말이다.


"바지본과 재단은 내가 하고 재봉은 어머니가 하시는 거야, 나는 지금 옆에서 코칭하고."


말하다 보니 왠지 개수에서 3가지를 담당하는 내가 더 중요한 일을 하는 것 같아서 어머니의 재봉 작업의 중요도가 묻히는 기분이었다.

그냥 '내가 이전 일들을 다 하고 어머니가 마무리 재봉을 하시는 거야.'라고 말한다고 한들 틀린 말은 아니고 그까짓 말에 어머니가 기분 상하실 일도 아니니 그리 말해도 괜찮았을 것이다. 그래도 그건 아니었다.


"그래서 같이 만드는 거지."라는 뒷말로 어머니와의 협업임을 말하고 나니 마음이 편했다.


조금 잘난 척하면서, "나 없으면 어머닌 바지 못 만들어! 안 그래요, 어머니?"라고 능글맞게 말해봄직도 하지만 나는 워낙 천성이 '양반'에다 '천사'인지라, 참, 늘 겸손하게 말한다니까, 이런 천사 양반 같으니라고. 아이, 참, 나 이렇게 심성이 고와서야 원. 참 착하디착하지 뭐야.

(아얏!... 꼭.... (울먹울먹) 돌을.. (울먹) 던져야만... 했냐!)





2


어머니는 완성된 바지를 입어보시고는 잘 맞는다고 좋아하셨다.

옷이 성공적으로 만들어져서 어머니는 기분이 좋으셨나 보다.


"수고했다."


전날, 방바닥에 전지를 펼쳐놓고 구부정하게 허리를 굽혀가며 옷본을 그리고, 다시 방바닥에 옷감을 펼쳐놓고 재단을 하느라 허리가 너무 뻐근하고 아팠다.


그 고단한 느낌을 잊게 하더라, '수고했다'라는 한 마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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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해 주는 어머니도 있고,

꾸중하는 어머니도 있지만

사랑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대부분의 어머니들은

키스도 하면서 함께 꾸짖습니다.


- 펄 S. 벅./미국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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