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기와 계획

시즌5-021

by 배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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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간 몇몇 창작하는 지인들에게 제안을 했다.


창작이란 일단 많이 하면 할수록 실력이 늘게 되니까 내기를 하지 않겠냐고.

각기 자신들의 작업을 열심히 해서, 순전히 양으로만 대결하여 진 사람이 이긴 사람에게 소정의 상품을 주는 것이 어떠냐고 말이다.


지인들은 시큰둥해 했다. 나라고 그 내기가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이길 자신이 있어서 내기 제안을 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렇게 약간의 긴장감을 주는 무엇인가가 있어야 자극이 되어 열심히 하지 않을까 싶어서, 내가 질 확률 역시 농후함에도 제시했던 것이다.

수년에 걸쳐서 여러 명에게, 올해도 몇몇에게 제안했다가 퇴짜를 맞고는 상심하고 있었는데 예기치 않은 인물이 나타났다.







2


그 지인과 통화하다 보니 창작에의 의지가 넘치는 것 같아서 좋아 보였다.

거기에 "양으로 승부를 보겠다."라는 이야기가 나와서 혹시나 하고 내기 제안을 꺼내봤는데, 이 친구 덥석 하자고 한다.

갈등하는 것 같지도 않고 너무 후련하게 대답해서 놀랐다.

명쾌하게 "2018년 1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작업한 량"이라고 기간 제시까지 한다.

이쯤 되면 정말 할 생각이 있는 것이렸다!

결과에 대한 상품은 맛있는 밥 한 끼 사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3


사실 밥 한 끼 그냥도 사줄 수 있는데, 이런 건강한 내기라면, 진다 한들 작업한 창작물은 생길 것이니, 몇 번 져서 밥을 사더라도 손해 보는 내기는 아닌 것 같다.


그런데... 평소 지인의 작업량을 들어보니 나보다 두세 배가 많다.

져도 손해 보는 내기는 아니지만...

...지고 싶지는 않다... 어쩌지...... 작업해야지, 뭐.






4


조금씩 내년 계획을 세우고 있다.

쓸데없이 거창한 계획이 세워지고 있어서 '워워! 이러면 안 돼!'라고 스스로를 자제시키고 있다.


예를 들면 "독서하기- 1주일에 1권 이상"이라고 썼다가 '한 달에 30권 읽는다는 사람도 있다던데 너무 적은 거 아닐까?'라는 생각에 " 1주일에 2권 이상"이라고 적는다던가.

본격적으로 독서를 시작하면서 가장 많이 읽었던 2006년에 47권 읽었던 것이 최대였다. 그때 시간이 많았음에도 52권을 읽지 못했는데, 요즘처럼 많은 것을 하는 내가 과연 104권을 읽을 수 있을까?

다시금 "1주일에 1권 이상"이라고 고쳐 적었다.


그런 식으로 고쳐 적어야 할 계획이 많다.

자꾸 욕심으로 적는 터라 살짝 피곤도 하다.

그래도 그렇게 '계획할 수 있는' 내 상황이 기쁘고 감사하다.

희망과 여유가 있어서 가능한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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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그 사람을 알기 위하여

그의 과거를 묻는 것에 못지않게 그의 꿈을 물어봅니다.

그의 꿈을 물어 그 사람을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신영복의 "더불어 숲"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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