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일상에 예의를 갖추라

장애인의 날 기념, 농아인들의 일상을 바라보며

by 삐딱한딴따라

파티나 축제 등의 이벤트는 매우 즐겁다.

일상의 공간에서 매일 같이 비슷한 모양새로 반복되며 벌어지는 시계추 같은 일이 아니기에 우리의 시선을 돌리게 하고 심장을 뛰게 하며 아주 소소한 일탈마저도 허락하는 마성의 매력을 지니고 있다.


정반대로 시계추 같은 일상이지만 이를 지켜내고 유지하는 일은 우리네 삶의 바탕을 보호하는 일이며, 공동체를 구성하고 있는 각 구성원에게 주어진 역할과 책임을 다하도록 지원하는 든든한 배경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다양한 법률과 제도를 통해 이에 필요한 모든 수단과 도구들을 보호하고 지켜내는 울타리를 치고 있으며 끊임없이 이러한 도구를 주인 된 시민들이 쓰는 데 불편함은 없는지, 차별 없이 모두에게 평등하게 제공되고 있는지,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점검하며 정치와 행정을 통해 엄격하게 다스리며 관리하고 있다.


특히 글과 언어는 소통을 위한 도구 이전에 인간의 기본권을 지켜내기 위한 필수 불가결한 도구이다.

절대로 차별이 있어서도 안 되고, 어려워서도 안 되며, 누군가 독점해서도 안 된다.


농아인들은 커다란 공동체 안에서 어쩔 수 없는 소수이다.

그 소수의 농아인은 그들만의 언어를 가지고 다른 언어를 가진 다수의 사람들과 존재하며 살아내야 한다.

이 문제가 농아인들은 평범한 일상을 평범하게 살아낼 수 없는 문제의 핵심이기도 하다.


공연장에서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장애인식 개선을 위해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수어로 공연하는 것도, 평생학습센터 수어교실에서 배운 짧은 지식으로 가족과 연인에게 수어로 사랑을 고백하는 것도, 아름답고 감사한 일이지만 이는 일상의 테두리를 벗어난 잠시의 축제 같은 이벤트일 뿐이다.


일상은 이벤트가 아니어야 하고 평범해야 하며 어렵지 않아야 하고 차별이 있어서도 안 된다.


농아인들도 업무를 위해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하며 다양한 서류를 보아야 한다.

식당에서 점심을 주문하고 커피를 마시며 마트에 들러 장을 봐야 하고 철 지난 세탁물을 맡기고 찾기도 해야 한다.

친구와 약속을 하고 여행도 가고 몸이 아파 병원을 가기도 하며 대출을 위해 은행도 간다.

화도 내어야 하고, 칭찬도 해야 하고, 애절하게 청원을 하기도 해야 한다.

고백도 해야 하고, 사랑도 해야 하며, 슬프게 이별도 해야 한다.


우리 공동체는 세심하게 돌아보고 또 반성해야 한다.

이러한 평범한 일상을 과연 농아인들도 평범하게 누리며 살 수 있는가?

그럼 우리는 얼마만큼 이를 위해 애쓰고 있는가?


기본이다.

누구나 평범하게 누려야 한다.

더욱이 예전처럼 목숨 하나 부지하는 것도 어려운 시절을 넘어 강대국의 소리를 들으며 사는 요즘이다.

너와 내가 숨 쉬듯이 누리고 사는 일상이 같은 땅에 살며 다른 언어 하나 쓴다고 문젯거리가 되어 있다면 우리는 심각하게 돌아봐야 한다. 그들의 일상에 너무나 큰 무례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리가 소수의 다른 언어를 쓰는 저들의 일상에 무관심했다면 이제라도 저들의 평범한 일상에 예의를 갖춰야 한다. 평범함이 더더욱 평범해지도록…….

136199995_154303262900097_7606890005472691967_n.jpg 그림협찬: 짱새(https://www.instagram.com/semi_j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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