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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콩 Dec 13. 2021

너는 비자가 없으니깐 보너스 못 받아

비자 없는 외노자의 서러움

한국 직장인에게 설날, 추석 보너스가 있는 것처럼 멕시코 직장인에게는 '아기날도'라는 연말 보너스가 있다.


쉽게 말하자면 12월에 나오는 크리스마스 보너스 같은 건데, 만 1년을 근무하면 기본급의 한 달치 월급이 추가로 나오는 식이다.


나도 9월부터 일하기 시작해 이번 보너스로 한 달 월급의 4분의 1, 많으면 3분의 1을 받을 수 있었다.


최소 한 달치 이상의 월세를 벌었다는 생각에 기뻐하고 월급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일주일 후 들리는 선배의 말 한마디


"제이크.. 우리 크리스마스 보너스 못 받는대!"



우리 회사는 대기업치고 비자가 늦게 나오는 편이다. 저번 포스팅에서 썼던 것처럼 비자를 받으려면 멕시코 대사관으로 비자 심사를 하러 가야 하는데, 다른 대기업과 비교해 유독 늦게 진행되는 편이라 

우리끼리 '얘네 일부러 비자 늦게 신청하는 거 아니야?'라는 말까지 하곤 한다.


멕시코 이민청의 실수로 인해 나는 처음부터 다시 비자 심사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고, 현재 소식 없는 심사 일정을 기다리는 중이다.


그 말은 정직원 티오로 들어왔지만 비자가 나오기 전까지 정식 사원번호를 받을 수 없고, 더 나아가서는 회사가 제공하는 복지 혜택을 온전히 누리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임시 사원번호로 일하는데 불편함도 있다.)


비록 비자가 나오기까지 작은(?) 복지혜택들은 포기할 수 있지만, 일 년에 한 번 받는 보너스를 단순히 비자가 없어서 못 받는다? 그것도 한국인 둘만?


이런 일이 있다고 너무 억울하다고 하소연하니, 혹자는 3개월 일해놓고 그게 얼마 된다고 그렇게 아쉬워하냐고 말한다.


어떻게 저런 말을 젊은 나이에 개발도상국에 와서 일하는. 그것도 차가 없어 택시비 조금 더 아껴보겠다고 아등바등 살아가는 청년에게 쉽게 할 수 있단 말인가..


비록 아직 받을 수 있는지 없는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그냥 손 놓고 있었다면 전 직원들이 받는 보너스를 놓칠 뻔했다. 


안 그래도 제일 욕먹기 쉬운 부서에서 야근 수당 없이 일하며, 현장 직원들이 실수한 것들 커버하느라 억울해 죽겠는데


비자가 안 나왔다는 이유로 이와 같은 당연한 보너스도 못 받고


미리 어떻게라도 챙겨주려는 노력도 보이지 않는 조직의 민낯에 눈살이 찌뿌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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