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새끼야'의 뜻을 물어보는 멕시코 동료들
멕시코에 있는 한국기업에 일하다 보면 종종 동료들이 한국어를 물어보곤 한다.
일단 '제이크'라고 불리는 나에게는 내 한국 이름을 물어보기도 하고, 조금 더 유대감이 생기면 많이 들어 귀에 익지만 뜻을 모르는 단어를 물어보곤 한다.
'새끼야', '돌대가리야', 'X발'등등..
저 단어들이 동료들의 입에서 나왔을 때는 마냥 재밌었는데 지나고 나니 뭔가 조금 씁쓸하다.
아마 40대 이상 된 한국인 관리자들에게서 들었을 거다. 회사가 생산법인이라 사무실에 투박한 사람들이 더 많기도 한 것 같다. 물론 멕시코 동료들도 스페인어 욕을 내뱉으면서 일하기도 하지만, 그 대상이 사람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멕시코 동료들이 저런 상스러운 단어를 접하게 되는 이유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업무에 대한 멕시코 직원들의 부주의함, 둘째는 잘못된 한국인 관리자들의 전달 방식
첫 번째 원인에 대해서는 확실히 멕시코 직원들이 한국인 직원보다 일을 꼼꼼하게 하지 못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건 개인차가 있어서 무조건 이것이 원인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두 번째 원인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한국인 기성세대 관리자는 나와 같은 청년들과 비교해 전달 방식이 투박하고 스페인어 구사력이 떨어진다. 이로 인해 자신이 말하는 것이 전달이 안 된다고 느끼면서 목소리가 커진 게 아닌가 싶다.
이처럼 크게 두 가지 원인이 하모니를 이루어 한국인 관리자 입에서 상스러운 단어가 튀어나오지 않았나 조심스레 예측해본다. 하지만 만약 위와 같은 것들이 의사소통의 오류를 가져온다고 한다면 깊이 고민하고 개선해야 하는 것은 관리자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한국인 관리자들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일하며 느끼기에도 (사무직원들은 덜 하지만) 현장 직원들과 의사소통할 때는 '이 정도면 다 전달됐겠지'라는 생각으로 안심하면 큰일 난다. 나도 이런 안일한 생각으로 더블체크를 안 해서 한 번에 끝낼 수 있는 일을 두 번하고 야근까지 하게 된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멕시코 직원들이 실수한다고 해서 ‘한국어는 못 알아듣겠지’라는 단순한 마음으로 상대방 앞에서 자신의 기분을 순간적으로 욕으로 쏟아내는 언행은 정당화될 수 없다.
회사에서 한국인의 지위가 상대적으로 높다고 해서 똑같이 지음 받은 다른 사람에게 아무렇지 않게 욕을 하고 그 사람에게 상처를 입혀도 아무 문제없다고 생각하는 걸까
뭐 아마 저런 생각도 안 할 거고 해 보지도 않을 거다.
‘저 상사는 잘못 교육받은 사람이야 모든 한국인들이 저렇지 않아’라고 설명하지 않고
한국어를 못하는 직원들이 ‘새끼야’ ‘돌대가리’와 같은 단어를 모르고 궁금해하지 않는 날을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