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죄송합니다.
살아도 될까요?

다자이 오사무 -인간실격

by 단상

다자이 오사무(太宰 治, 1909~1948)는 일본 데카당스(퇴폐주의) 문학무뢰파(無賴派) 문학의 대표주자로 불린다.


데카당스는 프랑스어로 '쇠퇴', '퇴폐'를 뜻하며, 19세기 말 유럽 전역, 특히 프랑스에서 시작된 예술 및 문학 사조로 기존의 사회 규범과 도덕을 비판하고 반대하며, 말기의 로마 제국처럼 파멸로 향하는 퇴폐적이고 관능적인 문화에서 새로운 미를 찾으려 했다.


무뢰파에서 무뢰(無賴)'는 '아무 하는 일 없이 건달처럼 사는 사람'을 의미하는데,제2차 세계대전 종결 직후 일본의 혼란스러운 시기에 등장한 일련의 작가들을 일컫는 말로 반속(反俗, 세속에 반대함), 반권위, 반도덕적 언행을 통해 시대를 상징하며 다자이 오사무, 사카구치 안고, 오다 사쿠노스케 등이 대표적인 작가다.


다자이 오사무의 본명은 쓰시마 슈지로.


유복한 가문에서 태어났으나 자신의 계층과 시대에 대한 심각한 부끄러움과 죄의식을 안고 살았다.


그의 삶은 끊임없는 자기 파괴허무주의로 점철되어 있다.


다섯 차례에 걸친 자살 시도, 마약 중독, 복잡한 여성 관계,그리고 '인간 실격'을 탈고한 직후, 그는 연인과 함께 다마가와 강에 투신하여 39세의 짧은 생을 마감했는데 인간실격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자전적 소솔이다.


줄거리


인간실격은 총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문과 후기는 '나'라는 화자가, 본편은 주인공 오오바 요조가 남긴 세 편의 수기 형태로 진행된다.

민음사 출판본은 159페이지로 소설이 끝나고 나머지는 작품 해설이 실려있다.

쉽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술술 읽히는 책은 아니다.

암울함, 헛헛함, 상실과 우울, 절망.. 왠지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을 읽을때의 느낌이 되살아났다.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주인공 요조는 인간의 삶, 특히 서로 속이고 있는 인간들의 마음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 인간 세상이 무서웠던 요조는 사람들이 자신을 해칠까 봐 두려워 '익살꾼'처럼 행동하며 살기로 한다.


학업을 위해 도쿄로 상경한 요조는 나쁜 친구와 어울려 술, 담배, 매춘 등 퇴폐적인 생활에 빠져들었다. 이러한 행위는 잠시나마 인간 세상의 공포를 잊게 해주는 탈출구였다.

그러다 한 유부녀와 함께 바다에 뛰어들어 동반 자살을 시도한다. 하지만 요조만 혼자 살아남았고, 그는 더욱 깊은 절망의 늪에 빠진다.


이후 요시코라는 순수한 담배 가게 아가씨를 만나 결혼한 요조는 그녀의 순수한 신뢰 속에서 "나도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속에 잠시 안정을 느끼는 듯 했다.


하지만그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요조는 요시코가 성폭행당하는 장면을 목격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지켜보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완전히 무너지고만다.


그는 또다시 술과 약물 중독에 깊이 빠져 폐인이 되어가고, 결국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그는 스스로를 "인간 실격"이라 선언한다.



"나에게는 지옥보다 인간 세상이 훨씬 무서웠습니다."


요조는 왜 익살꾼이 되기로 한 것일까?

익살이라는 가면 뒤에 진짜 자신의 얼굴이 무엇인지 스스로도 알지 못한다.


요조의 공포는 인간 사회가 '서로 속이는 것'을 기본 규칙으로 삼고 있다는 깨달음에서 시작된다. 그는 가면을 쓰고 상처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잔혹함과 무심함에 경악하며, 오히려 순수함(혹은 나약함) 때문에 파멸한다. 이 소설은 '인간답다'는 미명 하에 자행되는 사회적 위선을 통렬하게 고발한다.


21세기 디지털 시대의 사회적 불안

'인간실격'이 지금도 강한 울림을 주는 이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내면의 고통과 불안을 숨긴 채 긍정적이고 성공적인 모습만을 포장해야 하는 사회.

요조의 '익살꾼'으로서의 삶은 곧 현대인의 가면 쓴 일상과 맞닿아있다.


또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처럼 '힘내라', '극복하라'는 강요의 언어로 가득 찬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부끄럽다", "나는 약하다", "인간이 무섭다"고 솔직하게 고백하는 요조의 모습은 겉으로 강한 척해야 하는 내면 깊은 곳에 있는 나약함과 불안을 정확히 건드려, 감추고 싶었던 감정을 폭발시키게 만든다.


"착하고 천사 같은 아이였다."

인간실격 마지막 장에서 마담이 요조를 회상하며 남긴 말이다.


천사의 마음으로 폐인처럼 살 수 밖에 없었던 요조의 삶을 마주하자면 뭔지모를 애잔함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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