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보풀의 생일선물

2. 생일선물

by 장지영

“흥! 맘대로 해!”

머리카락 뭉치는 콧방귀를 뀌고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빨간 보풀은 모두 자기편을 들어준 것이 무척이나 고마웠습니다.

“모두들 고마워. 헤헤.”

“그 보다 얘기나 더 해줘. 목도리가 된 다음은 어땠니?”

구슬의 말에 모두 빨간 보풀을 쳐다봤기 때문에 빨간 보풀은 조금 얼굴이 빨개졌지만 다시 얘기를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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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도리가 된 다음도 무척 기뻤어. 난 누군가의 생일선물이었거든.”

“생일선물?”

“응, 날 떠주신 아주머니가 아이에게 주는 생일선물이었어. 아주머니가 ‘생일 축하해’라며 목에 둘러주고, 아이는 ‘엄마, 고마워요.’라며 아주머니 볼에 뽀뽀를 했어. 아이는 무척 기뻐했지. 생일은 그렇게 좋은 날이야!”

“와아~ 부러워. 나도 그렇게 행복해질 수 있을까?”

“너희들도 행복해질 거야! 오늘은 즐거운 생일이니까!”

“정말?”

“진짜!”

빨간 보풀의 얘기를 듣고 구슬과 보풀들은 들떠서 자기들끼리 수다를 떨기 시작했습니다.

“난 오래된 베개에서 태어났어. 네가 태어난 날은 언제니?”

“난 예쁘게 머리를 빗고 있던 날 태어났어.”

어느 새 머리카락 뭉치까지 끼어들어 장롱 밑은 소란스러워졌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의 눅눅한 표정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동전은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습니다.

“동전, 왜 그래? 기분이 안 좋아 보여.”

“사실은…. 오늘은 내가 동전으로 태어난 지 1년이 되는 생일날이야.”

“정말? 축하해! 내 세 번째 태어난 생일이 네 생일과 같다니…. 굉장하다!”

“난 하나도 기쁘지 않아. 네 말대로 생일이 즐거운 날이라고 해도 지금 장롱 밑에서는 아무 의미가 없어. 어둠 속에서 먼지나 마시며 살게 되겠지.”

“아니야, 바람이 불면 금방 또 움직이게 될 거야.”

“그건 너 같이 가벼운 보풀들이나 그렇겠지. 나는 무거운 동전이라고!”

“그래도…. 기다리다 보면 움직일 수 있게 될 거야.”

“그런 날이 올 것 같아? 내가 처음 이 곳에 왔을 땐 엄청나게 반짝이는 동전이었어. 하지만 지금 내 모습을 봐! 먼지와 다를 게 없어. 즐거운 생일이라고? 정말 바보 같은 이야기잖아.”

빨간 보풀의 위로에도 동전의 기분은 나아 보이질 않습니다. 동전을 바라보던 빨간 보풀은 무엇을 결심한 듯 기운 없는 동전 위로 폴짝 올라갔습니다.

“어, 뭐하는 거야?”

“가만있어봐. 이러면 기분이 조금 나아질 거야.”

빨간 보풀은 제 몸으로 동전 위에 먼지를 닦았습니다. 빨간 보풀이 폴폴거릴수록 동전은 점점 더 반짝거립니다. 한참을 동전을 닦던 빨간 보풀은 동전에게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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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지금 굉장히 멋있다. 엄청 반짝거려.”

“어떡해. 네 몸이 나 때문에 지저분해졌어.”

동전은 자기 몸을 닦아주느라 더러워진 빨간 보풀을 보고 깜짝 놀랍니다.

“괜찮아. 난 보풀인걸. 폴폴 거리면 금방 깨끗해져. 넌 내 친구잖아! 이건 내가 너에게 주는 생일 선물이야~. 생일 축하해. 헤헤.”

“고마워.”

“뭘~.”

빨간 보풀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제자리에서 폴폴 뛰며 먼지를 텁니다. 그런 빨간 보풀을 바라보던 동전이 갑자기 생각난 듯 빨간 보풀에게 말했습니다.

“난 너에게 줄게 없는데….”

“난 이미 좋은 생일 선물을 받았는걸.”

“언제? 난 아무것도 주지 못했는데….”

“처음에 아무도 내 말을 들어주지 않았을 때 네가 제일 먼저 나에게 말을 걸어줬잖아.”

“잠깐, 나도 할 말 있어!”

갑자기 구슬이 끼어들었습니다. 또 언제부터 얘기를 듣고 있던 건지 모르겠지만 모두들 동전과 보풀을 보고 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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