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발가벗은 물웅덩이
물웅덩이는 깜짝 놀랐어요. 물웅덩이에 떨어진 나뭇잎들이 까맣게 썩어가고 있었어요. 아기는 물웅덩이를 살짝 흘겨보더니 다시 작은 길로 달각거리며 가버렸어요.
“더럽다고? 이렇게 예쁜 옷을 입었는데….”
그때야 물웅덩이는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나뭇잎 옷이 까맣게 썩어서 물웅덩이는 지저분해져 있었어요. 생각해보면 옷을 입은 후로는 동물들이 쉬러 오지 않았지요. 물웅덩이는 너무 슬퍼서 엉엉 울었어요.
“내가 예쁜 옷을 입고 싶어 한 것이 그렇게 잘못된 일이었을까?”
“물웅덩이야.”
나무가 안타까운 목소리로 물웅덩이를 불렀어요.
“물웅덩이야, 넌 잘 못하지 않았어. 그냥 너만의 아름다움을 잠깐 잊어버린 것이라고 생각해.”
“나만의 아름다움?”
“옷을 입은 후에 네가 너무 기뻐해서 말하지 못했는데 난 옷을 입지 않은 너의 모습이 더 좋아.”
“옷을 입지 않은 내 모습이?”
물웅덩이는 울음을 멈추고 나무를 바라봤어요.
“흐음, 발가벗은 너는 뭐든 그대로 아름답게 비춰주거든. 너에게서 비친 햇빛은 내 어두운 나뭇잎 뒤편까지 골고루 비춰 날 더 자라게 하잖아. 또 하루하루 자라는 내 모습도 아름답게 비춰주고 말이야.”
“내가 너희를 비춰준다고?”
“그래, 넌 너의 모습을 볼 수 없으니 모르겠구나. 넌 너를 찾아온 모든 것을 비춰 보여주는 물웅덩이야. 작은 동물들이 너에게 물 마시러 와서는 비친 자기 모습을 보며 몸단장도 하고 가는 걸? 넌 너 그대로의 모습이 제일 아름다운 물웅덩이인 거야.”
“아…그랬구나. 하지만….”
잠시 생각에 잠겼던 물웅덩이는 다시 시무룩해졌어요.
“왜 시무룩해졌니?”
“이미 난 썩은 물웅덩이가 되어버렸어. 이젠 내가 옷을 입고 있지 않아도 친구들은 오지 않을 거야.”
시무룩한 물웅덩이를 위로해주고 싶은 나무는 어떤 방법이 좋을지 망설였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생각난 듯 제일 높은 가지를 뻗어 바람에게 뭔가 물어봅니다. 바람은 가던 길을 멈추고 나무에게 대답을 해주고는 다시 휭-하고 가버립니다.
“물웅덩이야, 좋은 소식이 있어. 이제 슬퍼하지 않아도 돼.”
“좋은 소식?”
갑자기 나뭇잎들이 바람에 사락거리며 웃기 시작했어요. 하늘이 흐려지면서 주변 곳곳에서 사락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어요. 나무가 말합니다.
“이제 곧 큰 비가 내릴 거래. 말랐던 네가 물웅덩이가 되었을 때처럼 많은 비가 내릴 거래.”
어느새 작은 빗방울들이 물웅덩이 위로 하나 둘 떨어집니다.
“썩은 나뭇잎 옷은 벗어버리고 다시 예쁜 벌거숭이가 되는 거야.”
빗방울이 점점 굵게 떨어집니다. 풀과 꽃과 강과 씨앗들은 어김없이 비가 한 모금이라도 더 자기를 향해 내려주길 바라며 몸을 흔듭니다. 하지만 비는 언제나 그렇듯 자기가 내릴 수 있는 모든 곳에 공평하게 내리지요. 물론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작은 웅덩이에도 공평한 비가 내렸습니다. 한참을 내리던 비가 다시 그치고 물웅덩이 앞 작은 집에서는 엄마가 다시 빨래 바구니를 들고 마당으로 나옵니다.
“빨래가 또 산더미네.”
엄마 뒤로 아기도 달각거리며 따라 나옵니다. 오늘도 발가벗은 채 신발만 신고 달각거리며 숲으로 갑니다. 작은 길을 따라 물웅덩이 앞에 앉은 아기는 물웅덩이에 비친 제 모습을 보며 한마디 합니다.
“아이, 부끄러워. 발가벗었잖아.”
물웅덩이는 아이가 가 버릴까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가지 않고 물속에 가만히 손을 담그고 바라봅니다.
“아이, 시원해. 예쁘다.”
물웅덩이는 아기의 말을 듣고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그리고 아기를 더 잘 비추려고 더욱더 반짝였습니다. 아기는 반짝이는 물웅덩이에 예쁜 손을 담그고 물장난을 합니다. 바람은 불어 작은 나뭇잎들을 흔들고 아기의 얼굴을 비추는 물웅덩이는 자꾸 자꾸 작은 물결을 만들며 웃고 있습니다.
<발가벗은 물웅덩이,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