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계발의 원리와 규율
“나의 가치는 무엇인가? 나는 어디에 속하는가? 나는 어디에 속하지 않는가?”
(피터 드러커)
경력관리의 지향점
예술가는 붓과 캔버스로 작품을 만든다. 조직에서 일하는 직장인은 무엇으로 작품을 만들까? 지식과 능력이 그 답일 수 있지만, 필자는 자신이 주도하는 경력관리가 답이라고 생각한다. 직장인의 작품은 오랜 시간-최소한 30년- 에 걸쳐서 쌓아 올리는 커리어가 '작품 자체'이기 때문이다. 지식과 능력은 성공적인 커리어를 돕는 것이어야만 비로소 도움이 된다. 즉 직장인은 전 커리어 생애를 통해 특별한 장소에서 특별한 일을 하며 특별한 결과를 만든다. 따라서 자신이 원하는 항해를 해야만 한다.
모든 사람이 동의할 수 있는 경력관리의 최종 지향점은 무엇일까? 필자의 견해로는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면서, 또 성공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사회를 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일, 성공, 영향력의 3가지가 조화를 이루는 경력(CAREER)을 개발하고 만들어 가는 것이 성공적인 경력관리라고 불릴만하다.
일은 자신의 시간과 능력을 활용해서 의미 있는 기여를 하는 것이다. 얼마나 대단한가 혹은 화려한 가는 중요하지 않다. 조직과 사회를 위해 분명한 가치가 있다면 모든 일은 보람 있는 것이다.
성공은 가치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결과를 산출하는 것이다. 물론 자신이 부여하는 성공의 기준에 부합되는 것이어야 한다. 그것이 황금이든 장례식에 참석하는 수많은 추모객이든지 말이다. 다른 사람들이 부여하는 인정이 아니라 스스로가 부여하는 인정도 가능하다. 오직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성공은 아니기 때문이다.
영향력은 사람들과 사회에 의미 있는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다. 영향력의 본질은 변화에 있다. 그것이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이든, 아니면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든 말이다. 혹은 아이들을 바람직한 시민으로 양육하는 것도 영향력이다.
예를 들어 세계를 변화시킨 사람으로서 필자는 4명을 우선 생각한다. 물론, 대단히 탁월한 사람들이다. 보통 사람들이 이런 위대함을 반드시 지향할 수는 없겠지만, 올바른 경력이란 곧 충만한 인생을 이끈다는 점에서 영감을 주는 사람으로 새겨볼 만하다. 이들은 거의 전 인생을 통해서 위대한 질문을 제기했고, 그 답을 찾기 위해 행동했다. 그 행동은 다른 사람의 인식을 바꾸고 행동을 바꿨고 결국 세계를 변화시키는 영향력을 창출했다.
소크라테스: 무엇이 인간에게 가치 있는 삶인가? > 성찰하지 않는 삶에 대한 반성과 진리 탐구
다윈: 인간과 세계는 어디에서 왔는가? > 신에 의존하지 않는 세계에 대한 인식
간디: 왜 세계는 평화롭지 않고 인간이 인간을 속박하는가? > 평화로운 세계에 대한 희망과 실천 동기 부여
피터 드러커: 현대사회에서 바람직한 인간의 삶은 어떻게 가능한가? > 조직의 효과적 경영을 통한 기능하는 사회
스승에게 배운다
그런데 일과 성공, 영향력을 실현하는 경력관리는 결코 쉽지 않은 과제이다. 그렇지만 인간에게 부여된 여러 가지 삶의 조건들 중에서 소중한 것이 있다. 그것은 먼저 살다 간 스승들이 있다는 것이다.
삶의 지혜를 제시해 준 현자, 명예를 드높인 지도자, 사회를 위해 큰 영향력을 발휘했던 사람들이 어떻게 그들의 인생을 개척하고, 최종적으로 자신보다 자신의 일이 드러나도록 행동했는가를 발견하는 것은 누구라도 가능한 일이다.
이 발견을 통해 자신이 열정을 느끼고, 삶의 교훈으로 삼고 싶고, 행동을 통해 따라 하고 싶은 것을 실천한다면 누구라도 훌륭한 경력을 만들어 가는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삶의 스승이 누구인가가 중요한 것인데, 필자의 스승은 현대 경영사상의 뿌리를 만든 피터 드러커(1909~2005)이다.
드러커가 말하고 생각한 사상과 이룩한 업적도 풍요롭고 놀라운 영감의 원천이다. 그렇지만 드러커의 생애 전체를 통해서 올바르고 성공적인 경력관리의 abc를 발견할 수 있다.
평생의 관심을 발견한다- 인간의 행복
피터 드러커는 경영학을 만든 학문의 아버지이자, 경영에 대한 거의 모든 것에 대해서 통찰을 제시한 사상가이다. 그러나 드러커가 이러한 뛰어난 성취를 하게 된 동기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데, 그것은 인간의 행복에 대한 그의 애정과 관심이었다.
이 관심은 드러커가 세계대전의 전운이 감돌던 1909년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나고, 유년기와 청년기를 거치면서 일차 대전과 이차대전을 겪은 고난의 단련과 무관하지 않다. 전체주의와 파시즘에 의한 인류의 고통을 목격하고 겪으면서 드러커는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에 대해 고민했고, 그 길을 경영에서 발견한 것이다.
드러커는 기업을 포함한 현대적인 조직이 올바른 경영을 통해 인간을 위한 바람직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는 온전하게 기능하는 사회(A functioning Society)를 꿈꿨다. 그래서 드러커는 현대사회의 기본적인 기관이 된 조직(기업과 비영리조직을 모두 포함하여)을 올바로 경영하기 위한 사상의 체계를 세우는 것을 필생의 일로 선택한 것이다.
"교수, 컨설턴트, 박사 등 다양한 호칭 중에서 무엇으로 부르면 될까요" 라는 기자의 질문에 드러커가 자신을 사회생태학자로 불러달라고 한 일화는 그가 인생에서 자신의 역할을 무엇이라고 생각했는가를 말해준다. 드러커는 자신에게 허락된 가능한 시간을 저술하고, 가르치고, 그리고 기업과 비영리기관을 포함한 다양한 조직의 리더들과 대화하면서 헌신하는 삶을 살았다. 기업경영에 대한 체계적 통찰로 학문의 토대를 세우고, 지식근로자의 등장을 최초로 예견하고, 경영의 문제란 곧 사람의 문제라는 것을 일관되게 제시하고, 수많은 리더들에게 올바른 리더십을 실천하고 경영을 통해 성과를 만들라고 조언했다. 인간의 삶과 행복에 대한 일관된 애정이 드러커의 생을 이끌었던 것이다.
평생을 통해 자신의 일을 수행한 그의 삶을 보면서 오늘날의 우리는 이렇게 질문할 수 있을 것이다.
‘평생을 걸쳐서 내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었더라면, 지금 이 일을 계속할 것인가?’
시대적 요구를 발견한다 -조직과 경영에 대한 연구
철학과 경제학을 공부했고, 런던의 투자은행에서 경제 분석을 담당했으며, 미국 신문을 위해 언론인으로 일했던 드러커가 아직 학문으로 등장하지도 않았으며, 배울 수도 없었던 ‘경영’을 연구하게 된 것은 드라마틱하다.
그리고 그 선택을 통해 경영학이라는 학문체계가 만들어지고, 경영과 조직에 대한 사상적 통찰이 이루어지고, 경영자들이 올바르고 효과적인 경영을 배우게 된 것은 의미 있는 역사적 사건이다.
드러커의 업적은 아카데미를 넘어서서 수없이 많은 경영자들에게 영향을 주었고, 이를 통해 경영의 발전과 조직의 발전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그가 이와 같은 위대한 성취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그가 가진 지성과 노력이 좌우한 것이지만, 또한 그가 수행했던 일이 시대적 요구에 부응했기 때문이다.
그가 조직과 경영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1940년대를 돌이켜 보자. 기업 조직은 이미 사회의 중심적인 기관이 되었고, 사람들이 이러한 조직에서 생활하는 것이 일상이 된 시대였다. 이 중심적인 기관이 효과적으로 기능하기 위해서 제대로 된 경영을 수행하는 것은 시대적 요구였던 것이다.
당시에도 경영을 고민한 사람들은 있었다. 그렇지만 경영은 생산관리나 인사관리(주로 급여관리나 노사관리에 초점) 등 부분적인 관리기술로 이해되고 있었다. 그리고 기업이라는 새로운 조직은 정치학에서 나온 통치기술이나 권력관계라는 프레임으로 이해되는 수준이었다. '경영'과 ‘기업 조직’에 대해 새로운 이론적 성찰과 통합적인 체계가 필요하다고 드러커가 생각한 것은 시대적 요구에 대한 뛰어난 감응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러한 그의 발자취를 생각할 때 우리들은 자신의 일에 대해서 사회적 맥락과 역사적 맥락 속에서 질문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성공하고 있다면 왜 그런 것인가?'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성공하려면 어떠한 기회가 필요한 것인가?’
‘가까운 미래에 시대가 요구하고 있는 일로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어떤 것인가?’
자신의 스승을 찾아라
경영학을 전공하고 기업과 비영리기관에서 일했고, 현재는 기업을 돕는 경영컨설턴트로 일하는 필자는 드러커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으며 또 배우고 있다. 이전에는 그의 통찰력과 사상으로부터 배웠지만, 최근에는 그가 삶을 살아갔던 마음자세와 태도로부터 배움을 발견하고 있다.
드러커와 십 년 이상을 교류하면서 직접 가르침을 받았으며 비영리단체인 <리더십 네트워크>를 설립해서 수많은 리더들을 계발하는데 기여하고, 리더들의 스승이라고 존경받는 밥 버포드(Bob Bufford)는 <밥 버포드, 피터 드러커에게 인생 경영 수업을 받다, 원제는 Drucker & Me)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고백했다.*
"(에수의 ) 열두 사도를 제외하면 나보다 더 좋은 스승을 모신 사람은 없을 것이다.
* 버포드는 독실한 크리스천이다. 드러커를 예수 그리스도 다음으로 삼는다니 과장이 아닐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버포드의 삶의 궤적을 알게 되면 이 말은 진심이다.
필자는 스승으로부터의 배움을 통해 의미 있는 경력을 개발하는 지혜를 발견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모든 사람에게는 반드시 스승이 필요하다. 그 누구도 스스로 일어서는 법을 배우지 못했으며, 스스로 모든 것을 깨달을 수는 없다.
자신이 마음으로부터 감동을 받는 스승을 발견하고 그로부터 배워야 한다. 그 스승은 꼭 살아있는 사람일 필요는 없으며, 꼭 자신의 분야에 속한 사람일 필요도 없다. 닮고 싶다는 열정을 지속적으로 느끼게 하는 스승이라면 충분할 것이다.
당신의 스승은 누구인가?
끝
*사진: 구글 이미지, 배경 사진-마운트 러시모어 내셔널 메모리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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