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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와 Jan 19. 2022

문을 여니, 119였다.

<응급실>

문을 여니, 119였다.

응급실에서 119는 반갑지 않다. 119가 왔다는 건 누군가 아프거나 사고가 났다는 거니까.

아마 119도 우릴 반가워하지 않겠지만 말이다. 자신들을 맞이하는 의사 및 간호사들이 밝은 표정으로 “어서 오세요~” 하지는 않으니까. 학생 땐 응급실과 소방대원의 으르렁거림이 재밌게 들렸는데, 막상 응급실 간호사가 되니 마냥 웃기지만은 않다.

      

“환자 복통으로 왔고 의식 있습니다.”

자세히 보니, 복통만은 아니었다. 식은 땀도 흘리고 낌새가 이상했다. 서둘러 바이탈을 체크했다. 열부터 37.7도로 심상치 않았다. 119 대원은 당황한 눈치였다.

“음압격리실이 없을 수도 있으니 열이 나면 전화부터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깐 열이 안 났는데...”

허둥대는 대원과 함께 환자 재배치를 해야 했다. 당장 사용 가능한 격리실이 없기 때문이다. 일단 의사 선생님께 여쭤봐야 했지만, 다른 병원을 가야할지도 모른다는 말에 대원은 화를 냈다. ‘그럼 일단 전화부터 하고 오지 그랬냐’고 말하며 우리도 날을 세웠다. 환자가 정말 열이 없었고, 응급상황에서 가까운 곳으로 왔는데 그게 잘못된 것이냐며 대원도 만만치 않게 대응했다. 환자의 코로나 간이 검사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냐며, 예전엔 안 그랬다는 등 언짢아했다. 코로나가 참... 정말 여러 곳에서 힘들게 한다.  

하여튼 갖은 짜증에 슬슬 화가 올라오던 그때였다. 

    

“아.”

탄식이 나왔다.

환자가 울고 있었다!

50대 중년으로 보이는 외국인 남자였는데 우리가 싸우는 동안 소리 없이 울고 있었다.

고생으로 주름진 눈가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순간, 정말 미안했다. 

얼마나 아프고 괴로웠으면 소리 없이 울었을까.

환자의 입장이 아닌 병원 근로자의 입장에서만 본 듯해 더 미안했다.

      

이 환자도 누군가의 가족이었을 텐데.

누군가의 아들이자 어느 아이의 아빠일 텐데. 

국적은 달라도 우린 모두 사람이지 않은가. 

말 한마디 못하는 낯선 땅에서 얼마나 외롭고 아팠을까.

몽둥이로 얻어맞은 듯 번뜩 정신이 들었다.

자괴감이 밀려오며 책임감도 들었다. 이 환자를 꼭 살려야겠다고.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환자가 외국인이라 보험이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일 하는 외국인 중 보험 가입 없이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셀 수 없이 많다는 얘기가 떠올랐다. 

보험 없이 일반 검사들을 진행하면 금액이 꽤 발생할 터였다. 게다가 환자의 행색을 보니 사정이 어려워보였다.

      

사정은 딱하지만 병원 입장도 난처했다. 뒤늦게 환자 상황을 파악한 대원도 당황한 눈치였다. 짧지만 긴 침묵의 시간이 흘러가는 도중

“들어오라고 하세요.”

돈보다 치료가 우선이라며 의사 선생님이 환자를 받아주셨다. 극적인 순간이었다. 

다행히 코로나 간이 검사 결과도 음성이 나와 환자는 응급실에 들어올 수 있었다.

응급실 의료진, 다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한 119대원까지 모두 합심해 환자를 도왔다.

간호하는 동안 환자가 차츰 나아지는 모습에 기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여러 생각이 교차했다. 한편으론 나 자신의 부족함을 반성하는 계기도 됐다.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마음이 아프고 환자에게 참 미안하다. 

부디 어디에 계시든 잘 지냈으면 하는 마음이다. 건강하고 무탈하게 잘 지내시길.

건강하게 돈 많이 벌어서 가족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시길.

그렇게 나에게도 잊을 수 없는 뜻 깊은 기억이 하나 생겼다. 


- 화성DS병원, 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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