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세 할머니께서
'나 죽어요!, 나 죽엤어요!, 나좀 살려주세요!' 하면서 병원 응급실로 실려 오셨습니다. 그냥 유리창 넘어 무음으로 바라보는 동료들도 할머니가 얼마나 고통스러우신지 가늠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혈액검사를 위해 얼른 피를 뽑고 CT를 찍었습니다. 그런데 배와 가슴에 물이 많이 차 있어 다른 장기들의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혈액 검사 결과도
BUN= 43.1 (6-20),
Creatinine= 3.6 (0.5-1.1),
CRP= 19.40 (0.01-0.49).
괄호 안의 숫자가 정상 범주이고 이를 벗어난 수치는 이상이 있는 것입니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염증수치를 나타내는 CRP가 높으면 발열, 몸살 등의 증세를 보이고 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게 됩니다. 신장이 정상적인지 확인하는 BUN과 Creatinine을 보면 얼른 투석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앞서 설명한 배와 가슴에 복수까지 차 있는 상황.
우선 할머니에게 병원에 왔으니 마음 편하게 가지시라고, 응급실에 전문의도 있고 낮에는 내과 및 외과, 거기에 산부인과 전문의까지 있으니 걱정하시지 말라고 진정시켜드렸습니다.
다음 날, 할머니께 몸 상태는 어떤지 여쭤보니 '많이 나아진 것 같다'는 말을 하셨습니다. 이게 매우 놀라운 일인데, 왜냐하면 입원 후에 약이나 주사 등을 쓰지 않고 일단 물을 마시면서 편하게 쉬실 수 있게만 해드렸기 떄문입니다. 그래서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보자고 말씀 드린 후에 할머니 손을 잡아드리면서 ‘잘 하고 계시니 계속 마음 편하게 가지시라’고 하며 물을 잘 드시라고 했습니다.
그런 후 정확히 하루 지나고 12시간 후에 재검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배와 가슴에 있던 복수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배는 소변이나 땀 등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고 하지만 가슴에 물이 차 있던 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혈액검사 결과도
BUN= 9.4 (6-20),
Creatinine= 0.5 (0.5-1.1),
CRP= 7.95 (0.01-0.49).
신장기능은 정상수치로 돌아왔고, CRP 염증수치도 19.40에서 7.95로 낮아진 것입니다. '어떻게 된 일이지?' 모두 모니터 수치를 보면서 어리둥절 했습니다.
'혹시 처음 검사할 때 잘못된 것인가?'
혹시 몰라 이전 혈액 샘플을 다시 검사기에 돌려 확인했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어쨌든 할머니도 몸이 괜찮아졌다고 해서 조금 더 안심시켜드리고 물을 잘 드시라고 했습니다.
하루가 지난 후 마지막 검사를 했습니다.
CRP= 1.61 (0.01-0.49).
처음 응급실에 오셨던 것을 생각해보면 완전 건강해진 상황. 의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입니다. 우리는 물 밖에 드린 것이 없습니다. 거기에 손을 잡아 드리고 마음 편하게 해드린 것 뿐. 의료 분야에 일 하시는 분들께 이 얘기를 하면 다들 믿지 못한다고 합니다. 저희도 갸우둥절합니다.
결국 사람이 건강하고 행복해지는 것은 주변 사람들과의 따뜻한 대화와 관계가 중요하다는 것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