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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와 Jun 04. 2024

할아버지들의 할아버지

2023년 여름에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올해 봄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할머니는 오래 사신 편이고 아버지는 상대적으로 일찍 돌아가셨다. 

내가 책을 읽을 때와 표지 디자인이 달라졌다

전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아버지들의 아버지’를 재미있게 읽었었다. 줄거리는 기억 안 나지만 제목 자체부터 인상 깊었다. 이전엔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아버지들의 아버지’라니.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기까지 어떤 조상들이 이 지구에 계셨는지 생각해본 계기가 되었다. 이게 조금 확장되니 자연스럽게 ‘할아버지는 할아버지(즉 고조 할아버지)를 본 적이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는 조선 시대를 사셨을텐데 어디서 어떤 생활을 하셨을까? 그러면 그 위의 할아버지는? 또 그 위의 할아버지는?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죽기 전에 타임머신이 개발되어, 한 번이라도 타고 과거를 여행할 수 있으면 좋겠단 마음이다.


다시 최근으로 돌아와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요양 병원에 계실 때, 내가 기억하는 할아버지의 젊은 시절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그런데 코로나란 핑계로 병문안을 가지 않았다. 나중에 할머니를 찾아 갔을 땐 할머니는 말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눈을 껌뻑이면서 손주를 알아보고 간신히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건강 상태. 이럴 때 쓰는 말, 후회.


아버지의 죽음은 좀 갑작스럽긴 했다. 원래 지병이 있긴 했지만 그게 당장 올해 돌아가실 정도로 심각하진 않았다. 어딘가에서 상처를 입은 것이 큰 염증으로 번졌고, 이걸 치료 받기 위해 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하고, 이 과정에서 다시 다른 병이 더 생기시고… 이후 의식을 못 찾으신 상태로 계시다가 돌아가셨다. 아… 난 아버지의 어린이 시절, 학창 시절도 궁금했는데! 이제는 그 이야기도 들을 수 없다. 이럴 때 또 쓰는 말, 회한. 


작은 아버지가 기억하는 아버지 모습, 엄마가 기억하는 아버지의 청년 모습이라도 건져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아니, 여기서 멈추면 안 되고, 엄마의 어린 시절부터 이야기를 들어야겠다. 그 뒤 엄마가 기억하는 엄마의 엄니와 아버지, 즉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그리고 그 위의 외증조할아버지와 외증조할머니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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