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다음 두 번째 어려움은 외로움에요. 협업해 글을 써도 외로워요. 앞서 다른 분들이 ‘내 맘대로 안 된다’라고 말씀 드렸잖아요. 위 파일 목록 사진을 바탕으로 좀 설명하면 금방 이해하실거에요. 미팅 노트 첫 번째 버전의 파일이 2015년 4월에 작성한 거에요. 같은 날에 ‘LIVE’와 ‘ver1’ 파일이 있잖아요. Live 파일이 말한 것을 그대로 타이핑한 것이고 ver1 파일이 동어 반복한 것 지우고 어법에 맞지 않게 막말한 것을 1차 수정한 파일이에요.
그 뒤 5월에 목차를 정하는 등 구조화를 한 번 하고요. 이 때만 해도 2015년도에 책을 낼 수 있을 줄 알았어요. 근데 초반에 말씀 드렸듯 원고를 쓰는 이때가 쉬는 시기라고 했잖아요. 돈 벌 거리가 없는 시기, 그렇게 시간을 보내가 갑자기 프로젝트가 생기고 교육 의뢰가 들어온 거예요. 손가락을 빨며 몇 개월 보낸 사람은 이 말을 잘 알고 있을 거에요.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고’ 그래서 다시 프로젝트도 하고 교육도 하느라 2년 동안 책을 쓸 수 있는 여력이 없었어요. 어떻게 보면 핑계죠. 지금 생각하면 책은 쉽게 쓰고 전자책으로 먼저 내야 하는데, 그 당시엔 그걸 몰랐어요. ‘작가와’란 좋은 사이트도 없었고요 ㅎㅎ.
하여튼 2년 후 17년도가 되어 또 다시 보릿고개가 왔어요. 보통은 직장인들이 7월, 8월에 여름 휴가를 가서 이 기간엔 교육도 별로 안 하거든요. 이 때 컨설팅 프로젝트도 안 돌아가면 회사 입장에선 비수기인 거죠. 다시 또 ‘놀면 뭐 하냐’ 하고 열심히 글을 쓴 거죠. 그러다 또 돈 주시는 고객이 생기면 거기에 집중하고, 그렇게 바쁜 시간이 흐른 뒤 다시 2018년 2월에 한가해지고요. 그럼 또 원고 쓰다가, 바빠지면 멈추고. 요지는 글을 정말 잘 쓰거나 의지가 강한 분이 아닌 저희처럼 평범한 사람들은 원고 마무리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거에요. 그게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이에요. 하여튼 이 책이 2018년도 가을에 나왔거든요. 제 기억으로 8월에 원고는 마무리 했지만 인디자인으로 디자인하는 회사, 인쇄하는 회사와 교정(바운싱) 소통을 하다가 10월에 출판이 되었어요.
그냥 여러 번 퇴고하는 과정 자체가 힘든거지 팀원들과 함께 협업하며 글을 쓰는데 왜 외롭다고 했는지 궁금하시죠? 방금 전 원고 마무리까지 띄엄띄엄 시간이 오래 걸렸단 것을 말한 이유와도 연관되어 있는데, 그 이유는 다른 팀원들은 나만큼 원고에 관심을 갖기 어려워서에요. 함께 쓰는 책이라고 해도 누군가 한 명은 ‘마무리 짓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하잖아요. 일단 그 생각을 가진 사람은 외로울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단어, 문구, 문장, 단락을 고치는 과정에서도 ‘나 혼자만 애쓰고 있구나’란 생각이 들어요. ‘왜냐하면’이라고 문장 초입을 썼으면, ‘때문이다’로 마무리를 지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이런 비문을 보면 힘이 빠지거든요. 초반엔 팀원들이 쓴 비문을 발견하면 문장 피드백을 주면서, 바른 한글 작성 역량이 향상되면 해결되리라 생각했어요. 이 생각이 나의 오만이란 걸 깨달은 시기는 2018년 8월, 책이 거의 마무리 될 즈음이었어요. 원고 작성 과정에서 글의 흐름이 바뀌거나 새로운 내용이 추가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내 마음을 알겠어요. 그러니 협업도 힘들고 원고 마무리도 직접 해야하는거죠.
'한 권으로 끝내는 OJT' 작성 중이었던 원고 일부
제 경우를 예로 들면 위 이미지처럼 파란색 문단은 마지막까지 넣을까 뺄까 고민한 것이고 빨간색은 빼려고 생각 중이지만 혹시 몰라서 남겨둔 것이에요. 가끔은 삭제하려고 했던 이전 글을 다시 살려야겠다고 생각할 때도 있어요. 생각이 이렇게 바뀌면 교정 교열 전문가가 와도 해결이 안되요. 하물며 없던 내용이 추가되면 말할 것도 없죠. 이건 앞의 앞 파일리스트 사진을 보면 알 수 있어요. 6강, 6장, 7장으로 제목 숫자와 내용까지도 바뀌었잖아요. 저자가 기존 큰 6강을 조금 작은 6장과 7장으로 나눈거에요. 매우 변덕스러웠던거죠.
즉 내 맘에 드는 글은 같이 글을 쓰거나 도움 준 분들의 작문 실력과 아무 상관이 없어요. 함께 글을 써서 출간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것이죠. 이 말은, 결국 혼자 마무리 해야 한다는 거에요. 다시 말하면 다른 사람이 내 마음을, 내 생각을 읽을 수 없으니까요. 나도 내 마음을 모르는데… 결론은 외로움이 작가님에게 글 쓰는 게 힘들지 않냐고 속삭일 때 이제는 더 이상 피하거나 두려워하지 말아요. 외로움은 작가님 누구에게나 죽는날까지 헤어질 수 없는 친구일뿐이니까요. (N.EX.T, ‘외로움의 거리’ 차용)
하여튼 이 경험을 하면서 교정 교열 전문가 분들을 정말 존경하게 되었어요. 작가님들이 쓴 글의 의도를 생각하며, 그리고 작가님의 작문 스타일에 맞춰 문장을 고쳐주시니까요.
오해할까봐 노파심에 첨언하면, 처음부터 특정 주제나 챕터를 나눈 후 글을 쓰는 건 더 좋아요. OJT 목차를 예로 들면 자료 수집 및 분석은 A가 쓰고, 보고서 작성은 B가 쓰는거죠. 그리고 책 소개에서 A와 B가 어떻게 역할 분담을 했는지 소개하면 글 쓰는 부담이 줄어드니까요. 심지어 A는 반말로 쓰고 B는 존대말로 써도 상관 없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