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긴 한 단락의 이야기
- 한 단락이 길기 때문에 길게 호흡하고 천천히 읽어야 해요 -
에스테틱에 갔어. 방 안에서 잠깐 기다려야 되는데 중간에 직원분을 부를 일이 있어서 복도 쪽으로 사람을 찾았지. 그런데 바퀴벌레 한 마리가 바닥 틈에서부터 기어나와 벽에 올라갔다가 내려가는 거야. 음식점은 아니었지만 약간 놀랬지. 그런 후 다시 바닥의 구석으로 숨어 들어가더라. 난 직원을 찾으려고 두리번거리는데 여전히 못 찾았고. 내 성격상 큰소리로 부르기보단 좀 더 기다렸지. 근데 그 사이 또다시 다른 바퀴벌레 한 마리가 밖으로 나오더니, 이번에는 복도 바닥을 크게 반원을 그리는거야. 그 후 다시 또 구석 틈, 벽의 틈으로 들어가더라고. 아까 봤던 바퀴벌레랑은 달랐어. 왜냐하면 바퀴벌레 수염, 더듬이가 엄청 길었거든. 놀랬지. 다시 말하면 음식점은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 좀 청결 관리가 안 된다란 생각을 했지. 직원이 오면 세스코 안 하냐구 물어봐야겠단 생각을 잠깐 했어. 그러는 사이 바닥과 벽이 만나는 구석이 심상치가 않은 거야. 고개를 숙여서 봤지. 틈이 생각보다 큰데 바퀴벌레가 정말 우글우글 엄청 많은 거야. 그래서 가만히 또 지켜봤지. 도망갈 생각보단 너무나 신기하단 생각에 지켜보게 되었어. 왜냐면 태어나서 그렇게 많은 바퀴벌레들이 한 곳에 몰려있는 건 처음 봤거든. ‘바퀴벌레 알들이 있나?’ 아니면 ‘(순간)여왕개미처럼 바퀴벌레도 여왕 바퀴벌레가 있나?’ 이런 생각을 할 정도로 많았어. 못 잡아도 50 마리는 확실히 넘고 한 70, 80 마리 정도는 있었던 거 같아. 여기에 더 신기했던 일은, 바퀴벌레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검은색 바퀴벌레가 아니라 굉장히 컬러풀한 바퀴벌레들도 있었다는 거야. 초록색,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의 바퀴벌레가 있는거야. ‘내가 눈이 잘못됐나’, ‘이렇게 색깔이 있는 바퀴벌레가 원래 있었나’ 그런 기억을 더듬어서 생각을 해봤는데 난 그런 얘기를 못 들었거든. 당연히 배운 적도 없고. 학교에서 바퀴벌레 색깔을 공부하진 않았으니까. 그래서 이 컬러풀한 벌레들, ‘이거는 바퀴벌레가 아닌가 보다’, ‘옆의 산 근처에 있는 색깔이 있는 벌레들이 같이 있는 건가 보다’ 이렇게 생각을 하고 이 장면을 놓칠 수 없어서 얼른 찍어야겠다고 생각을 하는 찰나에 직원이 왔어. 직원이 나를 보고 "왜 나와 계세요?"라고 해서, 아까 생각했던 "세스코 같은 거 안 하시나 봐요" 물었더니, "왜요?"라고 되물어서 "아, 여기 바퀴벌레가 있는 것 같아요" 그랬더니, 직원이 움찔 하면서 나로부터 뒷걸음 치면서 벽쪽으로 가는거야. 그래서 내가 "거기 뒷쪽에 바퀴벌레가 있어요! 벽이에요!" 그랬더니, 다시 벽에서 떨어져 복도 가운데 쪽으로 나오더라고. "뒤를 보세요. 거기 바퀴벌레 맞죠?" 했더니, 직원이 돌아보더니, "네" 라고 하면서 얼른 다른 직원들을 불렀고 나는 아까 하다 멈춘 핸드폰을 꺼냈지. 왜냐면, 컬러풀한 바퀴벌레를 찍어야 하니까. 그 후 직원들이 뛰어와 바퀴벌레 어딨냐고 물어보는 것 자체가 의미 없게, 이미 그분들 눈앞에 바퀴벌레들이 바닥에 엄청 많이 있었어. 나는 그 짧은 시간동안 정이 든 이 작은 벌레들 사진을 찍었지. 아! 근데 내가 사진 찍는다고 고맙게도 직원분들이 비켜주고 기다려주더라. 그래서 사진 외에 동영상도 한 7초 정도 찍고 "다 찍었어요"라고 얘길 했지. 이 말이 끝나자마자 직원 세 명, 네 명이 발로 바퀴벌레를 찍어 누르는 거야. 그렇지. 죽이려면 이 방법 말고 뭐가 있겠어. 뭐 기계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것들을 비로 어디 쓸어담은 후 밖에 버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발로 눌러서 짓밟아서 죽여야 되겠지. 그 순간 난 또 ‘저거 발로 찍어 죽이면 잔해들, 으! 이거 어떻게 또 청소하려나, 아으!’ 이러면서 지켜보고 있었거든. 어쨌든 직원분들이 열심히 밟고 또 밟는 거야. 웃기는 것이 그 순간 난 ‘잠깐, 색깔이 있는 벌레는 나중에 알고 보니 굉장히 희귀한 곤충이었는데 우리가 모르고, 아니 우린 아니지, 그걸 모르고 찍어 누르는 거 아니야?’ 이런 생각을 한 거야. 왠지 죽이면 안 될 것 같단 생각을 하면서, 그 색깔 있는 벌레들이 진짜 바퀴벌레인지 아닌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내가 고개를 숙이고, 거의 무릎을 땅에 닿을 듯이 바닥에 엎드리고서 벌레들을 제대로 보려고 했거든. 그 순간 바퀴벌레들이 발로 밟히니까, 중간에 잔해가 튀어나올 거 아니야. 이 중 한 방울이 내 앞으로 훅 튀어 날아오는 거야. 그래서 ‘아이 참, 이거 내가 어떻게 해야 되지?’란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러다가 어떻게 됐는지 아니? 그 뒤가 기억이 안 나. 왜냐면 이게 다 꿈이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