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출판이 이렇게 쉽다고?
브런치에 쌓인 글 목록을 천천히 내려 보다가 문득 멈춰 섭니다. 저마다의 계절을 지나온 단상들, 어떤 주말의 골목, 작은 실패와 배움, 짧은 칭찬 한 줄과 긴 고민의 밤들, 나는 당신과 생각이 다르단 걸 감정적으로 쓴 글. 제목만 이어 붙여도 문장의 결이 보이고, 그 결을 따라가면 자연스레 목차가 됩니다. 우리는 이미 충분히 써 왔습니다. 아직 묶지 않았을 뿐입니다.
하루에도 여러 번 “유통신청이 잘 되었습니다”라는 알림이 올라옵니다. 누군가는 오늘도 자신의 글을 책으로 묶었습니다. 그 사실을 볼 때마다 출판은 아주 특별한 사람이 하는 일이 아니라는 걸 다시 배웁니다. 글을 완벽하게 만드는 일보다, 글을 완료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것도요.
우리가 망설이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조금만 더 다듬고 싶어서, 표지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첫 페이지의 한 문장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런데 전자책은 ‘살아 있는 텍스트’입니다. 출간 후에도 오탈자를 고칠 수 있고, 새로운 장을 덧붙일 수 있으며, 소개문을 손볼 수도 있습니다. 책이 세상에 나오는 순간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면, 지금의 불완전함은 메꿔야 하는 구멍이 아니라 욕조에 채워지는 물과 같습니다.
방법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브런치에서 가장 사랑받은 글 다섯 편을 고릅니다. 댓글이 유난히 길게 달렸던 글, 스스로 다시 읽고 싶은 글을 보탭니다. 같은 주제로 묶어 보면 한 권의 중심축이 생깁니다. 그 축을 기준으로 앞뒤에 짧은 글을 배치하면 리듬이 생기고, 그 리듬은 독자의 호흡이 됩니다. 프롤로그는 길게 쓰지 않아도 좋습니다. “왜 이 글들을 묶었는지, 지금의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다음엔 무엇을 쓰고 싶은지”를 담담히 적으면 충분합니다. 에필로그는 고마움의 목록이 되어도 좋고 다음 권의 예고가 되어도 좋습니다.
표지는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됩니다. 브런치에서 늘 쓰던 색감과 폰트만으로도 통일감이 생깁니다. 글의 첫 이미지에서 색을 뽑아 배경을 만들고, 제목과 부제만 정리하면 됩니다. 활용할 수 있는 템플릿은 '작가와'에 충분합니다. 중요한 건 ‘읽고 싶은 표정’이지 화려함이 아닙니다.
가격을 정하는 일도 어렵지 않습니다. 처음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해도 됩니다. 독자의 시간과 주의를 존중하는 만큼 나의 시간과 노고도 존중하면 됩니다. 무엇보다도, 첫 권의 목표는 완벽한 성과가 아니라 완료 경험입니다. 한 번의 완료는 다음 글을 더 빨리, 더 가볍게 앞으로 밀어 줍니다.
만약 일정이 고민이라면 이렇게 상상해 봅니다. 오늘 밤, 브런치의 글 목록에서 제목 일곱 개를 복사해 문서 맨 앞에 붙여 봅니다. 그 아래에 한 줄씩 메모를 달아 봅니다. 내일은 그중 첫 글을 다시 읽고 도입을 두세 문장만 다듬습니다. 주말에는 프롤로그 초안을 열 문장만 써 봅니다. 그 다음 주엔 표지 시안을 한 번 바꿔 보고, 마침내 도서 ‘유통신청’ 버튼을 누릅니다. 누구에게도 과하지 않은 속도, 그러나 뒤돌아보면 상당히 멀리 와 있는 속도입니다.
책은 누군가에겐 하나의 구조를, 누군가에겐 작은 지도를 건넵니다. 브런치에 흩어진 글들이 누군가의 하루를 덜 외롭게 만들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충분한 이유가 됩니다. 때로는 나의 아픈 경험을 솔직하게 적는 것 뿐인데도 비슷한 경험을 한 다른 분들에게 큰 위로가 됩니다. 그래서 책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가까이에 있고 링크 하나의 거리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안합니다. 출판을 위해, 지금 함께 하면 어떨까요. 길게 준비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미 쓰여진 당신의 문장들이 우리 앞에 있습니다. 우리는 그 문장들 사이에 가느다란 실을 꿰기만 하면 됩니다. 그 실은 곧 한 권의 등줄기가 되고 등줄기가 생긴 책은 스스로의 다리로 독자에게 걸어갑니다.
브런치 글 10개만 모아도 책 한 권입니다.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필요한 것은 결심 하나뿐입니다. 오늘의 결심이 내일의 서문이 되고, 다음 주의 서점 페이지 하나가 됩니다. 망설임을 조금만 덜어 내고 함께 첫 시작을 해보면 어떨까요? 작가님의 이름으로 올라오는 “유통신청이 잘 되었습니다”라는 알림을, 우리 모두가 보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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