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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작가와

episode 우리가 작가님 글을 고치지 않는 이유

by 작가와

'작가와'서비스 런칭한지 1년이 지났다. 그 동안 작가님들로부터 여러 피드백과 요청을 들었는데 한 50번 이상은 본인 글에 대해 피드백을 달라는 것이었다. 그럴 때마다 정중하게, 우리는 작가님 글을 평가하거나 피드백을 하지 않는다고 답을 했다.


이런 방향을 고수하는 이유가 몇 가지 있다. 다음 글을 먼저 한 번 읽어보시길.


할미 꿈 – 김생엽 –

아주 까막눈때는
공부가 꿈이엇는디
인자 쪼매 눈뜨니
애미업는 손자 고등학교
마칠때까지 사능기 꿈이요
내나이 칠십다섯잉께
얼마나더살랑가몰라도
우짜등가 즈그앞가름까지
잘거더매기고 다부지게 살거시요
그것시 이할미 꿈이요


할미꿈.JPG 할미 꿈, 김생엽, 하단 기사의 이미지에서 캡쳐

이 글을 쓰신 분은 김생엽 할머니다. 누군가는 이 글만 봐도 감동을 받을테고 누군가는 글에선 큰 감흥을 못 느낄 수 있다. 나는 전자인데, 김생엽 할머니께서 자기 마음을 글로 잘 표현하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만약 할머니가 글 쓰는 즐거움을 알게 되어 다른 글을 더 쓰고 책을 출간한다고 하면,

그 사이 바른 한글과 문장을 구사하시면서 서론-본론-결론이 잘 구성된 원고를 집필하실 수 있을까? '되요'와 '돼요', '로서'와 '로써'를 정확하게 구분하여 시의적절하게 활용하실 수 있을까? 할머니 글에서 오탈자가 보이고 비문이 있으면 이를 다 교정/교열/윤문 등을 통해 수정하는 것이 더 좋은 책일까? 원고 품질이 어느 정도(?) 되어야만 출간해야 하는 것일까?


그 모든 것에 우선하는 건 부족함이 있어도 진솔한 글을 쓰고 그걸 모아 세상에 선 보이는 실천이라고 확신한다.


<이 후 글은 감정이 실려 있음>

1교, 2교, 3교, 4교, 5교, 6교, 7교, 8교, 9교, 10교를 하면 그 뒤에 '절대문구'와 '절대문장'이 빛을 내면서 나올지도 모르겠다. 그게 좋으면 혼자 하라고 해라. 100교를 해도 안 말린다.


다만 차분하게 자기 생각도 정리하고 글로 표현한 뒤 책을 내려는 작가님에게 또는 이를 도와주려는 분들에게

"원고 품질이 낮은데, 출판하는 것이 맞습니까?" 라는 주제 넘은 조언은 하지 말고. 당신이 쓴 글은 얼마나 가치 있고 대단하길래, 실천하는 사람의 열정에 초 치는 말을 하는가.


<이처럼 허접한 Episode만 모아 보란듯이 '작가와'에서 책도 내고 많이 팔거에요!>



<김생엽 할머니 관련 기사>

https://m.kmib.co.kr/view.asp?arcid=0009892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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