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볼 때 상상이 잘 된다면, 당신은 옛날 대전 사람
2025년 플레이오프 전에서 한화가 삼성을 3:2로 이기고 한국시리즈에 올라가게 되었다.
삼성을 응원했는데… 성심당의 대전 사람들은 엄청 신났겠지?
솔직히 1차전에서 삼성이 8대 9로 져서 약간 불안했다. 왠지 행운의 여신은 아슬아슬 진 팀을… 끝까지 그냥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면서 ‘세이 굿바이’를 하는 것 같다. 아니면 사자를 아끼는 티케가 독수리를 아끼는 모로스와의 가위바위보에서 졌거나.
난 고향이 대전이지만 한화가 싫다. 이유는 있다.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면 오래 전부터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일텐데, OB의 홈구장이 대전일 때가 있었다. 야구가 얼마나 재미있는 스포츠인지 눈을 뜰 때였다. 곰이 친근하게 느껴지고 파란색이 무조건 좋을 때였다.
그러다 OB가 가고 빙그레가 들어왔다.
‘어? 난 이미 내 모든 마음을 OB에 줬는데?’
곰은 떠나고 새로운 독수리 친구가 온 것이었다. 유니폼 색도 어색했다.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닌 것 같은 색과 세로 줄무늬. 지금 기억으로 주변 여론도 좋다와 싫다가 반반이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원정 경기 응원을 갈 수는 없으니, 새로운 친구에게 마음을 열었다.
이름도 귀여운 “빙그레 이글스 어린이 회원”
그런데 몇 년간 열심히 응원했지만 한 번을 우승하지 못했다. 그 당시 장종훈, 한희민, 송진우 등을 얼마나 응원했는데…
홈런왕 장종훈은 빙그레 팬들의 진정한 영웅이었다. 고졸 출신에 상상도 못할 정도의 많은 배팅 연습을 하여 프로야구 주전 선수가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주었다. 친구들 사이에 평생 까방권은 기본, 누군가 장종훈의 실수에 대해 ‘아쉬웠다’가 아니라 ‘잘못했다’고 하는 순간 적폐가 되었다.
언더핸드의 한희민은 또 얼마나 멋진가. 그가 던진 공은 쭈욱 직진할 것 같았는데 어느 순간 공기를 타고 갑자기 뚝 떨어지는 것이었다. ‘이건 만화에서나 나오는 거 아냐?’ 어린이가 알고 있는 물리 법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초능력이었다.
이렇게 응원하던 한화였는데 마음을 돌리게 된 건, 빙그레가 한국시리즈까지 올라갔다가 번번히 우승을 놓친 것. 지금 생각해도 여러 감정이 솟아 오른다. 선수들이 팬심을 배신한 건 아니었지만, 실망감이 쌓이자 외면으로 바뀌었다. 야구장에 직관하러 갔다가 지는 경기를 보고 집으로 돌아올 때의 허탈함 그리고 공허함.
그 후 주변에서 한화팬 아니냐고 물으면 한화 아니고 두산팬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 해의 성적에 따라 한화팬들을 놀렸다. 거의 매년 이 때 즈음엔 한국시리즈 티켓을 보여주며 가본 적은 있냐고 약 올렸다.
올해는?
여기까지 올라온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하라고 말하는 중이다. 어차피 우승도 못할건데 너무 애쓰지 말라고 한다.
한화, 져라.
하지만, 혹시라도 만약, 한화가 우승한다면?
빙그레 어린이 회원의 마음으로 축하의 박수를 보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