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회고록
엊그제가 1월이었던 듯한데 24년도 벌써 2주를 남겨두고 있다. 2024년은 새로운 경험들을 많이 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어쩌면 과거에 했던 경험을 되풀이한 걸 수도 있지만 세월이 흐르고 겪는 되풀이되는 경험은 과거의 나를 떠올리며 앞으로가 중요함을 새삼스레 느끼게 한다.
한기가 스며드는 겨울, 움직이기 귀찮고 몸이 둔해지는 계절임에도 기록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과거의 발자취를 상기하는 차원에서 지난 시간 작성했던 모든 기록과 월간 회고를 보며 24년에 대한 회고를 작성해보고자 한다.
2023년 12월 30일, 2024년이 오기 전 나는 2024년에 대해 다음과 같은 행동을 중심으로 지내보고자 했다.
개발 + 여행 + 사람
개발은 말 그대로 코딩이나 프로그래밍에 관련된 부분이다. 그러나 “여행”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조금 다르다. 거주지를 벗어나 새로운 지역의 풍경이나 문화권을 체험하는 게 아닌 “산업/회사/조직문화”에 대해 여러 곳을 탐방하고 싶다는 취지였다. 후술 하겠지만 그러한 취지를 세우고 2024년에 들어서니 결단과 실행은 참으로 빠른 듯했다.
하루 한 줄
2024년에는 하루를 마무리하는 “한 줄” 정도를 남기려고 했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질문도 좋고 그냥 간단한 생각 아무거나 남기려고 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나는 과거에 이런 생각을 가졌었구나를 생동감 있게 느끼고 나를 객관화시키는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점을 기대했다.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시작했던 2024년의 상반기는 현실의 내가 어떠했든 목표한 대로 가고 있었다. 여러 “산업/회사/조직문화”를 탐방하고 싶다는 것에 대해서는 2024년에만 해도 재직했던 직장의 수만 세었을 때 다섯 곳(현 직장 포함)이었고 하루 한 줄을 남기고자 하는 것에 대해서 상반기는 최대한 꾸준히 남겨나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나는 이 목표에 대해 스스로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여러 곳을 다니는 게 정말 좋은 선택일까? 한 회사를 꾸준히 다니는 것이 더 나은 길은 아닐까?”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여러 회사를 다니며 주변인들에게 질문도 했다. “능력이 뛰어나다”, “이직을 잘한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내면에서는 그렇게 느끼지 못했다. 단순히 일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옮겼을 뿐이고, 목표가 작았던 나는 이 과정에서 운이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했다.
2024년, 여러 회사를 탐방하며 느낀 점은 명확했다. 나에게는 “어떤 산업을 주력 스킬로 삼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뚜렷한 답이 없었다. 단순히 "일만 할 수 있으면 어디든 괜찮다"는 생각으로 회사를 옮겨왔지만, 시간이 지나며 이러한 태도가 커리어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촉발했다.
결국 내가 깨달은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스스로 동기부여가 되고, 힘들 때도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스킬과 산업을 찾아야 한다는 점이었다. 중심이 없으니 많은 경험이 필요했고 결론을 내리기까지 많은 시간이 들었다. 경험의 시간은 스스로 유의미하다고 생각하지만 희생되어 버린 것도 만만치 않다.
2024년은 평균적으로 한 달에 한 권씩은 책을 구매했다. 이 중에는 구매하고 아직 펼쳐보지도 않은 책도 있다. 어떤 책은 흥미를 끌어 꾸준히 읽어나가게 만들었지만, 어떤 책은 의도를 가지고 읽지 않으면 금세 관심에서 멀어졌다. 그저 읽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핑계일 뿐이라 말을 줄여야겠다.
2024년에 완독 한 책 중 개발 서적은 “프로그래밍의 규칙”, ”실전 자바 소프트웨어 개발”이며 나머지는 거의 90프로 정도 읽고 덮어버린 책이다. 개발 서적이 아닌 것 중에는 “말하지 않으면 인생은 바뀌지 않는다”, “프로그래머의 리더십”, ,”서른과 마흔 사이”이다. 기술 서적이 아닌 책을 읽는 것에도 점점 재미가 붙어나가는 것 같다.
2023년에는 기술서적을 읽어야만 전문직으로서 계속 살아남을 수 있겠다는 압박감에 계속 기술서적에 관련된 것 만 구매해서 읽었는데 2024년 들어서 그러한 압박감도 점차 옅어지는 듯하다. 독서를 꾸준히 지속하며 내면이 성숙한 사람으로서 발전하는 2025년이 되어봐야겠다.
코딩을 할 수 있고 그걸 통해 무언가 만들어내는 걸 한 두 번씩 해내다 보니 24년에도 혼자서 뭔가를 만들었던 것 같다. 대부분 그때그때 편하려고 만드는 경우가 태반이었지만 회고록을 쓰려고 상기하다 보니 꽤나 재미있는 걸 만드려고 시도했던 거 같다.
결과물로써 정리한 글은 다음과 같다.
https://jakpentest.tistory.com/entry/Obsidian-Github-Github-action을-활용한-티스토리-업로드-자동화
https://jakpentest.tistory.com/entry/마비노기-패킷-송수신-데이터-관찰기
https://jakpentest.tistory.com/entry/Google-API- 없는-Youtube-데이터-수집
그 외에는 주로 코드에 어떤 개념과 아키텍처를 적용해야 할지를 고민하면서 시간을 보낸 시간이 많았는데 들인 시간에 비하면 결과물로써 남은 부분은 꽤나 저조한 듯싶다. 회사를 다니면서 무언가를 공부하고 시도하고 실험해 보는 게 점차 힘겨워지는 추세인 듯싶다. 배우기는 하나 적용할만한 환경과 멀다 보니 금세 잊어버리는 듯싶다.
그러한 고민의 연장선에서 생각해 봤을 때 내가 “코딩”을 하고 있는 이유를 다시금 되짚어보게 된다. 허무한 시간을 무언가에 집중하고 효율적으로 동작하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에 심취해 있었기 때문에 코딩을 해왔던 것이었는데 이런저런 사건을 겪게 되면서 일단은 회사를 다니는 것만이 목적이 되어버렸다. 아무쪼록 25년에는 스스로를 고무시키면서 코딩에 다시 열정과 심취를 겪을 수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싶다.
2024년 들어 잘했다고 생각한 활동 중 하나는 한빛미디어에서 진행한 “나는 리뷰어다 2024”에 참가한 것이다. 지난 회고에서도 매번 이를 언급했듯 한 달에 IT 서적 신간을 하나씩 받아 서평을 작성하는 활동이다. 서평을 매번 잘 작성한 건 아니지만 딱 한번 “우수리뷰어”로 지정되었기에 그만큼 서평을 작성하는데 노력을 기울인 걸 감사하게도 한빛미디어 측에서 알아주신 게 아닐까 싶다.
이 활동을 통해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은 “한 번에 한 가지 책에 집중하는 것”의 중요성이었다. 프로그램에서 받은 신간과 내가 개별적으로 구매한 책을 동시에 읽으려 하다 보니, 어느 한쪽이 소홀해지는 일이 잦았다. 특히 신간은 서평 작성 기한이 정해져 있어 우선순위가 될 수밖에 없었고, 내가 구매한 책은 자연스레 뒤로 밀리곤 했다.
결국, 책을 읽는 습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한 권의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나서 다음 책으로 넘어가는 방식이 나에게는 더 맞는 방법일지 모른다. 이렇게 하면 책에 익숙해지고, 내용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서평 작성과 개인 독서를 더 잘 조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다.
24년에는 처음으로 실업급여도 신청해 봤다. 몇 군데의 회사를 다니느라 신청 절차도 되게 번거롭고 복잡했지만 그때마다 겪는 문제는 어떻게든 해결했다. 개인적으로 실업급여를 받을 때는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한정된 기간 안에 어떻게든 직장을 구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아등바등했었기에 실업급여가 주는 안락함이 빠지는 것이 너무 위험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실업 급여는 정말 좋은 제도라 생각하지만 정말 마지막에 쓰는 최후의 카드 같은 걸로 생각하는 게 맞을 듯싶다. 최대한 직장에서 일을 해 실력도 쌓고 돈도 버는 게 최선인 듯싶다.
회사의 채용공고를 읽으면서 “이 회사 가보고 싶은데”라는 생각이 든 회사를 기준으로 이력서를 낸 걸 치면 30군데 정도이다. 이 중 총 21군에서 면접을 봤다. 최종합격은 6건이었다. 이렇게 보니 24년은 정말 운이 잘 따라줬던 한 해이다.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전전하면서 느꼈던 건 아직은 잘 팔리는 연차이기 때문에 가능한 상황이 아니었을까도 싶다.
면접을 여러 번 보면서 깨달은 건 면접은 그냥 나 자신에 대한 경험을 정리하고 그걸 설파하러 간다라는 시선으로 접근한다는 게 나한테는 맞는 방식이라 여겼다. 그렇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떨어진다면 연이 닿지 못한 회사이거나 내 능력이 필요 없는 회사구나 하면서 다음 스텝을 준비하는 게 정말 이득이라는 점이다.
어떤 분야든 탁월한 비범함을 보이지는 못하는 나 자신이지만 나는 어떤 주제에 대해서는 꾸준히 하는 힘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대표적으로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이라 생각되는데 24년에도 꾸준히 블로그에 글을 썼다.
개인 회고부터, 개발 삽질기, 그리고 독서 노트까지 필요한 기록들은 두루두루 정리하며 글을 작성했는데 24년도 알차게 글을 썼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제 블로그에 좀 더 전문적인 부분으로 글을 쓰는 연습과 노력을 해야겠다는 부분이다.
사소한 기억 같은 차원에서 포스팅하던 블로그에서 더 나아가 이제는 글을 쓸 때 좀 더 과감히 쓰고 생각을 더 담아내 정리하도록 하려 한다.
올해 초 창업을 목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중에 집에만 있기에 답답하기에 밖에서 작업할만한 공간을 찾고 있었다. 그러다 알게 된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는 올해 방문한 장소 중 가장 인상 깊은 장소 중 하나이다. 처음 방문 시 감상은 여러 사람들이 각자의 작업에 집중해 몰두하고 있는 모습이 “스타트업 캠퍼스”라는 이름의 값을 한다고 여겨졌다.
물론 나에게도 그러한 환경을 제공해 준 곳이기도 하다. 입소문이 타서 그런지 서두르지 않으면 자리가 없을 정도로 인기가 좋아진 장소인 것 같기도 하다. 24년 상반기에서 후반기로 갈수록 점차 방문 횟수가 줄어들었다. 회사를 다니면서 자연스레 멀어졌지만 열정이 꺾이거나 열심히 각자의 일에 몰두하는 사람을 보고 동기부여를 받고 싶을 때 다시 방문해 봐야겠다.
이전 직장에서 함께 일했던 분의 결혼식에 참석했다. 뜻밖에도 부케를 받았다. 결혼식에서 부케를 받는 건 처음이라 당황스러웠고, 이후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몰라 어리둥절한 상태로 잠시 멈춰 있었다. 이 일을 계기로 부케에 얽힌 미신을 알게 되었는데, “부케를 받으면 6개월 안에 결혼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3년 동안 결혼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나이를 생각해 보면 3년 후의 결혼은 큰 문제가 아니었기에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더 신기했던 건 부케를 받은 이후로 내 삶의 흐름이 긍정적으로 변했다는 점이다. 당시 나를 가장 괴롭히던 문제는 경제활동을 빨리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놀랍게도 이 부분이 순조롭게 해결되었다.
미신을 믿는 편은 아니지만, 이런 일을 겪으면서 가끔은 사람 사이에 알 수 없는 에너지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렇다면 나 또한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걸 목표로 삼아도 좋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회고록을 쓰다 보니 24년은 많이 방황하고 있었던 시절이기도 한 듯 싶고 뭘 해야 될지 몰라 독서나 코딩은 손에서 놓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한 해였던 듯싶다.
어떤 회사가 나에게 맞는 회사일까를 고민하면서 입사한 회사의 업무성향, 조직체계, 의사소통 방식등을 고려해 그만둬야 할 때는 빨리 그만뒀고 그렇게 24년에만 5곳의 회사에 재직했다. 지금은 그러한 고민으로부터 벗어나 기회가 되는 한 시간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버텨 버기로 마음먹었다. 이 과정에서 결국 개발자적인 욕심과 어느 정도의 갈망은 내려놓게 되었다.
늘 다사다난한 1년을 보내는 우리네 인생이지만 24년은 특히 더 많은 이벤트가 있었던 한 해다. 직장이 없었던 시기에는 우울감이나 우울증으로 인해 아무것도 못하겠다는 마음도 들었고 운동을 통해 어떻게든 극복해 다음 스텝을 보려고 하면 희망이 없어 쌓아 놓은 게 부서져있는데 꼴인 듯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기회를 두드렸고 결론적으로는 꽤나 규모 있는 회사에 취업해 지내고 있다.
늘 오늘이 인생에서 마지막이다라는 심정으로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시도해 보는 2025년이 되길 바라며 2024년 회고록은 여기서 끝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