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록

흐릿한 시간 속에서도 걷는다는 것

by jako

7월의 어느 일주일은 유난히 무겁게 흘렀다.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보며 가능성을 좇았지만, 뚜렷한 확신은 어디에도 없었다. 일을 찾는 과정에서 만난 낯선 면접관과의 짧은 대화, 방향이 맞지 않는 프로젝트, 그리고 아직 받지 못한 월급. 애써 무던한 척했지만, 마음속엔 자주 무력감이 들이쳤다.


그런 날들 속에서도 무언가를 계속했다. 국사봉을 오르기로 했다. 땀복을 입고 집을 나선 오후, 몸은 금세 지쳤고, 정상에 다다를 무렵에는 어지러움이 밀려왔다. 땀이 온몸을 타고 흐르던 순간, 문득 유튜브에서 봤던 맹자의 말이 떠올랐다.


"하늘이 사람에게 큰일을 맡기려 할 때는 반드시 먼저 그 마음을 괴롭게 하고, 그 몸을 고되게 하며, 굶주리게 하고, 궁핍하게 하고, 하는 일마다 실패하게 한다."


처음엔 그 말을 다 믿고 싶지 않았다. 실패가 반복될 때, 이건 어떤 운명의 설계라기보다 내 능력의 부족 같았다. 하지만 그날만큼은 ‘이 시련이 의미 없진 않겠지’라는 생각을 품으며 걸었다. 그 생각이 흐리멍덩한 정신을 붙잡아주었고, 아주 잠깐이지만 현재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었다.


시간을 이겨내는 데에는 사람도 큰 역할을 했다. 고향 선배와 오랜만에 술을 마시던 밤, 나는 무심코 “살아만 있다면 기회는 오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했다. 그 말을 스스로 꺼내고 나서, 문득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정말 그런 태도로 살고 있었나?’


아니었다.


생각보다 내 삶엔 여유도, 의욕도 부족했다. 그래서 그 말은 위로가 아니라 뾰족한 질문처럼 나를 찔렀다. 하지만 그런 순간조차, 나를 돌아보게 해줬다는 점에서 고마웠다.


며칠 후, 전 직장 동료와의 통화도 위안이 되었다. 나만이 아니라 그도 아직 월급을 받지 못했음을 알았고, 대화 중 그는 이렇게 말했다.

“짧은 시간 봤지만, 개인 역량이 훌륭하신 분 같았어요. 계속 도전하시면 좋은 기업 들어가실 거예요.”


그 말은 내게 크나큰 울림이었다. 자책과 의심에 물든 마음을 가만히 덮어주는 말 한마디. 나 자신을 믿고 싶었지만 믿을 근거가 희미했던 시기에, 그 말은 내가 잠시 놓고 있던 나를 다시 잡게 해줬다.


이 일주일은 사실 뚜렷한 성과도 없었고, 확실한 계획도 남기지 않았다. 하지만 누군가의 말, 나 자신의 혼잣말, 땀 흘리며 올랐던 그 길을 통해 나는 아주 작게나마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아직 정해진 답도 없고, 어디에 닿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흐릿한 시간 속에서도 계속 걷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큼은 분명하다. 그리고 언젠가, 이 시간을 돌아보며 ‘그 시절을 잘 통과했구나’라고 말할 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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