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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람이 Dec 18. 2020

누구도 알지 못하는 고독사

뻐꾸기시계 새는 왜 울지 않는가?

갈색 썩은 물만 내는 선인장은 

뻐꾸기새가 울기를 기다렸다

핏기 빠져나간 얼굴에 악취에 찌든 거미줄 그림자가 걸렸다

멍든 적색 얼룩이 거미줄 그림자를 움켜잡았다 놓았다

몸속 수분이 마르고 데코 타일 밑으로 체액이 스며들 때

콧구멍 귓구멍을 넘나드는  구더기들 주변을 낮과 밤이 맴돌았다.


뚝 뚝 떨어지던 수도꼭지 눈물도 끊어지고

깜박깜박 켜졌던 전기도 나갔다

비, 바람이 문 밖에서 서성댔

표정 없는 마스크들이 지나갔다

코로나 감염수와 죽음의 숫자가 뜨거웠지만

홀로 남은 고독한 죽음은 차가운 지 오래다

아무리 기다려봐도 뻐꾸기는 문을 열지 않았다


누구도 알지 못해 방치된 시체는

코로나 비대면 행정처리 우편물만 방문하고

수도세, 전기세, 휴대폰 전화 요금 폭탄이 우편함에서 터지고

왱왱대는 파리떼가 살점을 부스러뜨려도

덩그러니 꼼짝도 하지 않는다

굳은 근육과 관절이 죽음의 순간을 기억하다 부스러질 뿐이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세찬 눈발이 내렸다

이쑤시개 모양으로 파낸 도랑 위 무연고 묘지 앞에

나무 푯말 20611. 2020년에 611번째로 죽은 고독사 이름

영정사진도 없고 화장터를 백 년 넘게 지켜오던 나무만 울어 주었다.

활활 타들어 가던 뼈와 살들이 그리도 쉽게 불꺼진 재들로 흩날렸다


눈 덮인 선인장은 자신을 돌봐주던 손길을 떠올린다
고장 난 뻐꾸기 새 대신에 선인장 가시가

뻐꾹, 뻐꾹, 뻐꾹...

어둔 하늘에 가시 돋치며 울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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