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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람이 Feb 23. 2021

잠들지 못한 12시 비


비정하게 날선 뉴스가 사람들을 마구 찔러댈 때

나는 잠들지 못한 12시 비가 된다

너무 메말라서 세상을 젖게 할 수 없는 비

허접한 글 앞에 두고 서성이는 비

밤새도록 마음을 서걱거리며 잠을 뒤척이는 비


비의 언어가 아픈 등허리 비틀어져 꿈틀거린다

누군가의 침묵을 듣기 위해

닫힌 창을 두들겨 보기도 하지만

결국, 비의 흔적은 구멍만 남기고

구멍 난 가슴은 시리기만 하고

젖은 날개 후드득 바람 속을 가르며 흘러 내려도

세상의 틈새는 계속 균열만 늘어갔다


눈이 부시게 세상은 변해가고

생활의 굴레 속 12시 비는

허우적거리다가 창백해지고 만다

삶이 점점  메말라갔 

밥벌이하는데 지쳐서

체력이 받쳐주지 않아서

변명만 늘어가며

모래알 같은 세월이 버석버석 지나갔


그동안 세상의 언어들은

시시각각 알 수 없는 기호가 되어가

나는  맞은 마음을 숨기고, 웃음의 얼굴을 보이려 애썼

아이들에게 제대로 표현하라고 가르치면서

나는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서 숨었다

이 씁쓸한 모순이 나를 갉아먹었다


울렁이는 노을 길 밟으며 마음을 물들여본다

언젠가는

구멍 난 가슴에 차오르는

 개인 푸른 말들이

바위틈을 뚫이 될 거야

아니, 세상 구석진 빈틈 까무룩 몸부림을

촉촉하게 감싸주는 울음소리 

콸콸 쏟아 낼 거야




사진 : 자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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