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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람이 Mar 08. 2021

시지프스 돌처럼

1

인생은 돌을 굴리는 일상의 반복이다

삶을 후벼 파는 마음의 돌

경제적으로 드리워진 검은 돌을

굴려야 한다


상처를 참아내는 벗겨진 손바닥

포기할 수 없어 닳아빠진 발바닥

젖은 땀범벅의 멍든 온몸

안간힘을 쓰며 헐떡이는 숨소리

마음의 평온을 잃은 방황 속에

오늘도 돌을 굴려 올리고 있다

그리움 가득한 별을 향하여


자신이 굴리는 돌만 보았을 때의 절망은

세상을 가리자신도 보이지 않게

휘청거리며 시들어가는 굴레에빠져나와야 한다

깜박거리는 커서, 째깍거리는 시계의 초침을 잊고

마음의 돌이 굴러가는 대로 따라가 보아야 한다


자기를 이겨내는 소리

슬픔을 닦아낸 소리가 얼마나 울림이 큰지

뼈아픈 실패 속에서 다시 돌을 굴려 올리는 도전은

새로운 걸음으로 회복하는 과정이고

생명 아내기 위한 오늘의 최선이다

질긴 삶의  인연을 잡고 

오천 년 기다림 망부석처럼 꿈을 꾸며 굴러간다.


2

지금 굴리고 있는 이 돌의 길은

누군가의 기억 속 길이고

누군가의 마음을 따라 쌓인 발자국이다

내 걸음이 역사의 커다란 돌을 굴리는 많은 발자국 중 하나라 여길 때

나는 더 힘차게 발걸음을 내디뎠다

다른 사람의 평범한 걸음과 함께 돌을 굴렸고

누군가의 고단하고 외로운 돌 굴리기를 간절하게 응원했다

“당신은, 후대가 걸어갈 길을 내고 있노라고”


웃음과 웃음 사이 움푹 파인 침묵을

말없이 위로해 주는 눈길로

힘겨움에 어른거리는 깊은 출렁임을

어깨동무해주는 몸짓으로

매일 흔들리며 끊임없이 굴러가는 돌이

어느 순간 빛나기도 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시지프스처럼 부조리에 굴하지 않고

의연하게 돌을 굴리고 싶다

설령, 그 돌이 다시 굴러 떨어진다는 것을 알지만

멈추고 싶지 않다.

그게 나의 시간이고

나의 영원을 위한 한 바퀴의 순간이니까

피곤에 쩔쩔매는 온몸

푸석한 머리카락

핏기 어린 눈동자일지라도

 “나 좀 괜찮은 사람인데”

독백하며 살포시 웃고 싶다


멈추지 않고 돌을 굴려

리듬의 반복 속에

힘의 맥박을 타고 오르는 순간

치열한 시간을 뚫고

땅의 한계 넘어서는 달궈

자유롭고 싶다.




                                     그림: 자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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