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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라나 Dec 16. 2022

님아. 그 기회를 놓치지 마요.

39.9살에 나타난 나의 구세주



글쓴이는 모태 무교이며, 어떠한 대가를 바라지 않고 쓴 찬양글임을 고백합니다.



2022년 12월 현재.
내 나이 39.9살.


날씨도. 나이도. 기분도 우중충하다.

나의 30대를 돌아보면 체감으론 육아가 99% 정도.

서른의 출산부터 서른아홉이 될 때까지. 언제 시간이 이렇게 지났을까. 난 무엇을 했을까.





 그녀와의 첫 만남은 2년 전쯤.

 초등 학부모로서 아이의 교육을 걱정하며 유튜브를 검색하다 그녀의 영상을 만났다. 그녀는 아주 온화하고 여리여리한 인상에 차분한 어조가 인상적이었다. 그 인상과 어조에 이끌려 나는 종종 그녀의 동영상을 보며 교육의 지식을 쌓아가고 있었다.  

 성공한 여성으로서 우아하고 멋지게 살아가고 있는 그녀는 나와는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나도 한때는 초등학교 선생님을 꿈꾸며 교대 진학을 희망했는데 그녀는 그 위대한 초등교사의 직에서 그치지 않고 다른 세상을 또 열어가는 모습이 한없이 멋있게 느껴져 다른 클래스의 인간 같았다.




 30대가 딱 50여 일 남은 그날.

 우연히 브런치 작가의 길을 강의해 준다는 그녀의 인스타그램의 글을 보게 되었다. 마구 호기심이 생기고 평소 해보고 싶었던 브런치라는 것에 마음이 무척 끌렸다. 사실 도전하고 싶었지만 심사를 한다는 벽에 부딪혀 엄두를 못 내고 포기하고 있었다. 평소 글이라면 일기도 안 쓰는 내가 하기엔 터무니없이 높은 벽 같았다.


 그러다 문득 작년 이 맘 때가 생각났다. 도서관에서 동화책 쓰기 강의에 참여하게 되었고 10주가 넘는 시간 동안 나의 동화를 만들어 써냈다. 처음 하는 도전이었지만 그 시간 동안 난 참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다. 난 평소 잘하는 것도, 잘하고 싶은 것도 없는 가정주부였는데 뭔가를 해냈다는 뿌듯함과 성취감이 요 근래 몇 년 동안 느낀 최고의 감정이었다. 하지만 책을 발행하고 그 열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나의 끈기와 의욕 부족이었겠지만 갑자기 엄마가 장기간 병원에 입원하시는 일이 생겨 아픈 엄마와 친정에 홀로 계신 아빠를 챙기기에 바빴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몇 날 며칠을 고민했다. 글쓰기를 배워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치면 안 될 것 같았다.

하지만 강의료가 마음에 걸렸다. 비록 다른 사람이 보면 강의를 듣는데 충분한 금액이고 소액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가정주부이기 때문에 나 자신에 투자하는 비용에 관대하지 못했다. 

 모집의 마감일 밤까지도 나는 무척 고민했다. 일단 둘째를 재워야 했으므로 침대로 들어갔다가 재우며 잠이 들어버렸다. 새벽에 일어나서 확인하니 마감시간은 지나있었다. 안타까웠다.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그러던 중 마감시간을 조금 더 연장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어쩌면 이게 나에게 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빛의 속도로 접수했다. 난 막차를 뛰어가 잡는 간절한 심정으로 그녀의 수강생 명단에 올라탔다.


그날 이후 그녀를 맹목적으로 따르게 되었다.

사실 브런치 작가가 될 거라는 막연한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니 반신반의했다.

선생님과의 과제를 열심히 하다가도 문득 브런치 합격하신 분들을 보면 부러움과 자괴감이 들었다.

뭐 결과는 뻔하겠지만 나도 도전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아무 생각 없이 접수했다. 소히 말하는 뜨거운 합격이라도 받아야 정신이 좀 들 것 같았다. 그런데 간과한 사실은 그날이 금요일이었다는 것이다. 주말 내내 나의 목은 빠지다 못해 지쳐서 늘어나 있었다. 동기들의 채팅창에선 여기저기 합격 소식이 들려왔다. 하지만 저녁이 되도록 나의 핸드폰은 깜깜했다. 아니. 떨어졌으면 떨어졌다는 소식이라도 좀 주지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쁨의 순간은 예고도 없이 막연하게 찾아왔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소중한 글 기대하겠습니다.'

한 번에 합격.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그냥 나라는 사람이 인정이라는 걸 받는 순간이었다. 내 이름이 없어졌다고 생각했는데. 나라는 인간은 조용히 잘 살아있었다. 인정받는다는 게 이런 거구나. 




그녀에게 감사했다. 그녀가 이끌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을 일이었다. 

그녀는 나에게 빛이었다. 구세주.

그녀의 이름을 조심스레 불러본다.

이. 은. 경. 선생님.

감사 또 감사합니다. 30대의 마지막에 또 다른 시작의 문을 열어주셔서요.




2022년. 최고의 기회는 이은경 선생님을 만난 것

2022년. 나 자신에게 최고 행복한 일은 브런치 작가가 된 것 



사진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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