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벼뤘던 스터디카페를 처음 와 보았다. 동네 곳곳에 생겨나는 스터티카페를 보면서 그저 내가 학생 때 찾았던 독서실의 모습만 떠올리며 지나쳐 갔다. 학생 때조차도 그곳은 왠지 답답하고 갑갑하게 느껴져서 몇 번 가보지 않았던 곳이다. 그런 인상이 있어서 인지 뭔가 여기에 돈을 쓴다는 것이 아까워서 선뜻 가고자 하는 마음이 들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여긴 신세계다. 천국이네. 더구나 우리 집 가까이 이런 곳이 있다니.
평일 아침, 아이들을 제 갈 곳으로 바래다주고 집으로 돌아오면 나에게도 커피 한잔 할 시간과 여유가 생겨서 좋았다. 그럼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겨니 책도 읽고 글도 쓰고 공부도 하고, 이런 시간이 나에게 주어지는 것이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
하지만 현실은 방금 애들이 벗어놓고 간 옷부터 아침 먹은 그릇들 등 눈앞이 어지러울 만큼 난장판이다. 이것저것 집안일을 하다 보면 어느덧 내가 아침도 안 먹은 것을 깨닫게 되고 아침 겸 점심을 챙겨 먹고 집안일을 마저 하면 아이들이 돌아올 시간이다.
그러다 어떤 날은 아무것도 하기 싫은 귀차니즘에 빠져 잠시 회피 목적으로 소파나 침대에 눕는다. 핸드폰과 내 영혼은 찰떡궁합이 되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다른 세상으로 빠져든다.
마음을 잡고 식탁에 앉아서 뭘 좀 해 보려고 하면 눈앞에 보이는 집안일. 돌아서면 지나가버리는 시간과 돌아오는 아이들이 무서워 시간을 촘촘히 낼 여유조차 부려보지 못했다. 그러면서 내 시간을 잘 관리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었다. 매번 계획을 짜도 잘 지켜지지 않았고 매번 돌발상황은 일어나기 마련이었다. 아마도 의지박약이었으리라.
그러다 우연히 인스타에서 스터디카페에서 일하고 공부하는 다른 엄마들의 모습을 보면서 신기했다.
나도 그렇게 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실행은 어려웠다. 더구나 주부라는 직업이 그리 만만하게 돈을 쓸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는 직업이던가. 더구나 마음만 먹으면 집에서 하면 되지 뭘 또 싸들고 거기까지 가겠어.
둘째가 감기에 걸려 코가 막혀 밤새 뒤척였다. 내 옆에 와서 자고 있는 둘째를 보다가 잠이 달아나 버렸다. 시간이 아까워 다 늦게 책을 폈다. 그중에'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라는 책의 구절이 와닿았다. 그 구절이 마음에 닿으니 당장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았고 그 생각은 평소 못 가본 스터디카페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부터 아이들을 보내놓고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집 근처 스터디 카페로 무작정 왔다. 입구에 들어서자 커다란 키오스트만이 나를 반겨준다. 어찌어찌 결제를 하니 굳게 닫혔던 자동문이 어서 들어오라고 열린다. 곧장 읽고 싶었던 책을 펼쳐 들고 쭉쭉 읽어 내려간다. 조용하고 깨끗하니 집중이 잘 된다. 책을 읽다가도 나를 부르는 아이들 조차 없으니 더더욱 이 시간이 꿀맛이다. 그리고 오랫동안 벼뤄왔던 영어 공부책을 꺼낸다. 항상 마음만 있었지만 실행하지 못했던 것 중에 하나였다.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며 지내다 보니 영어 실력이 항상 부족하다는 생각을 막연히만 하고 실행이 어려웠는데 앞에 몇 장이 공부되어 있던 그 책을 꺼내 차분히 공부해 본다. 이 역시 집중이 잘 되고 머릿속에 쏙쏙 들어온다. 그래. 이거다 바로 이거.
실행력이 쭉쭉 올라가면서 기분이 엄청 좋아지고 행복해진다. 이래서 돈을 쓰면서 오는 거구나.
이제까지 내가 이런 걸 좋아하는 나라는 것을 모르고 살았다. 이런 내 시간이 주어짐에 정말 소중하고 감사하다.
그리고 자동으로 시간관리에 스트레스 받던 나의 시간이 계획적으로 흘러간다. 1분 1초가 아깝고 소중하다.
많은 생각이 스친다. 얼른 브런치에 글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행복하다.
그리고 당장 나가서 정기권을 끊었다.
다시 몸과 정신을 가다듬어 본다. 나의 몸과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살아야겠다.
나의 스케줄과 상황에 맞추어 나의 발걸음의 속도로 나를 돌봐야겠다. 천천히 또박또박 걷지만 게을러지지 않게 걸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