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라나 Jan 13. 2023

엄마, 병 팔아서 빼빼로 사줘.

빈 병을 팔아 과자 사 먹기 교육적?


" 엄마, 이거 다 가져가면 과자 바꿀 수 있는 거지?
그럼, 빈병이 10개 넘으니까 빼빼로 살 수 있겠네.
와~ 엄마, 아빠 이제 그럼 술 더 먹어."


  "... "       "... "



 남편과 나는 주말 저녁에 술 한잔과 함께 저녁식사 하는 것을 즐긴다. 주말 동안 두 아들을 위해 열심히 육아를 한 우리에게 주는 선물, 보상쯤이라 여기고 그 시간을 보내는 게 위로가 된다. 일주일 동안 못 했던 이야기도 나누고 주말에 아이들이랑 같이 가고 싶은 곳도 이야기 나눈다. 

 전업인 나에게 저녁시간에 술을 먹을 기회는 잘 없다. 물론 낮에 술을 한잔 하는 것도 좋겠지만 오늘 하루 남아있는 육아를 생각하면 아이들의 얼굴이 떠올라 낮에 마시는 술은 꿈에도 못 꾼다. 더구나 아이들이 어렸을 땐 응급상황이 많았으므로 밤에는 매번 대기 상태였다. 열이 나거나 아프면 바로 운전을 해서 병원에 가야 한다는 책임감이 술을 가까이하기 어려웠다. 이제 아이들도 조금 크고 마음의 여유가 생기니까 숨통이 살짝 트이는 느낌이다. 그래서 주말 저녁에 마시는 술은 더 달콤하다. 일주일의 피로가 싹 씻겨 나가는 기본적인 감정과 지난 일주일도 무사히 아무 탈 없이 잘 보냈다는 안도의 한 모금이다.

 

 집에서 먹는 저녁의 술은 재활용수거함에 빈병을 마구 토해 내었다. 아이들은 그런 빈병을 아주 반가워했다. 슈퍼에 가지고 하면 돈이 생기는 빈병이니 얼마나 소중히 생각했는지 모른다. 병을 가져가면 자기들의 맛있는 과자와 바꿀 수 있다는 경험을 하고 나서는 길가에 버려져 있던 빈병 또한 쉬이 지나가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나도 환경을 생각해서 병을 재활용할 수 있게 수거해 갈 수 있는 곳에 가져다주는 것은 아이의 교육에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환경에 대한 생각도 할 수 있고 자연스레 경제 교육도 할 수 있다고 생각되었다. 이것이야말로 살아있는 교육이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한 적도 있다.


 어느 날 빈병을 팔고 과자를 사서 오는 아이의 모습을 보자니 머릿속이 번뜩 찌릿해지며 등골이 서늘한 의문이 들었다. 과연 아이에게 부모의 음주를 당연시하고 그걸로 좋은 이득까지 얻는다고 생각하는 게 교육적인 걸까? 아니면 이 소중한 자원을 환경을 생각하며 직접 모으고 다시 재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교육적인 걸까? 

 며칠을 고민해도 결론은 쉽게 나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 아이에게 맞게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가기 전엔 아이와 같이 빈병을 바꾸고 과자를 사 먹는 일은 즐거움, 성취감, 환경개선 등을 위해 교육적인 것이 더 높을 것 같다. 하지만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자 어른의 음주생활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어른들이 음주를 많이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좋지 않다고 판단되었다. 더구나 음주의 결과물을 아이와 함께 가지고 가서 다른 물건을 바꾼다는 것 자체가 더 안 좋아 보였다. 물론 음주자체가 안 좋은 것이라는 인식은 심어주지 않겠지만 적어도 부모라면 아이의 가치관에 대해 지도해 줄 필요는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같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에 음주를 곁들일 수는 있겠지만 그 시간이 행복하고 소중한 시간이라고 남겨지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되도록이면 아이들이 잠들고 나면 부부만의 시간을 가질 때 같이 마셔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나니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졌지만 한편으로는 부모로서의 책임감 또한 다시금 곱씹는 계기가 되었다.



빈용기 보증금 제도  

주류나 음료의 판매 가격에 공병(빈병) 값을 포함시켜 소비자에게 판매한 후 소비자가 공병을 소매점에 반환할 때 보증금을 환불해 주는 제도를 말한다. 이는 자원 재활용 및 환경보호를 목적으로 1985년부터 실시되고 있다.







 



부부의 대화시간을 갖는 건 매우 중요한 일이다.

우리는 꼼수를 부려 빈병이 나오는 병맥주 대신 캔맥주로 이 시간을 행복하게 보내고 싶다.

다소 엉뚱한 결론이지만 이젠 술병 팔아서 과자를 사주는 일은 없는 걸로.






사진출처 - pixabay

단어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매거진의 이전글 하이힐은 내 발에 안 맞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