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병을 팔아 과자 사 먹기 교육적?
" 엄마, 이거 다 가져가면 과자 바꿀 수 있는 거지?
그럼, 빈병이 10개 넘으니까 빼빼로 살 수 있겠네.
와~ 엄마, 아빠 이제 그럼 술 더 먹어."
"... " "... "
집에서 먹는 저녁의 술은 재활용수거함에 빈병을 마구 토해 내었다. 아이들은 그런 빈병을 아주 반가워했다. 슈퍼에 가지고 하면 돈이 생기는 빈병이니 얼마나 소중히 생각했는지 모른다. 병을 가져가면 자기들의 맛있는 과자와 바꿀 수 있다는 경험을 하고 나서는 길가에 버려져 있던 빈병 또한 쉬이 지나가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나도 환경을 생각해서 병을 재활용할 수 있게 수거해 갈 수 있는 곳에 가져다주는 것은 아이의 교육에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환경에 대한 생각도 할 수 있고 자연스레 경제 교육도 할 수 있다고 생각되었다. 이것이야말로 살아있는 교육이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한 적도 있다.
어느 날 빈병을 팔고 과자를 사서 오는 아이의 모습을 보자니 머릿속이 번뜩 찌릿해지며 등골이 서늘한 의문이 들었다. 과연 아이에게 부모의 음주를 당연시하고 그걸로 좋은 이득까지 얻는다고 생각하는 게 교육적인 걸까? 아니면 이 소중한 자원을 환경을 생각하며 직접 모으고 다시 재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교육적인 걸까?
며칠을 고민해도 결론은 쉽게 나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 아이에게 맞게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가기 전엔 아이와 같이 빈병을 바꾸고 과자를 사 먹는 일은 즐거움, 성취감, 환경개선 등을 위해 교육적인 것이 더 높을 것 같다. 하지만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자 어른의 음주생활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어른들이 음주를 많이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좋지 않다고 판단되었다. 더구나 음주의 결과물을 아이와 함께 가지고 가서 다른 물건을 바꾼다는 것 자체가 더 안 좋아 보였다. 물론 음주자체가 안 좋은 것이라는 인식은 심어주지 않겠지만 적어도 부모라면 아이의 가치관에 대해 지도해 줄 필요는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같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에 음주를 곁들일 수는 있겠지만 그 시간이 행복하고 소중한 시간이라고 남겨지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되도록이면 아이들이 잠들고 나면 부부만의 시간을 가질 때 같이 마셔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나니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졌지만 한편으로는 부모로서의 책임감 또한 다시금 곱씹는 계기가 되었다.
빈용기 보증금 제도
주류나 음료의 판매 가격에 공병(빈병) 값을 포함시켜 소비자에게 판매한 후 소비자가 공병을 소매점에 반환할 때 보증금을 환불해 주는 제도를 말한다. 이는 자원 재활용 및 환경보호를 목적으로 1985년부터 실시되고 있다.
부부의 대화시간을 갖는 건 매우 중요한 일이다.
우리는 꼼수를 부려 빈병이 나오는 병맥주 대신 캔맥주로 이 시간을 행복하게 보내고 싶다.
다소 엉뚱한 결론이지만 이젠 술병 팔아서 과자를 사주는 일은 없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