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나에게는 좋은 습관이 있었다. 바로 일정 금액을 정해서 적금으로 매번 종잣돈을 모았다. 종잣돈을 모으면 안전하게 더 굴릴 수 있는 상품을 고민했다. 물론 안전이라는 전제하에 고르는 금융 상품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돈이 놀지 않도록 열심히 함께 일을 시켰다. 연 2%라도 벌어 올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런데 주식을 하고부터는 달라졌다. 이자에 욕심이 생겼다. 플러스와 마이너스를 실시간 보게 되면서 통장에 잔고가 있는 것을 못 본다. 현금을 가지고 있는 것도 투자라고 하는데 말이다. 매수의 적절한 타이밍 등 공부를 해야 하는데 팔면 또 사기 바쁘다. 팔고 사고를 많이 하면 결국 돈 버는 곳은 증권사라는 생각에 초반에는 증권주도 매수했다. 물론 내가 산 증권주는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며 아주 긴 시간이 걸리고 있지만 말이다.
몸이 많이 움직이는 것과 비례해서 돈을 번다면 부지런함은 엄청 난 장점이다. 시간과 함께 일하는 만큼 돈을 벌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동산이나 주식은 나의 움직임이 꼭 돈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물론 공부하고 발품도 팔아 기초체력을 키워 놓는 성실함은 꼭 필요하다. 하지만 냉정한 이성과 결단력이 필요할 때 몸을 쉬고 머리를 움직여야 할 때도 있다. 이를 구분하고 판단하는 것도 재테크 전략이다.
돈이 놀고 있는 것도 못 봐 열심히 직장 생활했지만 뛰는 집값을 따라잡지 못하는 현실을 보면 이제 우리 사회는 부지런함만으로 부를 일구기가 힘든 것 같다.
앞으로의 집값과 주식을 예측하는 것은 아무도 못한다. 실제로 재테크 포럼을 들어도 규제 일색인 부동산과 풍부한 유동성, 똘똘한 한 채로 집값이 오른다는 사람과 vs 임대사업자의 혜택이 없어지고 앞으로 인구 감소, 향후 3기 신도시까지 계속 오르는 시장은 없다는 사람. 아마도 오르고 내림을 시장은 반복하니 결국 두 사람의 말이 어느 시기에 어느 기간과 어느 지역이냐에 따라 모두 맞을 수 있다.
부지런함이 재테크에서나 일이든 어느 분야에서든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3박자가 필요한다.
첫째, 흐름을 타는 것이 중요하다. 물이 들어왔을 때 배를 띄우고 노를 젓는 것과 그렇지 않은 상황일 때는 다르다. 이 흐름에서는 운도 작용하고 잃을 위험성을 낮출 수 있다. 이 흐름을 타는 것은 부지런함을 통해 기초체력을 쌓는 사람이 누리는 혜택이다.
둘째, 공부를 통한 자기 확신이 필요하다. 요즘 우리는 많은 정보에 노출되어 있다.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진짜 중요한 정보 빼고 말이다. 특별하지 않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얻을 수 있는 정보들은 비슷비슷하다. 결국 공부와 여러 정보를 통해 얻는 정보를 통해 스스로 결정하는 자세이다. 냉정하지만 결과도 결국 자기 몫이다.
셋째, 많이 버는 것,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잃지 않고 오래 버티는 것이다. 일을 해보면 한 분야에 오래 한다는 것은 그만큼 내공이 있다는 것이고 그 시장에서 버텨냈다는 것이다. 몇 개월 해보며 드는 생각은 자꾸 이 분야는 나랑 안 맞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이런 여러 파도를 이겨내고 배를 물에 띄우고 있다는 것은 남다른 노하우나 인사이트가 있다는 것이다.
부지런함의 배신을 우리는 두려워한다.
열심히 살아도 평생 빚 갚다가 죽는 삶이 될까 봐. 그래서 최소한 적은 빛을 지거나 빛없이 살고 싶어 한다. 나의 바람도 그렇다. 그런데 현실은 언제나 거꾸로 간다. ‘영끌’이라는 신조어가 나오는 현실을 보면 말이다.
과거에는 부지런함은 부자로 가는데 필수 덕목이었다. 적어도 부지런하면 밥을 굶지 않는다고 했다. 가난도 어느 정도 면할 수 있었다. 자수성가라는 말, 개천에서 용이 나온다는 말도 그렇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부지런함의 빛이 많이 바랬다는 사실을 말이다. 오히려 부지런하면 타인을 피곤하게 만들고 젊어서 고생하며 부지런을 떨면 늙어서 골병든 몸 밖에 남는 게 없다고도 한다. 4차 산업 혁명, 로봇이 노동을 대신하는 시대를 생각하면 부지런함의 가치는 도매 값이다.
‘마중물’이 있다.
펌프질을 할 때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붓는 물을 말한다. 첫 마중물을 부어주면 이후에 펌프질을 통해 물이 계속 나온다. 부지런함의 가치가 많이 퇴색되었지만 나는 이것이 마중물과 같다고 생각한다. 몸에 습관이 되거나 어떤 일이 궤도에 올라 플러스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는 밑바탕에는 성실함과 부지런함, 끈기, 열정 등이 자리 잡고 있다고 말이다.
『그릿』의 책을 읽어보면 끈기에 대해 말하고 있다. 글을 쓴 교수가 수많은 사례를 분석하고 사람을 만나 얻어낸 것, 성공과 성취를 끌어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이 끈기라고 말이다. 끈기와 성실함의 뜻은 다르지만 가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