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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나에 대한 뜨거움

by 짜리짜리

분노조절장애라는 글을 마주치면 자꾸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바로 나 자신이다. 최근 지하철에서 나를 밀치고 들어가 자리에 앉는 사람 때문에 화가 났다. 평소 1시간 걸리는 출근시간에 영어공부를 해야 했지만, 이날은 누구인지도 모르는 사람 때문에 화가 났고 그 화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영어공부 대신 화가 난 나의 마음을 부여잡고 30분의 시간을 흘려보냈다.


매번 쏟아내는 주거정책을 비웃 듯 오르는 집값, 다른 주식은 오르는데 내가 산 주식은 마이너스, 기대에 대한 실망, 비교 등 나는 짜증과 화가 많은 것 같다. 많은 감정들 중 욱하는 화라는 감정에 나는 유독 약하다. 목소리 톤이 높아지고 얼굴 표정이 변하며 그 감정에 휩싸여 스스로 잘 헤어 나지 못한다.


현명한 사람은 안다.


화가 나면 자기만 손해라는 것을. 상대방은 아무렇지 않거나 신경도 쓰지 않는다. 평소에 나는 화라는 감정을 누군가에게 호소하고 말함으로써 표현했다.


그런데 감정을 표현한 뒤 후회가 생기면서 좀 더 참지 못한 스스로를 자꾸 자책하게 된다. 그리고 아무 상관없는 나의 일상이나 사람에게 짜증을 내고 이는 또 다른 미안함과 후회를 만들어 낸다.


수많은 일들 중 나에게 잘 되지 않는 것 중에 하나가 감정을 조절하는 것이고, 그중에 화가 더욱 그렇다. 특히 화를 쌓아두는 것도 건강에 좋지 않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표출을 통해 서로 얼굴을 붉히는 상황은 나로 하여금 또 다른 감정의 소비를 만들어 낸다. 적정선이 나에게 필요하다.


우리는 여러 감정들과 함께 일상생활을 해 나가고 있다. 기쁜 감정은 항상 좋은 것, 화는 항상 나쁜 것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는 것 같다. 때와 상황에 따라서 화도 긍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고 때로는 화라는 감정을 통해 인생의 변화 그리고 성공이라는 결과를 이끌어 내기까지 하니 말이다. ‘화’라는 감정도 좋은 동기로 활용하면 동력이 될 수 있다. 마인드 컨트롤이 잘되면 말이다.


나는 화를 어떤 긍정인 요소로 연결할 수 있을까.


나는 스스로 나의 생각과 행동, 감정, 마음 등을 절제하고 조절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 있다. 바로 아침 운동이다.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있다. 운동하는 시간이 건강에도 좋지만 이 시간은 공부, 잡념 없애기, 진정하기 등 마인드 컨트롤의 시간이기도 하다. 하루하루 다르게 오르는 집값은 화를 돋우지만 이를 계기로 나는 부동산과 주식 등 경제 공부를 하게 되었다. 나를 화나고 힘들게 하는 사람들로 인해 나는 조금이나마 차이와 다름을 이해하게 되었다.


법륜 스님은 ‘화를 언제쯤 다스릴 수 있을까요 라는 질문에 절대 안 고쳐지는 것은 아니지만 타고난 성질은 고치기 쉽지 않다. 단번에 성질이 고쳐지지 않고 시간을 오래 잡고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셰리 카터 스콧은 ‘분노는 당신을 더 하찮게 만드는 반면 용서는 당신을 예전보다 뛰어난 사람으로 성장하게 한다'라고 말했다.


화라는 감정이 긍정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나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계절에서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어우러져 있듯이 감정도 기쁨, 절망, 화, 실망, 기대 등이 버무려져 우리 인생과 함께 한다. 화가 없고 슬픔이 없다면 가장 좋겠지만 화와 슬픔이 있기에 우리는 기쁨과 즐거움이라는 감정의 소중함도 더 진하고 배로 느낄 수 있다. 낮에 하늘에 떠 있는 별이 우리 눈에 보이지 않고 칠흑 같은 어둠이 있어야 별이 빛나 듯이 말이다.


요즘 다양한 감정 중 화라는 감정이 자주 튀어 나오는 지금 성찰의 시간이 나에게 필요 하다. 화를 ‘평정심’이라는 큰 그릇에 담아 기쁨과 즐거움 등 함께 내 마음속에 놀 수 있도록 평정심의 그릇을 넓혀야겠다.


작은 냇물에 던져지는 돌멩이는 주변에 큰 흔적을 남기지만 큰 강과 큰 바다에 던져지는 돌멩이는 작은 물결을 남기고 가라앉듯, 감정의 그릇을 크게 키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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