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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거래 도전기

by 짜리짜리

중고물품 거래가 한창일 때 관심을 두지 않던 나는 아이를 낳고 달라졌다. 몇 번 사용하지 못했거나 아이가 불편해 그대로 있는 물건을 버리기 아까웠다. 특히 한 두 푼 하는 것도 아니 였기에 더욱 그랬다.


나의 첫 중고거래


중고 거래의 가장 큰 장애, 귀차니즘을 뒤로하고 내가 팔고자 하는 물건을 찍어 올렸고 생각보다 금방 거래가 성사되었다. 때는 6월이었고, 아이의 목 튜브였다. 물놀이 시즌을 앞두고 올려서 그런지 바로 거래가 되었다. 그 뒤 쌍둥이들을 키우면서 가장 많이 쌓였던 물품, 신발을 올렸다. 몇 번 신지도 않았는데, 금세 자라는 아이들의 발로 신발의 상태는 꽤 양호했다. 그런데 너무 비싸게 내놔서 그런지 연락이 오지 않았다. 금액을 낮춰도 마찬가지였다. 그 뒤 중고 사이트를 둘러보니 아예 중고 신발을 전문적으로 모아 파는 사람까지 있는 것을 보고 ‘우리 아이들의 신발이 팔리지 않겠구나’ 싶었다.


아이 키우면서 직장생활까지 그렇게 중고 거래는 ‘반짝’ 하고 끝났다. 짧은 기간 내가 배운 것은 사람들은 미리 몇 개월을 앞당겨 물건을 잘 사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장 필요한 것이 생각나거나 앞으로 한 두 달 내 필요한 물건을 산다는 것이다.


그때그때 시즌의 시점을 잘 활용해 중고물품을 처분하면 그나마 팔릴 확률은 높아진다. 물론 물건을 올릴 때 사전 자료조사를 통해 똑같거나 비슷한 물건들이 얼마에 나와 거래되고 있는지 꼭 확인이 필요하다.


플리마켓, 벼룩시장으로


그 이후 이들의 물건은 쌓여갔고, 중고로 팔기에는 뭔가 부족하고 그렇다고 버리기에는 아까웠다. 아이들에게 뭔가 의미를 부여하면서 처분할 수 없을까 고민하다가 플리마켓 즉 벼룩시장을 생각했다. 직접 아이들이 자신들의 물건을 파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돈을 많이 벌겠다며 의지를 불태웠고, 금액도 만원으로 정했다. 벼룩시장을 경험했던 남편은 ‘그렇게 비싸면 아무도 안 산다’고 이야기했지만 물건의 상태를 보면 적정금액이라고 생각했다. 물건을 펼쳐놓고 1시간 정도 시간이 지나니 남편의 말이 실감 났다. 벼룩시장에서 물건은 거의 천 원에서 몇 천 원짜리 거래였다. 물론 물건에 따라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비싼 가격을 주고 벼룩시장에서 물건을 잘 사지는 않는 것이다. 몇 천 원 쓰기를 주저하고 대부분 사람들은 싸게 사기 위해 이곳을 온다. 싸면서도 쓸모 있는 물건을 원하는 것이다.


물건 팔면 겨우 2~3만 원 손에 쥔다. 거의 비싸게 팔아야 5천 원이고 나머지는 천 원에서 몇 천 원 정도이다. 중고거래나 벼룩시장은 솔직히 돈을 버는 것보다 중요한 자원의 순환과 경제교육이다. 재미도 있다. 마트에서 천 원으로 살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지만 벼룩시장에는 있다. 천 원의 가치를 배울 수 있다. 아무리 비싸고 좋은 물건도 포장이 뜯기면 중고가 되고 그에 따라 물건의 가격이 어떻게 변하는지, 수요와 공급에서 가격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아이들은 어렴풋이나마 배운다. 물론 오래될수록 가치가 올라가는 옥션 시장도 있지만.


벼룩시장에 온 한 엄마는 아이들의 적극성과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벼룩시장에 참여했다고 한다. 아이가 낯선 사람과 이야기하면서는 자신의 물건을 파는 과정에서 자신감이 생긴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의 경우도 처음 낯설어했지만 금방 적응했고 벼룩시장을 다녀온 이후 한동안 집에서 물건을 펼쳐놓고 ‘시장놀이’을 아주 열심히 했다.


‘당근해’


당근 마켓이 대세다. 물건을 받지 않고 미리 돈을 보내야 하는 부담감과 직접 눈으로 물건을 확인 못하는 단점이 확~ 개선된 마켓이다. 집과 가까이 살고 있는 사람들 간의 거래.


최근 바둑과 오목에 부쩍 관심이 늘어난 아이들을 위해 당근 마켓을 통해 산 바둑과 장기판, 고기 구워 먹는 자이글까지 만원 내의 거래였다. 자이글을 구매한 남편은 아주 흡족한 표정으로 열심히 고기를 구워 먹고 있다.

벼룩시장을 위해 아이들의 옷과 물건을 쌓아놓고 있던 나, 코로나로 계속 쌓여가는 물건을 보고 남편은 ‘당근’을 제안했다. 과거 경험상 중고 거래가 되지 않던 옷과 신발을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였다. 너무 계획 없이 비싸게, 이미 해당 계절의 준비를 끝냈을 시기가 지나 그리고 물건을 대충 찍어 올렸던 것이다. 다행히 스피커는 팔았다. 중고 거래도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하다.


‘당근’을 이용하면서 직접 만나 물건을 거래할 때 경험하는 재미있는 모습들


첫째, 2인 1조이다. 엄마들이 아이와 나오거나 덩치 큰 어른들도 꼭 둘이 나온다. 늦은 시간, 인적이 드문 곳에 혼자는 잘 나오지 않는다.

둘째, 오픈된 장소, 사람들이 많은 장소에서 만난다. 직접 만나 물건을 확인하고 돈을 주고받는 거래이지만 혹시 모를 안전을 위한 대비이다.


문고리 나눔까지, 일상에 소소한 거래를 통해 아이들의 경제 공부와 환경까지 함께 도전해보면 좋다. 물론 한 번의 경험으로 아이들이 물건을 소중히 다루거나 아껴 쓰지는 않지만 다양한 경험으로 아이들의 우주가 넓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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