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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는 성공했다.

by 짜리짜리

집 몇 채, 좋은 차, 높은 위치, 수익률 높은 증권 계좌, 원하는 물건을 돈 고민 없이 사는 일…

남들이 부러워하는 성공이라는 맛을 본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것들이다. 우리 모두는 이들의 성공 이야기에 눈과 귀를 꽂는다.


매일매일 일을 하고, 학교를 다니고, 밥을 먹는 일상은 성공이 아니다. 누구나 그렇게 살고 있기에 관심 밖이다.

성공의 기준도 개인마다 다르지만 최근에 그 기준도 높아지는 것 같다. 디지털 전환과 시대에 따라 과거보다 부자가 만들어지는 환경도 변화되고 빨라졌다. 행복의 조건도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가지로 많아지고 더 섬세해졌다. 직업도 안정적이면 좋고, 집도 있으면 좋고, 성격도 무난하고 여기에 유머까지 있으면 더 좋고 ……. 짝을 찾는데 붙는 조건처럼 말이다.


지금 우리는 많이 가져도 행복하지 않고 많이 벌어도 행복하지 않다. 인간이 가장 발달한 비교 능력을 부추기는 환경에 더 좋고 더 나은 것들이 이곳저곳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쏟아져 나온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집값과 주식에 나만 낙오될 까 봐 영혼까지 끌어 모아(영끌) 집을 사고 빛내서 투자(빚투)까지 한다. 영끌과 빚투, 벼락 거지가 사는 나라, 우리나라이다.


자신을 오롯이 갈아 넣는 것도 모자라 영혼까지, 힘든 생존이다.


집이 없어도, 투자를 하지 않아도 우리는 이 땅에 태어난 것만으로도 성공이고 칭찬받아야 한다. 수많은 경쟁과 척박한 환경에 태어나지 못하고 태어나도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해 떠나간 수많은 생명들을 생각해보자.


지금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든 우리 모두는 성공했고 더 칭찬받아야 한다. 대단한 일을 해 낸 것이다. 매일 아침 일어나 출근하는 사람들, 무거운 짐을 나르는 사람들, 오늘도 무거운 가방을 들고 학교 가는 아이들, 연인과 헤어짐에 힘들어도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 마이너스 통장에 좌절하지 않는 사람까지...그 존재만으로도 귀하다. 직장에서 높은 위치에 있어야만 성공하고 존경받는 것이 아니다. 부동산을 몇 채 가지고 있고, 현금 몇 억이 있어야 성공이 아니다. 그저 평범한 일상을 누리고 있는 지구 상에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귀하고 성공했다.


왜 우리는 있는 그대로가 아닌 뭔가 많고 잘해야 성공했고 칭찬받을 수 있을까.


그냥 있는 그대로의 모습과 행동만으로는 안 되는 걸까. 성공이라는 말을, 누구나 어디에서나 사용할 수 있는 단어가 되면 안 될까.


지금 지구 상에 살아가고 있는 존재 자체로 말이다. 밥을 잘 먹지 않아 밥을 먹는 것만으로도, 공부를 못해도 학교를 가는 것만으로도 말이다.


-헝가리 티서강 긴 꼬리 하루살이의 삶은 그중에서도 압권이다. 하루살이는 강바닥에서 유충으로 3년을 산다. 매년 6월이면 3년을 채운 하루살이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 마지막 탈피를 거쳐 우화 한다. 수백만 마리 하루살이들이 강 위를 가득 메우며 난다. 세 시간밖에 살지 못하는 수컷 하루살이들이 방금 얻은 날개를 맹렬히 휘저으며 암컷을 찾는다. 교미를 끝낸 수컷은 곧바로 죽고 생명을 잉태한 암컷들은 일제히 상류로 날아간다. 5Km쯤 날아간 하루살이들은 힘이 빠져 물로 떨어진다. 한 마리당 알 수 천 개를 낳고 장렬히 죽는다. 그렇게 낳은 알 수 십억 개가 강을 따라 하류로 떠내려 가다가 부모가 3년을 지낸 강바닥 정확히 그곳에 정착한다. 3년을 물속에 있다가 고작 세 시간을 살며 끝내 생명을 잇는 이 삶은 얼마나 경이 로운가.(2021.2.4.조선일보 발췌)


지구 상에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존재의 이유가 있다. 각자의 위치에서 저 하루살이처럼 온 힘을 다해 살아가고 있다. 어찌 성공하지 않았다고 하겠는가.


편의점에서 하루 종일 서서 일하는 나도, 열심히 짐을 나르는 나도, 입에 쓴맛이 느껴질 정도로 물건과 서비스를 판매하기 위해 말하는 나도, 하루 종일 집에서 뒹굴뒹굴하는 나도, 우리 모두는 소중하다.


성공이 특별 난 걸까.


각자의 자리에서 일상을 보내고 지구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 성공이다. 오늘도 루틴을 살고 있는 우리는 위대하다. 당신은 그리고 우리는 존재만으로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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