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한 일이 없는데 시간이 휙~ 지났다고 느낄 때, 바쁜데 내가 왜 바쁜지를 모를 때 어떻게 하는가? 혹자는 메모를 하고 우선순위를 정해 중요하고 급한 일,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 중요하지 않지만 급한 일, 중요하지도 급하지도 않은 일, 이렇게 우선순위를 정해 정리하고 선택과 집중을 하며 일 해보라고 권한다. 실제로 집안일이나 회사 일을 이렇게 나름대로 정해서 하면 효율적인 부분도 있다.
그런데 중요한 일과 중요하지 않은 일을 정할 때 어떤 기준을 세워야 할까. 회사일과 집안일 중에 무엇이 중요할까.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나는 주로 일을 우선시했다. 그런데 40대 중반이 되고 개인적으로 딱히 이뤄 놓은 일이 없다는 생각에 후회가 되기 시작했다. 물론 일을 우선순위에 두라고 그 누구도 말한 적이 없다.
그저 열심히 살아온 부모님처럼 나도 열심히 살았다. 나의 밥줄이기도 했고 일도 재미있었다. 물론 나의 일이 돈이라는 보상이 크게 주어지는 일은 아니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육아휴직을 해보니 아~ 일도 놓을 수 있고 별거 아니구나 싶었다.
아이가 생기면서 나의 생각이나 바람과 상관없이 일을 항상 우선시할 수 없는 상황도 펼쳐졌다. 자의 반 타의 반. 아이에게 물리적인 시간을 함께해야 하는 부분도 늘었다. 처음엔 아이가 있었음에도 일을 놓지 못해 스트레스였다. 그런데 아이가 자라면서 상호작용을 하게 되고 일을 통해 성장한 부분도 있지만 아이들을 통해 성장하는 부분도 컸다.
무엇이 중요할까?
스스로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회사일보다 개인의 자산관리나 가족이 더 중요하다는 어느 팟캐스트 출연자의 이야기가 머리에 맴돌았다. 그저 열심히 살아왔는데 손에 쥔 것 없는 현재 나의 모습, 부족한 부분이 보이는 아이들 모습까지 말이다.
어떤 기준을 정하고 우선순위에 무엇을 놓을지는 결국 개인의 선택과 결정이다.
이제부터 나는 가족과 나를 두기로 했다.
물론 일을 하고 월급을 받는 상황에서 일을 소홀히 할 수 없지만 예전에 일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열정을 쏟았다면 지금은 가족을 우선순위에 두고 실천하는 몇 가지 일들이 있다.
첫째, 땡돌이다. 워라밸의 추구!!!. 육아휴직을 하고 복직한 이후 남편은 회사에 땡돌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6시 땡~ 하면 퇴근한다는 것이다. 집과 직장이 가깝다는 이유로 아이들 육아를 거의 전담하다시피 했다. 내가 승진을 못하고 계속 떨어지니 오히려 남편이 나보다 더 허탈해했다. 이제 내가 땡돌이를 이어받았다. 되도록 정시에 퇴근하려고 노력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생각의 빈틈과 시간들은 가족들을 위해 그리고 나의 재테크 공부와 자기 계발을 위해 쓴다.
둘째, 집과 회사의 경계선 긋기. 집에서 회사일 관련 이야기나 통화, 카톡 등을 줄이려고 노력한다. 회사와 집의 경계선이 모호했다.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머리에 가득 채워 집에 왔다. 당연히 아이들이나 남편에게 짜증을 많이 냈고 소중한 시간을 흘려보냈다. 주로 수다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나로서는 육아로 누군가를 만날 수 없으니 집에 풀어놓았다. 바보 같은 짓이었다. 분리가 되어야 하는데 분리되지 않았고 기분이나 생각 모두 일의 연장선이었다. 하루 24시간에서 잠자는 시간과 일하는 시간을 빼면 집에서 보내는 몇 시간 조차 회사일로 채운 것이었다.
셋째, 조직의 성장과 개인의 성장을 함께 생각하게 되었다. 과거 나는 개인의 성장이라는 말에 의미를 알지 못했다. 회사 일을 좀 더 잘하기 위해 일을 배우고 진행했지만, 이 일을 통해 나는 어떤 성장을 할 수 있고 또 성장을 했는지 고민이 깊지 않았다. 그저 일을 통한 일을 위한 일이었다. 최근 나와 조직의 성장을 함께 고민하고 일을 한다. 나의 성장을 통한 조직의 성장에 방점이 있다 보니 실패를 하거나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무엇을 배우고 성장했는지 생각하게 된다. 사람을 통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사람을 만나던 강점을 배우고자 한다.
인생에 5개의 공, 각각의 공은 직장, 가족, 건강, 친구 그리고 나의 영혼이다. 우리는 알게 된다. 직장이라는 공은 고무로 되어 있어 언제든 다시 튀어 오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되지 않았던 실천을 나는 지금 소소하게 해 본다. ‘길이 가깝다고 해도 가지 않으면 도달하지 못하며, 일이 작다고 해도 하지 않으면 성취되지 않는다’는 순자의 말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