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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짜리짜리 May 18. 2021

벽인 줄 알았는데 문이었다.

설국열차에서 송강호 씨의 대사 중 ‘이거 너무 오랫동안 닫혀 있어서 벽인 줄 알고 있지만, 사실은 문이다.’라는 대사가 있다.


저 대사를 듣고 나도 일상에서 벽이라고 생각해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많은 것들이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쌍둥이 두 아이를 키우며 직장맘으로 생활하는 나에게 나만의 시간을 만드는 것, 이 일은 언제나 벽이었다.

 

아이들도 소중하지만 인풋 없이 아웃풋만 있는 것 같은 몇 년간의 다람쥐 쳇바퀴 생활에 점점 지쳐갔다. 사무실 출근이 그나마 숨을 쉴 수 있는 시간이었다. 직장동료들에게 물어보면 육아보다 출근이 그나마 낫다고 다들 이야기하니 쌍둥이 육아는 말할 것도 없었다. 육아휴직 때 직장 생활 중 가장 그리웠던 시간이 바로 커피 한잔을 마실 수 있는 여유였다.


그럼에도 틈틈이 집에서 운동과 책 읽을 틈을 내고자 했다. 하지만 항상 만족스럽지 못했고, 이런 나의 모습은 남편과 아이들과의 갈등을 만들었다. 나의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마음의 욕심과 현실의 괴리는 항상 컸고 이로 인해 나는 짜증이 많아졌다.


그렇게 몇 년을 보내다가 나의 가장 커다란 벽인 잠을 줄여 시간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하지만 아침잠을 줄이는 것은 여전히 벽이고 매번 결심했지만 수년간 실천하지 못했다. ‘했다 안 했다’를 매번 반복하다가 작년 9월 무렵 아침운동 만이라도 해보자 라는 생각으로 나를 위한 루틴을 만들기 시작했다.


벽이었던 아침잠을 깨고 나만의 시간을 확보했다. 안되고 어려운 일이라고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면 여전히 육아와 직장생활의 루틴에 힘겨워했을 것이다. 이렇게 하나의 벽이 허물어지니 그 틈 속에 책을 보는 것도 가능해졌다.


벽을 허무는데 부정적인 신호를 주는 것이 항상 주변의 환경이나 사람일 거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언제나 나 자신이었다.    

우리는 자신이나 타인이 보내는 부정적인 신호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는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받고 그 결과 스스로 한계를 설정한다. 모든 일에 스스로 벽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벽인 줄 알고 시도 조차 하지 않았던 일이 또 무엇일까?


경제 공부이다. 어렸을 때부터 반지하 전세 살이, 집주인의 다양한 요구 등을 옆에서 보고 자랐지만 저축하는 것 이외 투자나 재테크 공부를 하지 않았다. 솔직히 넘사벽이라는 생각에 아예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필요성도 중요성 그저 머릿속 생각일 뿐 먼 나라 이야기였다.


갈아타기를 잘못해 집을 사지 못하고 오른 집값 때문에 부부 싸움을 하면서 경제 공부의 절실함을 직접 깨달았다. 팟캐스트로 시작해 독서와 주식, 코인 등을 경험하면서 문을 두드리고 있다.

좀 더 일찍 시작을 했더라면 하는 후회가 남지만 지금이라도 시작해서 다행이다 라는 생각으로 공부하고 있다. 이렇게 스스로가 느끼는 벽이 아니더라도 사람 관계에서도 우리는 벽을 느낀다. 문이라고 생각해 열어보면 또 벽이고 벽인 줄 알고 그냥 뒀는데 보니 문이고, 참 어려운 것 같다.  그럼에도 벽을 두드리고 문을 연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는 것이 사람 관계인 것 같다. 날씨 변화처럼 사람의 마음도 관계도 변한다.  


나의 머릿속에 언제나 벽이라고 치부해 버린 일이나 상황 그리고 사람 관계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수도 없이 많다. 때로는 문 임을 알고도 열지 않고 벽 취급을 하기도 했던 일들도 있다.  


늘 호기심을 갖고 두드려보자.

『저는 늘 사람들에게 말합니다. 타고난 호기심이 없다면, 후천적으로라도 개발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호기심이야말로 발전의 원동력입니다. 저는 끝없는 배움, 모르는 것은 항상 있게 마련이니 누구에게든 배워야 한다고, 스스로를 항상 다독이는 것이 성공 비결이라면 비결입니다.
 - 지니 로메티, IBM 첫 여성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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