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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명에게 보내기 시작한 뉴스레터

지금은?

by 잼인

2020년 4월 7일 화요일, 첫 뉴스레터 발행을 앞두고 나의 지인들에게 "있잖아... 뉴스레터를 만들었는데 말이야... 한 번 구독해보지 않으련? " 하고 꼬셔서 16명까지 모았다. 그리고 9개월이 지난 지금, 약 600명의 구독자에게 뉴스레터를 보내고 있다. 사람마다 600명을 많게 볼 수도, 작게 볼 수도 있지만 나와 동료는 매우 행복해하고 있다.



구독자 수에 대한 나의 욕심

"어휴~ 저는 구독자 욕심 없어요~ 그냥 자기만족으로 하는 거예요~"

라고 내가 말한다면, 삐빅. 새빨간 거짓말이다. 체면 차리고 있는 멘트이다. 고백하건대, 나는 구독자 수를 엄청나게 자주 보고, 구독자가 늘면 흥분하고, 수신거부를 당하면 슬퍼한다. 일희일비의 아이콘이랄까... 구독자의 수뿐만 아니라 다른 요소들도 창작자의 성취감을 높이는데 좋지만, 나 역시 성과주의와 성적 만능주의에 익숙해진 한국인이라 구독자 수가 늘어날 때 성취감이 가장 크다.


하지만 더 많은 구독자를 원하는 건 창작자에게 당연한 것 아닌가? 내 창작물이 알려지면 알려질수록 창작물이나 창작자의 영향력이 커지기 때문인 것 같다. 1명이 우릴 알아줄 때와 100명이 우릴 알아줄 때의 영향력은 다를 수밖에 없다. 우리가 여기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닿고 싶어서 구독자가 계속 늘면 좋겠다는 욕심을 품고 있다. 구독자 수에 연연하지 않고, 무심하게 보내는 것도 멋있어 보이지만, 내가 욕심이 많은 사람인 걸 부정할 수 없다.




추천의 힘

구독자 수에 대한 글을 써보자 하고, 구독자 유입 경로 분석을 해봤다. 결과가 꽤 흥미로운데, 직접 홍보를 한 것보다 매체나 지인으로부터 추천을 받아서 구독한 비율이 더 크다. 특히 비레터스요레터와 같은 뉴스레터에 특화된 매체에서 소개될 때, 구독자 수가 크게 증가한다. 그도 그럴 것이 비레터나 스요레터를 구독하는 분들은 뉴스레터 자체에 관심이 많아서 상대적으로 새로운 뉴스레터에 마음을 잘 열어주기 때문에 구독으로 이어지는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뉴스레터 전문 뉴스레터의 전문성이나 안목에 대한 신뢰가 깔려있기 때문에 더 그런 것 같다. 슬점은 정말 운 좋게도 비레터에 한 번, 스요레터에는 두 번 소개돼서 구독자가 확 뛰는 경험을 해볼 수 있었다. 정말... 짜릿했다. 신생 뉴스레터나 개인 뉴스레터에게는 이런 추천이나 소개를 해주는 매체가 참 소중한 존재이다.


지인이 추천해줘서 구독하기 시작한 경우도 많은데, 이때 정말 기분 좋다. 내 친구에게, 동료에게 소개할 만큼 슬점을 재밌게 읽어주고 계신 거니까! 지인 추천을 통한 구독은 구독자들로부터 제대로 인정받은 느낌이 들어서 창작자로서 뿌듯한 마음이 든다. 앞서 매체에 소개되는 건 "운이 좋았던" 것으로도 볼 수 있지만, 이렇게 기존 구독자가 지인에게 추천하는 경우는 운으로 볼 수 없으니까 더 마음 놓고 기뻐할 수 있다. 동시에 '우리가 재밌는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나 보다.' 하는 안도감과 자신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런 순간에 너무 좋아서 슬점을 주변에 추천해주시는 모든 구독자께 절이라도 하고 싶을 정도이다.




"나 여기 있어요!" 하고 스카프를 흔드는 마음으로

그리고 이어서 유입이 많은 경로는 "SNS" 또는 "우연히"이다. 여기서의 시사점은 최대한 뉴스레터를 인터넷 세계에 노출시키는 게 좋다는 것. 처음 슬점을 시작할 때, 우리도 다른 유명한 뉴스레터들처럼 SNS로 대대적인 홍보를 해야 할까 싶었지만, 그러기엔 나와 동료의 에너지가 한정되어 있었다. 평소에 SNS를 많이 하는 사람들도 아니어서 그런 방식의 홍보는 미뤄두었고, 대신 포털에서 "슬점"을 검색했을 때 노출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드문드문 쓰던 블로그에 뉴스레터 만드는 이야기를, 인스타그램에는 다른 뉴스레터에서 얻는 인사이트 기록을 하며 뉴스레터 발행기를 올리곤 했다. 처음에 네이버에서 "슬점"을 검색하면 다른 게시글이(슬점이 게임 용어인 듯하다) 상단에 있곤 했다. 지금은 상단에 슬점 아카이빙 페이지의 링크가 나오고, 뉴스레터 관련 게시글이 보인다. 인터넷 세계에서 노출되는 빈도를 높이면,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슬점을 발견할 가능성도 커지고, 그렇게 구독까지 이어지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나 좀 봐달라고 스카프를 흔드는 것처럼 말이다. 초반에는 이런 스카프 홍보의 반응이 없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우연히 그 스카프를 보고 찾아오는 구독자의 비중이 생각보다 꽤 돼서 놀랐다.


구독자 모집과 홍보에 있어서 레퍼런스가 되었던 글이 하나 있는데, ㅎㅇ님의 <사이드잡의 기쁨과 슬픔-3부>이다. 뉴스레터 #ㅎㅇ를 발행 중이신 ㅎㅇ님이 상하반기의 구독자 추이를 비교한 결과가 인상적이었는데, "시끄럽고 꾸준한 홍보"를 한 때에 구독자 수가 계단식으로 상승했다는 거다. 이 부분을 읽고, 나는 "시끄러운 홍보"는 이곳저곳에서 뉴스레터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고, "꾸준한 홍보"는 말 그대로 지속적으로 뉴스레터를 언급하는 것으로 이해했다. 솔직히 꽹과리를 치는 것처럼 시끄럽고 본격적인 홍보는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내가 마음의 부담을 안 느끼는 선에서 꽹과리 대신 스카프를 흔들었다. 누구나 처음부터 꽹과리를 들만큼 용감하진 않으니까,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는 게 좋다. "안 되면 되는 거 해라!"

나는 이 명언의 신봉자이다... 휴대폰 배경화면도 이 짤로 설정해두었다.




뉴스레터를 발행할 거라고 친한 지인에게 말했을 때, 지인은 구독자 목표가 얼마야? 하고 물어봤다. 그때는 구독자 수에 대해 별 생각은 없었다. '이걸 1년이나 지속하면 됐다~'는 마음이어서 장난스럽게 이렇게 답했다.

"1년 안엔 구독자 천 명 간다!"

기대도 없이 했던 말인데, 이러다가 진짜 이룰 수도 있을 것 같다. (김칫국 원 샷!)




+ 발행하고 있는 뉴스레터 <슬점>의 링크입니다.

매주 화요일마다 점심메뉴와 동료와 가볍게 대화하기 좋은 대화 주제를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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